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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17 10:40
지난 12일, 국회 문화관광방송통신위가 발칵 뒤집어졌다. 이른바 국가 권력에 의해 강탈 당한 부일장학회에 뿌리를 두고 있는 정수장학회, 그리고 정수장학회가 소유한 MBC 지분 30% 매각 문제가 최필립 이사장과 김재철 사장 측의 '비밀 회동'을 통해 논의 됐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
<한겨레>가 공개한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과 문화방송 이진숙 기획홍보본부장, 이상옥 전략기획부장이 참석해 이뤄진 지난 10월 8일 대화록은 충격적이다. 민영화를 전제한 후 박근혜 후보에 대한 노골적인 지원 의지를 내비친다.
이진숙 : (정수장학회 지분 매각 기자회견 장소로 대형 광장 등을 지목한 뒤) 대중에게 가장 효과가 큰 방법을 저희가 찾으려고 한다. 사회자도 MBC 아나운서를 배제하고 외부 프리랜서 아나운서나 진행자 가운데 신뢰를 줄 수 있는 마스크를 가진 사람을 고르겠다.
최필립 : 요란하게 할 필요 없이 그냥 지나가는 말로 하는 게 나은 것 아닌가.
이진숙 : 이게 굉장히 정치적 임팩트(영향)가 크기 때문에, 그림은 좀 괜찮게 보일 필요는 있다.
최필립 : 이걸(기자회견) 하게 되면 비꼬는 말이 상당히 나올 거라고…
이진숙 : 박근혜에게 뭐 도움을…
최필립 : 대선 앞두고 잔꾀 부리는 거라고 이야기는 나올 것이다.
이진숙 : 저희가 극비리에 추진하고, 중간에 중간보고를 또 하겠다.
국회 문방위는 당장 파행을 겪고 있다. 이같은 MBC 문제, 그리고 정수장학회 문제와 관련해 가장 밀접한 관계가 있는 사람이 MBC 앵커 출신으로 국회에 입성한 민주통합당 신경민 의원이다. 신 의원은 16일 <프레시안>과 긴급 인터뷰에서 "문방위 상황이 답답한 과정에서 정수장학회-MBC 사건이 터졌다"고 말문을 열었다.
김재철 사장과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의 국정감사 증인 채택을 위해 동분서주 하고 있는 신 의원에게 이번 사태의 '본질'과 관련해 질문을 던졌다. 그는 "정수장학회는 '정수근장학회(박정희의 정, 육영수의 수, 박근혜의 근을 따서)'로 불러야 한다"며 "박 후보가 정수장학회 강탈 문제에 대해 사과하고, 진정한 사회 환원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자꾸 '나는 무관하다'며 당연한 '공리'를 증명하라는 식의 퀴즈는 그만 내라"고 쓴 소리를 했다.
다음은 신 의원과 인터뷰 전문.
▲ 신경민 의원 ⓒ프레시안(최형락) |
"김재철, 25일 '뉴MBC 선언'으로 朴 도우려다 들통난 것"
프레시안 : 정수장학회 문제를 보면 두 가지 정도 쟁점이 나온다. MBC 중심으로 보면, 사실상 공영방송의 민영화를 밀실에서 추진한다는 것이 쟁점이 될 수 있다. 정수장학회 중심으로 보면 국가 권력에 의한 '강탈'로 사실상 인정된 정수장학회가 그 자산을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느냐 문제가 떠오를 수 있다. 먼저 MBC 민영화와 관련된 얘기를 해보자.
신경민 : MBC 민영화, 좀 더 근본적으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MBC 민영화는 새로운 토픽은 아니다. 방송계 차원에서 MBC의 위상을 보면, 전액 광고로 유지되는 민영적 형태인데, 공영 방송이 될 수 있느냐 하는, 운영 방식에 대한 학계 등의 지적이 계속 있어왔다. 민영화를 한다고 전제하더라도, 누가 어떻게 추진하느냐는 문제가 있고, 어떤 형태로 민영화 하는 문제가 있다.
프레시안 : MBC와 같은 방식의 운영 사례가 또 있나?
신경민 : 전 세계에 MBC와 같은 방식으로 운영되는 곳은 거의 없다. 왜 MBC가 이런 형태의 공영방송이 됐는가 하는 문제는 역사적인 맥락에서 봐야 한다. 지난 80년 언론통폐합 과정에서 전두환 정권은 방송사에도 손을 댔다. MBC의 경우에 주식을 전두환 정권이 강제 환수했고, 그 중 70%를 위탁관리하고 나머지는 '516장학회(정수장학회의 전신)'에 준 것이다. 즉, 회사를 뺏겼다가 30%만 확보한 셈이다. 이후 87년, 민주화 바람 불면서 방송문화진흥회가 설립된다. 그래서 30%를 방송문화진흥회에 준 것이다. 그런 역사성을 생각해 볼 때 MBC 민영화는 쉽게 손을 댈 수 없는 부분이었다. 그래서 MBC 내부에서, 또 전문가 차원에서 여러 논의가 있었다. 그러나 진행은 안 됐다. 역사성을 보면 논의 과정에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자연스럽게 들어갈 수밖에 없다. 법률적 검토 등을 통해 새로운 형태를 창출해야 하는 과제가 있는 것이다.
