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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25 02:02
안철수 후보와 그 진영에서 내놓은 공약이나 정책들을 볼 때마다 그 이상적 지향에는 대체로 공감하나, 현실적 실현가능성을 도외시한 공약들이 점점 늘어나는 것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청와대 이전에 대한 논란에서 보듯, 현실에 대한 불만이 많은 소수 전문가들 사이의 토론이 지나칠 정도로 이상주의적 경향을 띠는 것은 이미 인류의 역사가 입증한 사실이다.
어제 안철수 후보의 정치개혁에 대한 발언과 백분토론에 나와 안철수 후보의 경제민주화에 대해 설명하던 장하성 교수도 발언에도 이런 경향이 여러 번 나왔다.
▲ 국회의원을 200명으로 줄이고 중앙당을 폐지·축소하겠다
300명인 현역 국회의원 수를 200명으로 줄이고 중앙당을 폐지·축소하기 위해 국고보조금을 획기적으로 줄이겠다고 한다.
놀라운 발상이다.
지금의 300명도 작다는 주장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비례대표를 대폭 늘려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는 물론 시민단체와 국민들의 일반적 요구인데 뜬금없이 국회의원 수를 100명이나 줄이겠단다.
국회의원의 수가 줄어들면 효율성이 높아지고 예산이 줄어들어 일석이조라고?
대체 국회의원의 슈퍼맨도 아니고, 정책을 연구하고 지역의 의견을 수렴하고 관리해야 할 비서관 등은 무슨 돈으로 유지하라는 말인가?
자금이 충분한 사람과 정당만 정치를 할 수 있게 만들겠다는 것인가?
정치를 전공하고 정치에 뜻이 있는 사람들은 무엇을 하면서 살라는 말인가?
국회의원의 세비와 후원금의 상당 부분이 보좌진과 비서관들에게 지급되는 비용(이것도 일자리 창출이다. 결국 안철수 후보의 공약은 부자 의원들을 위한 감세와 같은 부정적 효과를 나을 수 있다)으로 나가는 것은 고려하지 않는단 말인가?
당원이 부족한 소수 정당은 국고보조금을 늘리겠다고 하지만 그들에게 주어지는 국고보조금이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사용되리라는 보장은 무엇이라 말인가?
그러면서도 비례대표는 늘리겠다니, 어느 정당이 정치적 세력을 쌓고 정책을 개발하고 영향력을 넓혀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단 말인가?
기존 정당이 모두 사라지거나, 아니면 안철수 후보가 대통령이 됨과 동시에 창당해 국회의원 선거에서 과반수 이상을 차지하지 않는 한 어떻게 국가를 통치하겠다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모든 국민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이 아닐 진데, 설사 모든 국민이 정치에 참여한다고 해도 수많은 이해관계의 충돌을 어떻게 걸러내고 조정할 것인지 생각은 해보았단 말인가?
국회의원이 줄고 전문가들이 늘면 국가 운영이 효율적이고 창조적이며 혁신적으로 움직일 것 같은가?
설사 그렇다 할지라도 그 전문가들에 대한 검증은 누가 어떻게 무슨 잣대로 할 것인가?
국회의원에게 주어지는 특권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는 것들이 많음도 고려해야 한다.
기존의 정치를 구태정치로 내몰면 미래의 정치가 장밋빛 일색인가?
지금까지 대한민국을 여기까지 이끌어온 사람들은 국민들 반열에서 배제되어야 한다는 말인가?
국민의 반 이상을 배제하는 이런 오만함이 어디 있단 말인가?
디지털 방식의 의견 교환과 정책 결정이 무슨 절대선이라도 된단 말인가?
오류란 어디에나 있고 검증되지 않았을수록 위험의 가능성은 높아진다는 것은 이공계 학자라면 가장 잘 알고 있지 않은가?
기득권 중에서도 강남좌파와 합리적 보수주의자처럼 괜찮은 기득권들도 있다.
대체 자신의 의견과 맞지 않으면 모든 것이 기득권의 구태라고 한다면 무슨 단일화가 필요하단 말인가?
혼자서 가라, 그럴 생각이면.
