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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02 00:27
한국전쟁에 대한 세계적인 권위자인 브루스 커밍스의 <한국전쟁의 기원>을 보면 NLL 발언 논란의 역사적 진실에 대해 정확히 알 수 있다.
그의 저서에 따르면 NLL 발언 논란은 군국주의 일본에 대한 미국의 오판에서 비롯됐다.
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미국은 유럽에 집중하느라 일본과의 전쟁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특히 죽음을 불사하며 최후까지 싸우는 일본군의 저항에 미군 사상자가 늘어나자 미국 정부는 소련을 끌어들였다.
그들은 일본군을 중국과 한반도에서 몰아내는 대가로 소련에게 만주와 한반도 주변의 기득권을 약속했다.
미국은 일본 본토(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탄을 투하해도 일본군의 속성상 11~12월에 가야 항복할 것으로 판단했고, 그때까지 소련이 만주와 한반도에서 일본군을 몰아내는 것도 쉽지 않으리라 판단했기 때문에 이런 약속을 한 것이다.
헌데 미국의 전략적 실수가 너무나 많아 별로 대단한 판단 착오는 아니더라도 이번의 판단 미스는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너무나 큰 대가를 치르게 만들었다.
친일 부역자들의 생존과 득세, 권력욕의 화신이자 기회주의자인 이승만의 집권과 민족 상쟁의 6.25동란까지 일일이 거론하자면 친미를 외치는 자들은 모조리 NLL 주변에 수장시키고 싶을 정도다.
늘 그렇듯 미국의 판단과는 달리 일본의 항복이 8월15일로 당겨졌고 소련의 한반도 진입도 예상보다 빨라졌다.
다급해진 미국은 급하게(정확히 단 4시간 만에) 38선을 경계로 북한은 소련이, 남한은 미국이 신탁통치하기로 소련에 통보했다.
항일독립투사 중 운 좋게 살아남은 김일성을 앞세워 북한을 점령한 소련은 이에 동의했다.
겨우 시간을 번 미국은 미래의 독재자 김일성을 앞세운 소련에 맞서기 위해 남한을 일본총독부로부터 이양 받아야 했는데 한반도 근처에는 미국 군대가 거의 없었다.
이에 일본과 함께 한국을 점령하기 위해 블랙 리스트 작전을 펼치던 맥아더는 일본의 갑작스런 항복에 한반도에서 가장 가까운 오키나와 있었던 미군 제24군단의 총사령관인 하지 장군(중장)에게 남한으로 서둘러 입국할 것을 명령했다.
뜻밖의 명령을 하달 받은 하지 장군은 행정적 경험이 전무한 상태에서 남한 점령을 미 제24사단이 한다고 천명한 8월11일에서 한 달이 흐른 9월8일에서야 인천을 통해 상륙할 수 있었다.
그 과정의 허술하고 뒤죽박죽은 차치하더라도, 전형적인 군인일뿐 정치도 행정 경험도 전무한 하지 장군과 함께 남한에 온 참모가 장교 87명과 사병 247명에 불과했다.
행정에 대해 전문적인 교육도 받지 않은 겨우 334명을 이끌고 남한에 들어와 일본의 총독사령부로부터 행정을 이양 받아 정치적 공백을 매워야만 했다.
정치도 행정 경험도 없으며 전형적인 군인인 하지를 비롯해 장교 87명과 사병 247명으로써 남한을 접수하려 했다!!!!!
그 인력으로는 남한을 신탁통치할 방법이 없었던 하지 장군은 완전 독립을 주장하는 세력과 남한에 만연해 있던 공산주의 세력이 주축이 된 남한 내의 실질적인 정권인수위(국민 대부분이 인정하는)를 무시하고 친일세력과 기업가들로 이루어진 정당과 손을 잡았다.
남한의 핵심 세력을 소련과 연결된 공산주의자이며 무력을 일삼는 폭력배처럼 묘사한 일본인의 묘략이 중간에 있었다.
하지 장군에게 예단을 가지도록 만든 것이다.
그 바람에 일제에 부역한 공무원과 경찰의 90%가 광복된 남한을 일제시대와 동일한 행정망을 통해 동일한 방식으로 다스릴 수 있게 되었다.
친일세력들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이 미국의 판단 오류가 가져온 최악의 결과가 된 것이다.
이런 미국의 판단 오류와 소련이 내세운 김일성과 통할 수 있는 남한 내의 공산주의자들, 신탁통치를 반대하면 완전 독립을 요구한 임시정부와 그 추종 세력들은 광복을 맞았지만 여전히 일제 치하와 다를 것이 없는 상황에 처했다.
헌데 미국에 의해 다급히 정해진 38선이어서 NLL 같은 영해선은 결정하지 못하는 우를 범했다.
당시에 NLL 주변의 서해는 북한군의 수중에 있거나 아예 방치돼 있어서 미국에게는 별로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NLL이 북방한계선으로 설정된 것도 1965년에서야 유엔사령부 해군구성군 사령관에 의해서 이루어졌다.