프레시안 : 김재철 사장 측이 주장하는 방안은 어떤 것인가?
신경민 : 우리 사주 얘기도 있고 별별 얘기가 많았지만 김재철은 그 중 하나로 KT, 포스코 모델을 염두해 두고 있다. 쉽게 말하면 YTN 방식이다. 그러나 MBC 민영화 논의의 주체는 MBC사장도 아니고 정수장학회도 아니고 방문진이 돼야 하는 게 맞다. 방문진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현실적으로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런데 이 모든 절차가 생략되고 소수가, 그것도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 '오물딱조물딱'한다는 것은 문제가 크다. MBC 민영화는 철도 민영화 등 그런 것과는 성격이 다르다. YTN이 이번 정권 들어와서 겪었던 일을 생각하면 지금 김재철이 내놓은 민영화 방식으로는 진정한 MBC의 위상을 세울 수도 없고, 순수한 민영화도 거리가 멀다. (낙하산 사장 논란을 겪었던) YTN과 똑같은 상황으로 갈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근본적으로 고려해야 할 부분이 있다. 민영화가 답이냐, 공영방송 시스템이 답이냐를 먼저 물어봐야 한다. 방송 전문가들이나 저처럼 방송에 오래 종사해던 사람 입장에서 보면, 지금 우리 공영 방송 시스템은 너무 많은 문제가 있다. 지배 권력의 숨결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김재철 사태에서 보듯 저질 낙하산이 들어와서 회사를 휘젓고 만신창이를 만들어 버린다. 정말로 우리가 어떤 방송 시스템을 가져야하냐 묻는다면 '제대로 된 공영시스템을 가져야 한다'는 게 답이 된다. 이런 식으로 어영부영 민영화 슬로건 뒤에 숨거나 하는 것은 옳지 않다.
프레시안 : 최필립 이사장, 이진숙 본부장의 회동 내용을 보면 충격적이다. 정치적인 파장을 고려했다는 정황도 있더라.
신경민 : 양측 회동 문제는 너무나 분명한 부분이 있다. '박근혜 후보를 돕자'는 일념으로 최필립 이사장과 김재철 사장 측이 만난 것이다. 정수장학회는 현재 위상이나 역사성을 봤을 때 박 후보의 품에서 절대 벗어날 수 없고 지금도 그 품안에 있다고 보는 게 맞다. 이번 회동은 4자의 입장이 딱 맞아떨어져서 이뤄진 것으로 본다. 최필립, 박근혜, 김재철.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의 입장이 맞아 떨어져 이런 일이 생긴 것이다. 김재철 사장은 임기를 다 채우길 원한다. 거기에 더해 박근혜 후보에게 절대적인 협력과 기여를 할 호기를 잡고 싶은 목적이 있었다. 두 번째, 정수장학회 측은 박 후보에게 부담이 되는 상황에서 벗어나고 나아가 박 후보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고 있는 것이다. 세 번째, 박근혜 후보는 지금 열세를 면치 못하는 부산 경남 측의 민심을 위해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대통령 입장에서는 MBC의 DNA를 송두리째 바꿀 수 있는 기회가 된다. 4자의 입장이 맞물리며 이번 사태가 터졌다.
프레시안 : 대화록을 보면 정치적 충격파를 좀 주겠다는 식의 얘기들도 나온다. 현실적으로 봤을 때 이같은 '이벤트'를 당장 구현할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왜 양 측은 이런 계획을 논의하고, 또 발표하려고 했을까?
신경민 : MBC 상장, 신주 발행 등은 절차가 복잡하다. 감독 기관의 승인 절차도 필요하고, 복잡한 상법적 절차도 필요하다. 이것이 실제로 현금화 될 수 있다면 그 시점은 내년 중반 이후가 될 것이다. 이 때문에 (당장의 실천 보다는) 대화록을 보면 10월 19일 MBC와 정수장학회가 별도로 발표를 근사하게 포장해서 '이벤트'로 만들겠다고 하는 것 아닌가. 대화록에는 안 나왔지만, 오는 25일에는 김재철 사장의 신임 여부가 방문진 이사회에서 결판이 나게 된다.
프레시안 : 여권 추천 이사들에게 잘 보이겠다는 것인가?
신경민 : 그렇다. 여권 추천 인사의 지지를 받아 이들을 업고 '새로운 MBC를 이끌고 나갈 새로운 김재철'로 포장하려는 계획을 세운 것이다. 전해 들은 바에 의하면 우연을 가장해서 (서울과 부산에서) 동시다발로 발표를 하고, 25일 '뉴MBC' 선언을 하려고 했다. 그래서 내가 기자회견에서 '10월의 화려한 쇼는 미수에 끝났다'고 표현한 것이다.
하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