책임도 질 수 없는 공약만 남발해 단일화 이후의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으려면.
▲ 황제경영 방지와 재벌의 부실계열사 분리명령제
삼성그룹이나 현대자동차 그룹 같은 재벌은 주주의 반 이상이 외국인으로 이루어진 회사다.
그들 중에서 이건희 회장이나 정몽구 회장의 황제 경영에 대해 이의를 다는 사람은 거의 없다.
주주 자본주의는 오직 실적 확대에 따른 주가 상승과 고율의 배당에만 집중하는데, 두 회장은 이런 부분에서 엄청난 능력을 보여주고 있으니 어느 주주가 그들의 경영 방식에 이의를 제기하겠는가?
재벌에 부실계열사가 생기면 주주들이 먼저 난리를 친다, 분리하거나 처분하거나 매각하라고.
안철수 후보의 재벌의 부실계열사 분리명령제는 현재의 주주들이 알아서 할 일이지 국가까지 나설 필요도 없는 일이다.
세계 최고의 기업인 애플과 소니, 노키아 등을 궁지로 내 몰은 기업이 삼성전자며, 미국시장에서 자동차 메이커로 성공한 유일한 한국기업이 현대자동차다.
그들은 한국이라는 틀에서 이미 벗어나 있는 기업들이다.
동시에 그들은 한국이라는 땅에서 벗어날 수 없을 정도로 지극히 한국적이고 이곳에 뿌리를 두고 있는 거대한 기업집단이다.
따라서 그들에게 요구해야 할 것은 국내시장에서의 독점적 지위의 폐지와 보다 많은 일자리 창출 및 세금 납부에 있지, 재벌이라는 조직이 가지고 있는 해외기업과의 경쟁력 우위를 약화시키는 것이 아니다.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지만 그들의 존재와 힘은 우리나라의 지배적인 현실이다.
그들은 부정한 채로 출발하면 현실의 상당 부분을 무시하고 출발하는 것이기 때문에 개혁의 방식이 이상론에 치우지는 우를 범할 수밖에 없다.
필자가 하고 싶은 말은, 정부가 보는 부실과 그룹이 내부에서 보는 부실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으며, 미래의 일이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것이기에 정부가 할 일은 그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다.
안철수 후보 진영은 대통령의 특권을 줄이겠다고 하면서도 엉뚱한 방향에서는 지나칠 정도로 대통령의 권한을 강화하는 이율배반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여의도 정치를 멀리(?)했던 이명박 정권에 대해서는 별로 욕하지 않으면서도 MB정권에 속박돼 충성에 충성을 받쳤던 새누리당에 대해서는 구태정치라 하는 이중성을 보이는 것과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정부가 재벌을 제어하는 방식은 세금이 그 첫째요, 둘째는 공정거래위원회나 국세청, 감사원, 금융감독원 같은 기존의 사정기관을 제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러면 재벌의 불공정거래도 고발될 것이며, 착취적인 하청 및 하도급 관행도 저절로 좋아진다.
아울러 중견 또는 중소기업 업종을 지정해 재벌의 진출을 막고 안정된 성장을 보장하는 것과, 대형마트와 SSM,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 방송사와 대형기획사, 멀티플랙스와 메이저 영화 배급사 등처럼 내수시장을 교란하고 독점하는 유통과 서비스 및 엔터테인먼트업체에 대한 제재에 있다.
이를 위해 노동부가 노동자를 위해 움직이는 정부기관으로 되돌리고 환경부가 기업의 환경 파괴에 맞서 싸울 수 있게 만들어 주면 된다.
국토부가 무리한 대형토목공사를 막무가내로 진행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며, 대형건설사들의 담합을 유도해서 대통령 임기 내에 국토와 생태계의 모습을 바꿀 수 없도록 하면 된다.
대통령의 자리에 오르면 세상을 한 번에 뒤집어놓을 듯한 정책의 남발은 현실 정치만이 아니라 공무원 중심의 행정마저도 현실에서 멀어지게 하는 것임을 깨닫기 바란다.
공무원과 관료가 움직이게 하라,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제대로, 최선을 다해 처리하도록.
