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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05 13:47
안식단상(安息短想) 어느 날 덕수궁 안 ‘돌담길 찻집’ 뒷뜰에서 구수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잠시 생각해보았다.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아무 일도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무노동 무념의 휴식, 안식을 갖도록 하자고. 보이는 것에 대해서 애써 해석하고 생각하는 잔머리 굴리지 말고 자연 그대로 자연이 되어 그냥 보이는 대로 보고, 듣고, 만지고, 느껴보자고. 우리의 뇌리에서 끊임없이 일어나는 칸트가 말한 규정적 판단을 쉬고 그쳐서 반성적 판단이 그냥 흘러나와 아름다움과 숭고함을 느낄 수 있게 하자고. 내면의 순수의식이 우리 눈을 통해서 자연과 이 세상을 굴절 없이 보고 느낄 수 있도록 시각의 통로를 마련해주자고. 우리의 다른 모든 감각 역시 순수의식에 온전히 맡겨보자고. 不然이면 하루만이라도 조건 없이 빌려주어 보자고. 자아의식, 아상과 에고 다 내려놓고 텅 비워서 유위의 애씀으로 인한 힘든 짐 벗어 던지고 보이는 것과 그냥 하나 되고 자연 속으로 녹아들어 가 마냥 한가로이 안식해보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