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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24 19:49
“일자리 중심 중산층․서민의 소득을 높여주는 정책이 필요”
“일체의 차별요소를 다 가리는 블라인드 채용제를 실시할 것”
문재인 후보가 24일 오전, 국민대 법과대학 학생회의 초청으로 서울 성북구 정릉에 있는 국민대를 찾아 대학생들과 '시험과 스펙 대신 꿈을 말하다' 란 주제로 간식 토크에 나섰다. 문 후보가 직접 은박지로 싸인 김밥과 생수를 나눠주자 금새 긴 줄이 생겼다. 물론 폰카 세례와 악수세례가 이어졌다. 준비된 김밥과 생수를 다 나눠준 문 후보는 잔디밭에 앉았다. 수백명의 학생들이 동그랗게 앉아 후보를 둘러쌌다.
“아까 해공 신익희 선생님 동상 앞에서 참배를 드렸는데, 국민대학교 설립자시지만 우리 민주통합당의 뿌리가 되시는 분이기도 하다. 그래서 더 친근감을 느낀다. 참여 정부 내내 평창동에 살았는데 지금도 구기동에 산다. 북악터널을 사이에 두고 이웃해 있어서 더욱 친근감을 느낀다”며 ‘연고’를 강조하면서 대화를 시작했다.
“요즘 중간시험 중인가? 힘들겠다. 시험은 잘 치셨는가. 제가 시간 뺏는 거 아닌지 모르겠는데 저도 요즘 대통령 시험을 치르고 있다. 국민들한테 면접시험 받고 있는 중이다. 아마 여러분들이 이번 2학기 학점 받을 때 쯤 되면 저도 대통령 시험의 성적표를 받게 된다. 여러분들도 좋은 결과 거두시고 저도 꼭 합격 하겠다. 서로 잘 하자” 며 학생들을 격려했다. 이 말이 끝나자 학생들의 다양한 질문이 쏟아졌는데, 어느 학생이 양극화에 대해 질문했다.
“우리 사회 양극화가 심하다고 생각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단절,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단절을 극복하려고 노무현 정부 때는 많이 노력했지만 현 정부는 그렇지 않았다. 그것을 극복하는 방안이 무엇이 있는지, 양극화가 합법화 되어 법인세 인하, 종편 방송의 강행이 이루어졌다. 이렇게 언론과 재벌이 합법적으로 합쳐지고 있다. 이런 양극화를 어떻게 바라보시는지?”
문 후보는 “이제는 재벌이나 대기업 중심의 정책이 아니고 일자리를 중심으로 중산층과 서민들의 소득을 높여주는 정책이 필요하다. 중산층과 서민들의 소득이 높아지면 소비가 늘어나고 내수가 살아나면서 경제 성장이 된다. 이제는 수출과 내수가 함께 건강하게 성장하는 경제를 만들어야 한다. 중산층과 서민층을 중심에 두고, 일자리에 중심에 두는 정책을 취해야 한다. 청년들, 대학생들은 졸업 후에도 일자리 때문에 참 힘든데 그런 고통들도 많이 해소 될 것이다”라고 답했다. 요즘 문 후보의 발언에서는 정말 ‘일자리’ 이야기가 반 이상 차지한다.
어떤 학생은 ‘의외로’ 검찰개혁에 대해 질문했다. “이번에 후보님의 공약을 보니 검찰 개혁이 있어서 질문 드리려고 한다. 검찰 개혁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검찰의 권력을 축소하기보다는 독립성을 더 강화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후보님은 검찰의 중수부 기능을 고위공직자 수사처로 이관한다는데 큰 의미가 있을지가 의문이다. 독립성에 대한 해결책이 안 나와 있었다. 검찰이 청와대의 통제를 벗어나면 그 검찰을 누가 통제하느냐는 문제도 있다. 대통령 입장에서 그 권한을 축소하면 어떻게 메울 것인지?”