▲ 세금에 대한 조처는 최후의 수단이다
안철수 후보의 정책을 총괄하는 장하성 교수는 백분토론에 나와 시대적 명제인 복지 확충을 위해 취할 수 있는 정부 조처 중에 증세는 최후의 수단이라고 말했다.
지금껏 대한민국의 모든 불평등의 핵심 원인은 분배의 절대 부족에 있었다.
전세계 누구라도 인정하듯이 분배를 이룰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은 소득과 자산의 우위에 서있는 자나 집단에 대한 세금의 누진적 적용에 있다.
게다가 성장이 더 이상 국민의 삶의 질 향상으로 연결되지도 않는 상황에서 세금에 대한 조처가 최후의 수단이라면, 이는 분배를 하지 않겠다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기존의 세율과 세목에서 탈루되거나 외국으로 세는 것들을 찾아내 추징하거나, 대기업들에게 주어졌던 감면되는 세금을 줄이고, 정부의 사업을 축소하고, 국회의원의 수를 줄이고, 중앙당에 대한 국고보조금을 줄이고... 그렇게 수없이 해봐도 현재의 경제체제에서 조세제도부터 개혁하지 않으면 복지의 지극히 일부만 할 수 있다.
세금부터 건드리지 않고 개혁을 이루겠다고 한다면 이는 보편적 복지나 기본소득제 같은 불평등 완화를 위한 혁신이 아니라 여전히 성장에 방점이 찍힌 후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도대체 안철수 진영의 전문가들은 세금의 징수와 분배에 대해 어떻게 계산했기에 이런 발상이 가능한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기존 정치에 빚이 없다면, 그것을 자랑스럽게 강조한다면 개혁의 방안 중 기존 정치권이 가장 입에 올리기 힘든 말들도 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은가?
그래야 현실정치 기반이 없는 진영에서 여론을 주도할 수 있고, 개혁에 대한 의지도 그 충정의 진실성도 이해해줄 수 있는 것이 아닌가?
▲ 국가 개혁의 청사진을 아껴두고 있다?
백분토론에서 장하성 교수가 한 말이다.
긴장해서 인지, 이런 토론에 익숙하지 않아서 인지 잘 모르겠지만, 혹시라도 잘못 나온 발언이 아니라면 이런 오만방자한 발상이 어디 있는가?
국민을 뭐로 보기에 국가 개혁의 청사진을 아껴두고 밝히지도 않는단 말인가?
너무나 완벽하기에 국민의 검증이 필요 없다는 것인지, 아니면 자신들의 청사진이 뛰어난 전문가들을 통해서 만들어졌기에 구태정치의 표본들이자 제거대상인 민주통합당과 새누리당이 그것을 베끼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라는 것인지, 발언의 진의가 의심스럽기만 하다.
누가 대통령이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국가 개혁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내용이라면 더 많은 정당과 정치인, 국민들이 공유해 어느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실행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 것이 후보 된 자의 도리 아닌가?
부디 이것이 TV토론에 익숙하지 않은 장하성 교수의 실언이었기를 간절히 바란다.
▲ 혁신경제만이 대한민국을 살린다?
몇 개의 성공사례로 기존의 경제체제를 뒤엎을 수 있는 혁신경제가 정말로 존재한다면 전세계 경제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어리석은 자들로 구성됐다는 뜻인데, 이는 정말 대단한 자신감이 아닐 수 없다.
삼성전자만 해도 해외 거주 외국인 연구원 포함해 하루 종일 연구에만 몰두하는 기술자와 연구원만 수만 명이다.
구글이나 애플도 소프트웨어에 대한 아이디어 경쟁이 한계에 다다른 지금 사업 다변화와 제조업 역량 강화에 매진하는 형국이다.
세계 최고의 위치에 있는 그들도 협력업체의 다양화가 유일한 경쟁력 제고 방안에 이르렀을 정도면 대체 무슨 혁신적 아이디어가 있기에 세계 10위권의 대한민국 기존 경제체제를 혁신경제로 바꿀 수 있단 말인가?
