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최근 안철수의 '정치개혁안'이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국회의원 숫자 줄이기, 비례대표 비율 높이기, 정당 국고보조금 줄이기, 중앙당 축소 및 해체, 청와대 이전, 대통령 임명권 대폭 축소 등 논란 지점들은 한 두개가 아니다. 또한 안철수의 두리뭉실 화법에 비해 반론은 체계적이다. 안철수의 이 주장들은 '국민이 지겨워한다' '정당이 잘 못해서 이렇게 된 거니까 없애자' 정도의 애매함을 가지고 있다. 매번 지 맘에 드는 멋진 '문구' 하나 가져와서 폼나게 쓰는 안철수, 이번에도 하나 썼다. 경험론/사회계약론 관련 철학자 존 로크의 말이다.
‘새로운 의견은 아직 일반적이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언제나 의심받고 대부분 반대에 부닥친다.’ - 인하대 강연, 진주 강연
친절하게 이 말을 쓴 이유까지 설명했다.
"제가 그 말을 왜 썼냐면 저는 강력하게 반대할 줄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예상한 그대로 강력한 반대에 부딪혔습니다." - 진주 강연
안철수는 '대다수 국민'의 지지와 '뜻'을 근거로 출마한 사람이다. 그런데 갑자기 '대부분의 반대'를 감수하고 '새로운 의견'을 강조하는 모순된 모습을 보인다. 물론 지금 대부분이 반대하는 것도 아니다. 여전히 '안철수'만을 외치는 다수 사람들은 안철수와 똑같은 말을 하고 있다. 와아아아 하면서 말이다.
강력한 반대를 받는 게 제대로 된 '새로운 의견'이라는 것을 입증하는 게 아니다. 반대와 싸워라. 토론해라. 핵심을 두고 겨뤄라. 반대 받고 있어요~ 운운 하면서 자신을 높이지 마라.
2.
문제 제기가 뚜렷하지 않다. 정당의 어떤 점이 문제고, 이 고리를 어떻게 해소할 것이며, 그 해소 과정에서 발생될 문제를 조율할 방안과 대안에 대한 이야기가 없다. 지난 100분 토론에서 안철수 캠프 금태섭 변호사의 '국민 드립'은 징징쟁쟁하다.
옛 사람 말 인용하기 좋아하니 나도 하나 인용하겠다.
자신의 깊이를 아는 사람은 명쾌함을 추구하고, 대중에게 깊이 있어 보이고 싶은 사람은 애매함을 추구한다.
대중은 겁이 많아서 물에 뛰어들지 않으므로 바닥이 보이지만 않으면 물이 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니체, <즐거운 지식>
안철수는 자신의 깊이를 모른다. 그는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자신의 저서와 방송 강연 등에서 본인 입으로 주구창창 말해왔다(백신 관련). 그러면서도 유독 정치 분야 관련해서는 왜 그리 쉽게 '새로운 것'이라 자부하는지 모르겠다. 날로 먹으려 하면 털리기 마련인데 말이다.
3.
사실 안철수가 인용한 것보다 더 적절한 고전이 있다. 니체의 스승격인 쇼펜하우어의 말이다.
모든 진실은 세 가지 단계를 밟는다.
첫째, 조롱당한다.
둘째, 격렬한 저항을 받는다.
셋째, 자명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안철수는 이 단계를 거꾸로 가고 있다. 마치 당연하고 자명한 것처럼 부상했다. 이제 저항을 받을 것이다. 그리고 조롱으로 귀결될 것이 분명하다.
위 쇼펜하우어의 격구에, '진실'과 '새로운 것'에 어울리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모두가 안철수와 그의 배후에 속아 허우적 거릴 때 안철수의 핵심을 이야기 한 사람들. 황장수를 비롯한 얼마 안 되는 사람들.
얼마나 조롱 당했는지 떠올려보자. 지금 조중동한경오 곳곳에서 안철수를 까기 시작하니 마치 당연하게 여겨지겠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안철수를 비판'한다는 이유만으로 MB 및 새누리당의 '첩자'라며 공격 받지 않았나. 나아가 책 판매 관련된 것 부터 여타 사이트에서 얼마나 많은 공격을 받았는가. 그럼에도 선명하고 명확하게 근거와 입장을 밝혀온 사람들.
자 이제, 존 로크의 경구를 다시 음미하자. 사람들이 보지 않으려 하는 진실이 바로 새로운 것이다. 새로운 것은 만들어지는 것들과 묻혀 있다가 드러나는 것 모두를 의미하니까.
‘새로운 의견은 아직 일반적이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언제나 의심받고 대부분 반대에 부닥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