문 후보는 법조인이기도 하지만 검찰 개혁에 대해 강력한 소신을 가지고 있어 대담집을 낼 정도의 ‘전문가’이기도 하다. “검찰의 독립, 정치적 중립은 대단히 중요한 과제다. 정치적 독립이 되면 한편으로 독립된 검찰에 대해서 민주적인 통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가 역시 중요하다. 세계 모든 나라에 기소권과 수사권이 분리되어 있는데, 우리 검찰은 둘 다 가지고 있기에 검경간의 수사관 조정이 필요하다. 고위공직자 비리수사처는 고위 공직의 비리, 대통령 측근들의 비리가 이 정부 들어서 너무 심해 졌는데, 검찰이 사정 기관 역할을 제대로 못했다. 정치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독립적으로 고위공직의 비리들을 수사할 기관이 필요하다. 인권위원회는 이명박 정부에서 독립성이 많이 줄어들었지만 민주정부 때는 굉장한 독립성이 있었다. 그렇게 고위공직자 비리수사처도 독립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또 검찰이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으니 검찰과 검사의 잘못에 대해 문책할 방법이 없다. 스스로 수사와 기소를 안 하면 방법이 없다. 그래서 고위공직자 비리수사처는 검사의 잘못에 대해서 문책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둠으로써 검찰을 국민의 검찰로, 더 민주적인 검찰로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다른 학생은 개인적인 질문을 했다. “후보님은 여사님과 캠퍼스 커플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저는 매번 실패한다. 그 이유를 모르겠다. 비결을 가르쳐 달라.”
문 후보는 약간 쑥스러워 하면서 “저는 제 처와 7년 정도 오랜 연애의 기간을 거치고 결혼을 했다. 형편이 안 좋았다. 7년 동안 구속되어 구치소에 있기도 하고 강제징집 당해서 군대에 가 있기도 하고, 제대하고 난 이후는 복학이 안 되어 절에 들어가서 고시 공부를 하기도 했다. 그 기간 동안 제 처가 늘 면회를 왔다. 늘 만날 수 없으니까 늘 그것이 아쉽고 그런 것이 오히려 좋은 관계를 지속 시키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특별한 비결은 없었다”라고 약간 ‘싱거운’ 대답을 내놓았다.
다른 학생은 “취업 때문에 대학생들의 고민이 많다. 대통령 선거에서 20대의 투표율이 큰 영향을 끼치겠지만 20대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지 못한다. 먹고 살기 힘들고 취업이 너무 힘들기 때문이다. 스펙은 점점 올라가는데 일자리는 적어서 점점 평균 스펙이 올라간다. 또 집안이 어려운 학생들은 등록금도 벅차 아르바이트를 한다. 그런 입장의 학생들은 이런 경쟁 사회에서 충분한 스펙을 얻기 힘들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 어떤 정책을 갖고 계시는가. 또 위로와 격려를 해 달라”며 울분 섞인 질문을 던졌다.
