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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267
2012.10.17 17:20
엽기살인마 김길태를 보며
문득
연민을 느낀 적이 있었다.
길게 늘인 머리칼속에 두려움을 감추고,
세상 사람들의 저주를 온몸으로 받아내는 모습은
차라리 그 모습 그대로 나였다.
살을 찢어 발겨도 시원치 않을 살인마에게,
여중생을 잔인하게 난도질한 괴물에게
왜 아무런 저항감도 없이
감정이 이입된걸까?
그가
늘
혼자였던 입양아여서?
난
내가 빌딛고 사는 사회가
보다 따듯했으면 좋겠다.
나와 처지가 다르고
입장과 생각이 달라
단호하게 격리시켜버리는 사회 말고,
오직 자기 중심만 살아
그 틀에 적응못한 자들을
낙오자로 낙인찍어 밟아버리는 그런 사회 말고,
빛깔과 향기가 달라도
수용하고 보듬어서
함께 어깨걸고 가는 사회!
그래서
다양성이 파도처럼 살아 숨쉬는 사회,
내 딸아이만큼은
그런 사회에서 숨쉬게 하고 싶다.
그런 소망이
자신을 격리시켜버린 사회에
분노를 키워온 김길태를 통해 투영되었고,
여지 없이 조각나 버렸고,
나도 함께 돌을 처맞아버리고 싶은 충동도 일었고...
아마도
감정 이입은
그런 과정을 통과하여 만들어졌을 것이다.
아내는 동행을 자주 본다.
삶의 무게에 짓눌려 무너질듯 하면서도
그 허기를 틀어쥐고
잡초처럼 다시 일어서는 사람들...
선정된 배경음악과
잘 다듬어진 네래이션 멘트
그리고
적당하게 포장된 화면빨 속에
시청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한껏 자극된 감성이
그들을
"우리와 함께 가자" 보듬어줄테지만,
노출되지 못한 대다수 주인공들까지
동행을 권유할 수 있을까?
우리 사회가 그만큼 넉넉한가?
나는 그들과의 동행에
기꺼이 동참할 의지가 있는가?
엽기 살인마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만들어내는 것이다.
사회의 탐욕과 이기가
잡초처럼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그들을
끊임없이 절벽 끝으로 몰아세운다면,
잡풀들은 절망하여 살인마로 돌아온다.
그들을 향한 사회구성원들의 돌던지기는
책임을 회피한 자들의 자기변명 혹은 자기 위안일 뿐
싸늘한 무관심으로 살아가는 나를 변화시켜내지 못한다면,
김길태는 재생산될 것이다.
강자의 논리가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
그런 강자의 논리에 반기를 드는 자는
권력자라도 용서치 않는다.
그 무섭고 두려운 세상을 향해
문재인은 시대의 소명을 들어 대중 앞으로 나왔고,
우린, 그를 지켜내야 할 책임과 의무를 부여받았다.
우리가 문재인을 지지하는건
권좌에 세우기 위함이 아니라
그를 지켜내기 위함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꿈꾸는 그런 사회를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