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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자떡국 (수필)

댓글 2 추천 5 리트윗 0 조회 112 2012.10.17 16:02

치자 떡국

<우리 노짱님>

 

김소희

 

노오란 빛깔의 부침개는 색채 감각을 키워주기에 충분하였다. 눈이 부시리만치 곱고 따뜻한 선명도는 꿈과 호기심의 세계를 그려주는데 손색이 없었다. 크고 작은 대소사에 아낙들의 분주한 손길이 닿으면 언제든 샛노란 부침개가 만들어지곤 했다. 차마 손대기가 아까워 한줌 입에 뚝 떼 넣기조차 조심스러웠던 채색의 그 아름다움은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어린나의 궁금함은 오랜 세월이 흐르도록 쉽게 풀지 못하였다. 아니 어쩌면 그 실체가 아까워 고이 간직해두고 싶었는지 모른다. 알아 버리면 오히려 소중한 색체 감을 잃어버릴까 두려워 더욱 알려하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

 

정말 그랬을 것 같다. 나는 여러 종류의 부침개를 보면서 노란색옷을 입은 내용물들이 참 자랑스러워 보였다. 자신들이 지닌 맛과 영양을 노랑친구를 통해 한층 더 사람들에게 돋보이고 보충효과도 높일 수 있었으니 말이다. 뿐만 아니라 노란색옷은 내용물의 여러 가지 장단점을 보완해주기도 했다. 생선부침개는 비린내를 제거해주고 여러 야채들의 강한 향은 노랑물이 흡수를 하였다. 또한 빛깔로 인해 시각의 아름다움은 물론 맛의 조화를 내는 데도 일등공신역할을 하는 편이다. 그리고 기름으로 인한 지방성분도 이런 성분을 지닌 멋을 나는 오랜 세월동안 모르고 살아왔다. 그저 기름과 불과 조화를 이루면 저런 빛깔이 태어나는 걸로 여겼고 어느 누구 손에 의해도 자연히 부침개는 노란빛인줄로만 알았던 게다.

 

어느 날 내가 주부라는 이름을 달고부터 그 빛깔이 내 어린 날 따스한 가을 햇살아래 타원형의 빠알간 열매를 자랑하던 치자였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그것도 모르고 노란 빛깔을 내기위해 부침개가 타도록 굽던 미련을 떨곤 했으니 호기심을 살려내지 못했던 내 무지함에 한참 쓴 웃음을 짓기도 했다.

 

오늘날 치자의 역할과 기억들을 새삼스럽게 떠 올리게 된 이유는 노무현 대통령의 고향 봉하마을에서 온 치자떡국을 만나면서 이루어졌다. 오랜 세월이 흘러도 그 옛날 색채와 조금도 다르지 않은 점이 나를 놀라게도 했다. 오염된 환경 속에서 퇴색되었을 법도 한데 어찌도 이리 샛노란 자태를 간직하고 있을까. 완벽한 듯한 느낌은 나의 호기심을 다시 그 시절로 되돌려 놓기에 충분하였다. 너무나 정말 너무나 변하지 않은 떡국으로 태어나 나의 식탁으로 찾아왔던 것이다.

 

나는 대통령이 귀향할 당시 건강한 쌀을 먹을 수 있으리란 짐작을 했지 다양한 개발상품을 만나리라는 생각은 못하였다. 기억에도 까맣게 잊고 있던 치자가 나와 함께하리라고는 상상을 못했던 것이다. 무엇보다 미적 감각이 둔한 나에게는 그 의미를 살려주는 계기가 되니 큰 보람이 아닐 수 없다. 그저 떡국은 백미떡국에만 길들여져 왔으니 고명처럼 칼라빛깔이 첨가되는 떡국을 맞이하고 보니 갑자기 내가 요리사가 된 기쁨에 우쭐 젖게도 된다. 백미와 함께 어우러진 떡국을 먹으면서 지금도 어느 농부의 손길아래 하얀 꽃을 피우고 있을 치자꽃이 그려지기도 하고 싱그러운 청 잎과 함께 내 식탁으로 모시는 상상에도 젖어본다. 그래서 한껏 분위기에 취하며 식탐에 빠져보기도 한다. 여러 몇십년 만에 이 맛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은 진정 우리 농촌이 살아나고 있음이 아닐까. 바로 우리 노짱님의 농촌재건운동에서 그 모든 것을 말해준다.

 

어쩌면 대통령이 노란색을 좋아하게 된 이유도 혹여 치자가 만들어내던 그 색채에서 감각을 키워오지 않았을까. 엄마들 손길에서 노란 먹을거리가 만들어지던 그 신기함은 무척 가슴을 설레게도 하였을테니까. 파란채소가 어느새 치자 빛깔이 되는가 하면 오징어가 노랗게 물들어 군침을 삼키게 하였을 뗀 어찌 그 식물에 호감을 갖지 않았겠는가. 무엇보다 그 빛깔 앞에서면 마음이 따스해지는 듯한 기분을 느꼈을 땐 가난하고 추웠던 마음을 다스릴 수 있어 더욱 좋아하였을지 모른다.

 

정말 그렇지 싶다. 생명의 터전인 농촌으로 향하였던 대통령의 마음도 치자의 향기에서 얻었을 것 같고 한 점 비리와 타협할 수 없었던 일도 순결한 꽃잎을 통해 배웠는지 모를 일이다. 순 백색의 꽃잎 앞에서면 누가 티끌을 탐하겠는가. 봄은 온통 자신이 만들어내는 듯 눈이 시리도록 깨끗함을 자랑하니 오히려 지나친 결백을 요구하는 듯해 살짝 걱정을 앞세울 수도 있었겠다. 온 여름내 열매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열정도 여느 식물에 뒤지겠는가. 물감으로 화려한 식탁을 차려주는 그 힘을 기르자면 여느 동지들보다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함은 사실이었을 것 같다.

 

이러니 고향을 떠나있는 동안에도 우리 노짱님은 단 한순간도 이들을 잊을 수 없었지 싶다. 꼭 돌아와 지난시절을 되찾아야겠다는 일념으로 오늘의 치자떡국을 만나게 하였는지 모르겠다. 그 노란빛을 가슴에 품고 따뜻한 마음을 가꾸어가는데 한 치 게을리 하지 않았다는 점도 치자떡국의 향과 맛에서 충분히 느껴지기도 한다.

 

앞으로 치자떡국은 영원히 나와 함께 할 것이다. 아니 전 시민들의 기호품으로도 자리하리라 여긴다. 그래서 그 아름다운 빛깔과 맛에서 그친 정서를 순화하는 자세도 키워갈 것이며 빛깔만큼이나 밝게 수놓아질 세상인심도 그려볼까 싶다. 치자 빛으로 서로 따뜻한 가슴을 확인하며 침묵에 빠져있던 무거운 분위기도 떡국 한 그릇으로 거뜬히 해결되는 그런 꿈을 꿀 수 있다면 더욱 좋겠다. 이 얼마나 멋진 발상인가. 한그루의 식물도 첨가물로 활용해 맛과 건강을 지키자는 노짱님의 지혜가 말이다. 식탁의 즐거움은 곧 만대의 기쁨이 아닌가. 건강은 첫째 먹는데서 비롯되니까.

 

지금도 내 고향 어느 밭 자락에 치자나무가 자라고 있겠지. 한층 꽃망울을 키우고 피워내며 열매의 꿈을 영글어가고 있을게다. 언제 누군가에게 기꺼이 자신 한 몸피와 살이 될 날을 위해 쉬지 않고 자신을 매진하고 있으리라. 아마 보람된 그날을 위해 치자는 잠시도 시간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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