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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29 13:43
문재인에 대한 호남의 오해
오해는 풀어야 앙금이 사라진다
(서프라이즈 / 이기명 / 2012-10-28)
노무현 대통령의 후보 경선 시절, 광주를 함께 간 적이 있었다. 대전에서 광주로 가는 길이 갈라진다. 늘
느끼는 감정이었지만 가슴이 아파지기 시작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나를 흘깃 보면서 한 마디 한다.
‘선생님. 또 울고 계시죠?’
아무 말도 안했다. 사실 난 울고 있었다. 이상하게 광주를 방문할 때 대전에서 호남으로 갈라서면 가슴이 아파오는 것이다. 5.18의 학살, 광주민주항쟁 이후 첫 번째 ‘민언협’회원들과 함께 광주 망월동을 찾을 때 떼도 입히지 않은 붉은 진흙 무덤을 보고 눈물을 쏟던 기억 때문일까. 그토록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도 나는 광주에 갈 때는 늘 가슴이 아프다. 긴 설명을 하지 않겠다.
노무현 대통령이 지역주의를 깨기 위해서 얼마나 노심초사 하고 온 몸을 던져 노력을 해 왔는지는 세상이 다 안다. 태어난 고향에서 조차 배신자로 욕을 먹었고 호남에서도 호의적이지 않았다. 그것이 대통령이 된 후에도 경상도 정권이라는 비난으로 이어졌고 탄핵 때도 민주당의 일부 의원들 인식은 그랬다. 그들은 탄핵에도 앞 장 섰다.
노무현이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 때 일이다. 대의원 표 한 장이 아쉽고 절실했다. 명단을 보고 무작정 대의원 집을 찾았다. 깊은 촌이었다. 집 까지는 거의 2키로나 걸어야 했다. 밤이었다. 나를 본 대의원은 노무현 후원회장이라고 하니 벙벙한 모양이었다. 잘 부탁한다는 말을 하고 돌아섰다. 대의원이 손을 잡았다. 들어 와 차 한 잔 하고 가라는 것이었다. 대의원은 오히려 찾아줘서 고맙다고 했다. 아직까지 나 같은 사람 처음 봤다고 했다. 면구스러웠지만 기분이 참 좋았다.
노무현은 광주에서 승리했고 그를 발판으로 대통령 후보가 됐다. 노무현과 권여사와 나는 맨바닥에 엎드려 시민들에게 진심으로 고마운 절을 했다. 나의 노무현에 대한 믿음은 철석이었고 지금 문재인에 대한 믿음 역시 같다.
문재인을 처음 본 것은 역시 노무현 대통령을 안 이후였다. 사람 좋은 웃음으로 인사를 나누었고 그 후에도 늘 한결 같았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 이후 청와대 민정수석이나 비서실장 때도 늘 한결 같았다. 늘 겸손했다.
어쩌다가 법률문제를 물어보면 육법전서를 펴 놓고 자세히 설명해 준다. 약간의 청탁성 질문에는 눈치를 챌 법도 하지만 원칙대로만 설명해 준다. 자기자랑 못 한다. 수영을 잘 해서 물속에서 물고기를 맨 손으로 잡는다는 사실도 이호철을 통해서 알았다. 산을 잘 탄다는 사실도 나중에야 알았다.
문재인과 안철수에 대한 오해.
노무현 대통령이 온 몸을 던져 열려고 했던 지역 장벽의 문은 아직도 열리지 않았다. 노무현 대통령의 ‘부산에서 콩이면 광주에서도 콩이고 광주에서 콩이면 부산에서도 콩이어야 한다’던 피를 토하는 절규는 아직도 실현되지 않았다. 지역감정에 편승한 정치인들의 이기심은 지역 간의 골을 여전히 깊게 하고 있다.
참여정부 시절, 호남을 푸대접 했다는 인식은 여전히 호남에서 효력을 발휘한다. 내가 알고 있는 많은 호남의 지인들에게 물어보면 그건 자신들의 욕심을 채우지 못한 일부 정치인들의 탓이라고 한다. 정치적 이해를 따라 민심을 부추긴다. 감정이라는 것이 묘해서 선동에는 휩쓸리기 쉽다.
문재인이 ‘참여정부는 부산정권’이라 했다고 구설수에 오르고 납득할만한 해명을 했는데도 물고 늘어진다. 노무현 대통령이 부산출신이니 더욱 잘해야 된다는 의미라고 생각한다. 문재인의 가슴속에 지역을 편 가르는 생각이 털끝만큼이라도 있다는 생각은 상상할 수조차 없다.
이런 황당한 말들이 퍼지고 또 퍼트리면서 문재인의 평가가 제대로 대우를 받지 못한다면 이것은 문재인 개인을 위해서도 호남을 위해서도 국가의 장래를 위해서도 결코 도움이 되지 못한다. 이런 것을 국민이 막아야 할 것이다.
안철수 후보도 훌륭한 지도자임에 틀림없다. 그러기에 국민들로부터 많은 지지를 받고있다. 문재인과 안철수 두 후보의 경쟁은 공정하게 이루어져야 하고 그런 가운데 서로의 오해는 사라지며 단일화에도 장애가 사라진다. 만약에 두 후보간에 갈등이 심화되어 이성보다는 감정이 현실 판단에 작용한다면 그 같은 불행이 어디 있겠는가.
이제 국민들은 대부분이 유신세력의 재등장을 바라지 않는다. 국민의 67%가 정권교체를 바라고 있다. 정권 교체를 이끌어 갈 선장이 바로 안철수 문재인 두 후보자 중에 한 사람이다. 두 후보의 파경은 바로 유신잔당에게 정권을 두 손으로 받치는 것이나 무엇이 다르랴.
안철수 후보가 말한 국회의원 200명 축소라든지 그 밖에 발언은 본래의 뜻이 왜곡되었을 수도 있다. 이런 오해는 풀어져야 한다. 새누리당은 이런 발언을 증폭시키기 위해 온 갖 수단을 다 쓰고 있다.
그와 마찬가지로 문재인 후보의 발언에 대해서도 교묘한 방법으로 진의를 왜곡시키고 있다.
오늘(28일) 문재인은 호남의 선거대책본부 발대식을 갖는다. 문재인이 무슨 말을 하는지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한다. 아무리 말을 잘하는 사람도 진실을 담지 못하면 그것은 거짓이다. 아무리 청산유수로 말을 잘해도 진실을 말하지 않으면 금방 들통이 난다. 문재인은 자신의 발언으로 인해 호남 분들이 마음을 상했다면 노여움을 푸시라고 했다.
사과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서 믿을 수가 있고 믿지 못하기도 한다. 국민의 지혜가 필요한 것이다. 현명한 국민은 현명한 지도자를 가질 자격이 있다.
이기명 /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