그것도 일방적으로.
이런 저간의 사정 때문에 현 새누리당의 모태인 노태우 대통령이 북한과 남북합의서를 작성하면서 모호한 해양 경계선이었던 NLL에 대해서 추후 논의하자는 것으로 합의할 수밖에 없었다.
즉, 38선처럼 분명한 경계선이 아니라 모호한 경계선이자 어로선의 의미를 지닌, 그래서 언제든 충돌의 빌미가 될 수 있는 애매모한 북방한계선으로 남아있었다.
NLL 주변의 서해에서 남북한의 우발적 충돌이 잦은 것은 바로 이런 역사적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NLL이 북한과 협의 없이 정해진 북방경계선이라는 증거는 미국 CIA의 공식 자료에도 명확히 나와 있다.
“북방한계선은 국제법상 법적인 근거를 갖지 않고 있으며, 일부분에서는 영해의 분리에 관한 최소한의 조건조차 충족시키지 못한다”고 확인했다.
게다가 한반도는 6.25 동란이 끝난 지 거의 60년에 이르도록 미국이 동의하지 않아 아직도 휴전상태이지 정전이 확정된 상태도 아니다.
남북한 모두 언제든지 전쟁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하는 불안정한 휴전이 이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남북한의 군사적 충돌이 잦을 수밖에 없는 NLL 주변을 평화지대로 바꾸지 않는 한, 민족 간의 비극은 계속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이런 역사적 비극을 종식시키기 위해 NLL을 기점으로 남북한이 똑같은 면적을 제공해 공동어로구역으로 지정하려고 한 것도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는 가장 현실적 방안 중 하나였다.
최근에 극성을 부리고 있는 중국어선들의 불법어로도 막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
동시에 한반도에서 가장 위험한 화약고인 NLL 주변을 평화지대로 만들어 남북한의 젊은 군인들이 정치 노름에 아까운 생명을 희생 당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헌데 보수 정권 하에서 북한에 당하기만 하고 급기야 ‘노크 귀순’의 굴욕까지 당한 이명박 정권과 집권 여당의 대통령 후보인 박근혜 후보와 새누리당으로써는 ‘보수=안보’라는 공식이 깨지자, 대선 승리에 위협을 느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에 듣보잡 같은 정문헌 의원을 내세워 NLL 주변을 평화지역으로 만드려는 과정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한 말들을 ‘과거에서 꺼내와’ 물고 늘어지는 치사하고 비열한 행태를 서슴지 않으며 최대 적수인 문재인 후보를 물고 늘어지기 시작했다.
NLL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방안은 내놓지도 못하면서 대선 승리를 위해 전쟁 불사도 소리 높이 외치면서 정치적으로 최대화시켜 전세의 역전을 마련하려는 꼴사나운 몸부림을 치고 있다.
더한 것은 국가 정상 간에 오간 대화를 일정 기간 공개하지 않는 실정법을 어기고 외교적 관례에 나쁜 선례를 남기면서까지 정식 대화록을 열람하겠다고 한다.
헌데 국정원장은 보여줄 수 없다고 하니 국민의 역풍이 불어오기 전까지 새누리당의 일방적인 공격이 효과를 거둘 것 같다.
특히 6.25을 직접 겪은 분들과 그에 대해서 어려서부터 누누이 들었던 사람들에게는 매우 효과적인 선거전략이니 새누리당으로서는 손해날 것이 없다.
국토를 평화롭게 통치하는 것이 대통령과 집권여당의 가장 중요한 일 중에 하나이거늘 매일같이 전쟁 위협만 부각하는 이 땅의 파렴치한 수구 세력들은 밑도끝도 없는 전쟁노름만 가열차게 벌이고 있다.
이로써 현 정권과 박근혜 후보 새누리당을 심판해야 할 이유가 또 다사 하나 늘었으니, 이제는 그것들이 너무나 넘쳐나 일일이 기억하기도 힘들 판이다.
참으로 웃긴 일이다.
미국이면 하늘처럼 받드는 새누리당이 그 원죄가 미국과 노태우에 있음에도 죽은 자는 말이 없다고 노무현 대통령을 또다시 부관참시하는 것도 모자라, 모든 의혹을 문재인에 쏟아 부으니 그들의 전략이 가히 동네 건달들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NLL에 대한 역사적 사실이 국민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알려지면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는 엄청난 역풍을 맞을 것이다.
처음 폭로한 정문헌 의원이 대통령 기록물 30년 접근 금지 정책을 내세운 당사자인데 이번에는 자신이 제출한 법을 어겨서라도 보자고 하니 이는 또 무슨 듣보잡 같은 행태란 말인가?
위스턴 처칠은 다음 같은 말을 남겼다.
“전시에 진실은 너무도 고귀해서 언제나 거짓말이라는 경호원을 달고 다닌다.”
2012년의 11월1일, 필자는 이것을 다음과 같이 바꿔서 말을 남긴다.
“대선시에는 승리가 너무도 고귀해서 언제나 거짓말이라는 경호원을 달고 다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