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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20 05:03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단지언니생각>
치악산 남대봉 상원사 경내엔
검붉은 모란 모란이 활짝 얼굴을 붉힌다
둘이 갑자기 거기서 처음 만났다 오~ 모란씨~
얼마나 반가웠던가
남대봉 산 전체를 뒤흔들다.
천둥소리. 처음 산바람이 살랑 이는듯하더니
웬걸...
깎아지른 칼끝같은 천년바위
그 꼭지점엔 작은 사찰이 함께 천년을 붙어있다.
천둥소리.
산바람 하나 둘 산 마루 나무를 흔들더니
우르르르 쿵쾅 삽시간에
바람이 세차다. 갑자기 세상은 검은 장막에 휩싸인다.
장대같은 빗줄기
산길을 마구 달려내려온다
하산 길 끝엔
냇가에 송어횟집
술 한잔
강원도 영월군 **면 *** ***
친구집 앞에서 바로 작은 酒泉江이
말없이 흐른다.
도착 다음날 아침 일찍 친구가 끓여준,
강에서 잡아올려 냉동시킨 고기로 매운탕
수제비도 크게 뜯어 넣는다. 식초도 부으며...
지금도 가끔 나는 꿈속에서 친구와 매운탕을
overlap하며 재미있다.
지난 봄 오월 어느날 주천강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