문 후보는 “그 질문 속에 우리 사회의 문제가 다 담겨 있다. 지금 우리 대학생들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많은 공부를 하는데 졸업하면 일자리가 캄캄하다. 역시 일자리를 제대로 만들어 내는 것이 우리 대학생들의 등록금 문제, 미래 문제, 입시문제 등 모든 문제들을 다 해결 할 수 있는 방법이다. 아마 일자리가 적은 것도 문제지만 기회가 공평하지 않은 것도 문제이다. 서류전형에서 우선 학력과 학벌을 보기에 명문 대학 아니면 힘들고, 지방 대학은 더욱 힘들다. 그런데 사람의 수준이나 능력이 차이나는 것은 아니다. 공평한 기회를 갖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표준이력서가 있는데 학력까지만 기재가 되고 차별적인 요소들은 기재하지 못한다. 그러면 대학생들이 다 공평한 기회를 갖게 되는 것이다. 더 나아가서 저는 블라인드 채용제를 주장한다. 블라인드 채용제는 학력뿐 아니라 어느 대학을 나왔는지 학벌과 집안 배경 등 일체의 차별 요소를 다 가리고 본인의 면접이나 능력에 의해서만 선발 되도록 하는 것이다. 참여정부 때 공기업에서 많이 했는데, 특히 KBS 정연주 사장님이 돋보였다. 그 전에는 KBS의 아나운서, 피디, 기자 중 3개 명문대 출신들이 80%였는데, 블라인드 채용을 하고 나니 30% 이하로 떨어졌다. 그 만큼 다른 대학출신에 기회가 늘어난 것이다. 취업 기회를 더 많이 주려면 정부나 공공기관, 공기업, 300인 이상 되는 대기업들에 청년고용할당제를 실시해야 한다. 이 제도는 벨기에에서 시행해 청년 실업률을 뚝 떨어뜨린 성공 사례가 있다. 어쨌든 우리 대학생들, 청년들에게 꿈과 미래를 주는 그런 사회를 꼭 만들겠다”고 열정적 목소리로 답했다. 역시 또 ‘일자리’였다. ‘일자리 대통령’은 ‘미래형’이라고 해도 최소한 ‘일자리 후보’로서는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상당수의 학생들은 한 달 전인 9월24일 안철수 후보가 학교를 찾았다는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그 때 안 후보는 국민대 무인차량로봇연구센터를 방문, 젊은 연구자들과 간담회를 열어 '혁신경제' 를 강조하고 구내식당을 찾아 학생들과 얘기를 나눴다고 한다. 야권의 두 후보가 학교를 방문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낀 표정이다.
질문은 계속 이어졌는데 ‘실리적인’ 질문을 하는 학생도 있었다. “저희 학교 학생들이 사법시험을 많이 준비하고 있다. 문재인 후보님께서는 사법시험을 차석으로 합격 하셨다는데 특별한 비결이 있다면 학생들에게 말씀해 달라.”
문 후보는 바로 “차석으로 합격한 것은 아니고, 나중에 수료를 좋은 성적으로 했다”라며 사실을 정정하고는 기억을 되짚어가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사실 사시를 보게 된 이유는 강제징집 당하고 제대를 했는데도 한 2년간 복학이 안 되어서 낭인 생활을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동안에 아버님이 제가 잘 되는 모습을 전혀 보지 못 한 채 돌아가셨다. 너무 한이 되어 사법시험을 치르게 되었고 운 좋게 합격을 했다. 사시 공부라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이다. 그 많은 책들을 다 읽는데도 여러 달이 걸리는데 다 읽고 나면 먼저 읽었던 책들은 잊어버렸다. 책 한 권도 다 읽으면 앞부분을 잊어 버렸다. 결국은 짧은 기간 동안에 얼마나 빨리 물을 들이부어서 빠져나가는 걸 줄여 가장 수위가 높은 순간에 시험을 보면 합격 할 수 있다. 결국 집중력이다. 매일매일 놀지 않고 공부하는 것이 유리한 것이 아니고, 일주일에 하루씩 때때로 술도 한 잔 씩 하면서 놀기도 하지만, 공부하는 시간은 아주 집중력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요령’을 전수해 주었다.
마지막은 문 후보의 메인로고인 담쟁이를 선택한 이유를 물으면서 담쟁이를 새롭게 디자인하여 선물로 가져온 학생이 맡았다.
문 후보는 “담쟁이를 로고로 삼은 이유는 새로운 세상을 대통령 혼자 만들 수는 없고 국민들이 함께 참여하고 노력해야 가능한 것이다. 담쟁이는 한 줄기가 쭉 올라가서 벽을 넘지 않고 바닥부터 함께 올라가면서 벽을 넘는다. 새로운 세상을 그렇게 만들어야 한다는 정신을 상징하는 것이다. 또 발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기도 한데, 담쟁이는 다섯 개의 잎으로 시작했는데 제가 점점 지지도가 높아지고, 당선 가능성이 높아진다면 잎이 7개, 9개로 늘어 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디자인상으로도 발전의 여지가 많다고 생각해서 채택했다”고 답하면서 “디자인한 로고도 좋다. 채택을 검토해 보겠다”며 고맙게 선물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