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그것은 회의가 아니라 근혜여사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내뱉는 일방통행식 명령 하달의 자리였다. 이때 회의실은 너무나 조용해서 형광등에서 나는 소리까지 들릴 정도였다. 상황이 이 쯤 되면 참석자 모두의 의견이 같아 근혜씨의 제안을 만장일치로 승인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다들 더욱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단지 부정적인 인상을 풍기거나 불평불만꾼 또는 이단자로 보이지 않으려고 작정한 무리들처럼 보였다. 이때, 누군가 소심하게 이견이 있는 것처럼 손을 들었다 내린다. 근혜씨가 할 말이 있으면 하라고 발언권을 준다. 순간 참석자들의 화난 시선이 일제히 발언 지명자에게 쏠린다. 그들은 마치 “모르면 잠자코 입 닥치고 있어!“라고 합창하는 듯하다. 지명 받은 사람은 죄지은 사람처럼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아닙니다.’를 반복하고 침묵한다.
그때서야 근혜씨를 포함한 참석자들은 굳어졌던 표정을 일제히 푼다. 회의가 아니라 엄격한 절대자인 근혜씨의 통보를 수용하는 자리를 빠져 나오는 참석자들은 반론이나 이견이 있었음에도 침묵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에 마음이 불편하고 무겁다. 이처럼 극단적으로 참석자 모두가 침묵하면 누구나 찬성한다고 생각한다. 사실은 근혜씨만 그럴 뿐, 대부분이 정반대로 생각하고 있는 데 말이다. 근혜씨는 이처럼 일사분란하고 의견 일치를 이루는 자신의 조직에 애정과 애착이 많다. 그녀는 회의를 하기 전에 이미 확고한 결정을 내리고 있었다. 해서 오늘 회의도 매우 만족스러웠다.
‘모르면 입 닥쳐라.’ 심리학자들은 구성원들이 이견을 말하거나 반론을 표현하는 것에 반감을 가진 결정권자가 참석하는 회의가 대부분 침묵으로 흘러 결과적으로 결정권자의 결정이 오류로 밝혀지는 것을 가리켜 000 패러독스라고 칭한다. 우리가 겁나는 것은 만에 하나라도 근혜씨가 대통령이 되어 수많은 정책을 결정한다는 정말 끔찍한 상상이다. 그러나 박근혜 패러독스는 이미 시작되었고 그녀의 패러독스는 우리 삶에 직접,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