재벌 총수들이 매일같이 입에 달고 사는 말이 혁신이고 창의성이다.
구글이나 애플, 삼성전자, 폭스바겐, 도요타, MS, 현대자동차 같은 기업들의 연구 성과물 중에서 10% 정도도 성공을 하지 못하고 사장되는 것을 모르고 있단 말인가?
혁신과 창의성이라는 것도 전문적 지식과 수없이 많은 실전 경험이 어우러질 때 나오는 것이지, 어느 날 문뜩 떠오르는 그런 시대는 이미 지났다.
재벌도 살아남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정부가 할 일은 그들의 안간힘이 그들만의 잔치로 끝나지 않게 하는 것이지, 그들에게 안간힘을 쓸 힘까지 빼앗는 것은 아니다.
제발 부탁하지만 경영인 출신의 CEO 같은 발상은 이제 잊어라.
안철수 후보는 이미 프로패셔널한 정치인의 대열에 합류해 있음을 돌아보시고 또 돌아보시라.
▲ 국민을 대상으로 실험해서는 안 된다
안철수 후보와 그 진영에 포지한 분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은 단 하나다.
국민을 대상으로 어떤 실험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삶에 여유가 있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하루하루가 힘겨운 사람들에게는 어떤 실험도 감당할 여력이 없다.
젊은이들이야 단방에 세상이 뒤집히면 좋겠지만, 그것은 인류 역사에서 단 한 번도 실현된 적이 없는 일이며 앞으로도 그럴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인간이라는 존재와 그들의 삶은 연속된 시공간에서 사는 것이지, 양자역학에서나 가능한 비약하는 것들이 아니다.
전문가들이란 자신에게 권력이 주어지면 세상을 정의롭고 효율적으로 바꿀 수 있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
과학기술찬양론자들이 인류가 처한 생태적이고 환경적 위험도 극복할 수 있다고 믿는 것처럼 말이다.
작은 경험에서 나온 큰 꿈은 자칫 세상을 극도의 혼란 속으로 빠뜨릴 수 있다.
융합적 지식이란 세상을 꿰뚫어보는 지혜는 줄지 모르지만, 현실을 돌파해낼 수 있는 살아 있는 지혜를 주지는 않는다.
직관이 충분한 경험에 의존하지 않을 때, 열정이 냉정한 이성에 근거하지 않을 때, 개혁이 현실적 거리를 의식하지 않을 때 세상은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그 피해란 온전히 피실험자 중에서 가난하고 약한 사람들에게 집중된다.
자신의 의견과 다르다고 다 구태며 개혁이 대상이라고 한다면, 당신은 이미 신이나 황제의 위치에 올라가 국민과 양 정당을 내려다 보고 있는 형국이다.
국민들을 가르치겠다는 계몽적 오만함은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책임지지도 못할 말들을 마구 쏟아내면 단일화 이후의 책임은 누가 진단 말인가?
전문가들이야 자신의 영역으로 돌아가면 끝이지만, 국민들은 더 이상 돌아갈 공간도 시간도 없다.
현실은 존재하기에 현실이며 피할 수 없기에 현실이며 하나씩 개혁나가야 하기에 현실인 것이다.
안철수 후보와 그 진영의 공약과 정책 및 언행을 보면 그들 자신의 기득권부터 내려놓고, 그곳에 국민들의 고달픈 현실이 들어앉을 수 있는 공간을 넓히는 것이 우선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세상을 바꾸는 일이 비주류의 생각처럼 쉽다면 어느 누군인들 정치에 발을 들여놓지 않을 것이며, 어느 누군인들 아래로부터의 혁명에 나서지 않았겠는가?
정치가 도덕화하는 것은 모두에게 바람직한 일이지만, 도덕이 정치화하면 그 순간이 바로 파시즘의 시작과 동일하다는 한나 아렌트의 말을 상기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P.S.안철수 후보의 최저임금 관련 발언은 영세자영업자의 어려움에 대해 설명하다가 앞뒤가 잘린 것으로 판단되기에 다루지 않았습니다.
가끔은 저의 벽돌집도 방문해 주세요 http://blog.daum.net/do-just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