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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13 11:39
새해 아침에
<우리 노짱님>
노무현 대통령님!
새해아침이 밝았습니다. 여느 날과 다름없이 아침은 우리에게 찾아왔습니다. 대통령님께서 먼 나라로 가신지도 벌써 여러 해가 지났군요. 아니 먼 나라라는 말은 쓰지 않겠습니다. 떠나셨지만 떠나셨다고 생각지 않으니까요. 언제나 함께하시고 마음 안에 살아 계시는 우리 님이니까요. 그래서 꼭 새해아침이 아니어도 곧 잘 봉하마을을 찾아오는 이유가 그런 연유가 아니겠습니까. 마을 어귀에 들어서면 자전거 길을 따라 경쾌한 바람 가르며 환한 웃음으로 맞이하실 것 같은 생전의 모습이 그려지기도 합니다. 그 옛날 제 아버지가 반기시던 그런 모습으로 말입니다. 실은 대통령님은 그리하고 계십니다. 날이 갈수록 대통령님을 그리는 사람들이 자꾸 늘어나고 있음이 바로 그 점을 말해주기도 하지요.
2012년 1월 1일 임진년 새해아침 대통령님의 묘역 앞에 섰습니다. 평소에 대통령님을 따르던 많은 사람들이 전국곳곳에서 추위도 잊은 채 달려 왔습니다. 어린이로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대통령님을 향한 그리움은 나날이 쌓여간다는 것을 여실히 말해주고 있습니다. 누가 이아침의 바람을 매섭다고 하였습니까? 맹추위라는 말은 더더욱 어울리지 않은 분위기고요. 많은 사람들이 품어내는 입김은 마치 깨끗한 구름을 만들 듯 새 하얀 세상으로 꾸며지고 있는 듯합니다. 참배객들의 표정은 더 말할 필요가 없는 일이구요. 진정 부활의 꿈이 새록새록 피어나고 있다는 것을 숨길 수 없는 사실로 나타나고 있었습니다.
대통령님을 향한 묵념시간에는 천사 표정들이었습니다. 이 세상 어디에 악의가 존재한다는 것은 상상이 되지 않을 만큼 맑아보였습니다. 이대로 오래 오래 시간이 흐르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지난시간 대통령님과 함께했던 시간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 욕심도 생겼습니다. 볼을 스치는 한줄기 바람과 곧 떠오를 동녘하늘의 햇살마저도 더 이상 다가오지 않기를 바랐던 게 솔직한 심정이었던 게지요. 대통령님의 순수했던 영혼이 우리 모두 가슴을 이렇게나 크게 비추고 있다는 것을 새삼 실감케 하는 자리였습니다.
정말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묘역을 다녀갔습니다. 너도 나도 한 마음으로 대통령님의 뜻을 받드는 의지를 잃지 않는 모습들이었습니다. 아니 더욱 강건해지는 느낌을 주었습니다. 이곳에 들르면 일상의 버거운 문제도 기쁨의 감회도 해소와 새로움을 얻곤 하니 평소에 당신의 넉넉한 인품이 늘 이들을 어루만져주고 있음을 우리는 잊지 않고 있습니다. 평소에 함께 하셨던 정신적 가치를 위로와 격려로 먼 길에서도 더욱 가깝게 다가서 주신다는 것을 온 몸으로 느끼고 있으니까요. 어쩌면 살아계실 때보다 더한 열정으로 손잡아 주심을, 그래서 늘 열려있는 따뜻한 가슴을 만나고 있음을 우리는 참 행복해하고 있습니다.
어느 날 ‘운명’이라는 명제를 남기고 떠나신 당신 앞에 당신의 수족과도 같은 동지께서 그 운명을 받들겠다는 각오와 다짐을 이제 만인 앞에 필로서 ‘운명’ 이라는 책을 출간하였습니다. 467페이지라는 긴긴 글로서 함께 걸어온 세월들을 차곡차곡 담아 대통령님의 묘역에 모셔두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한 장 두 장 페이지가 넘어가는 그 모습이 어찌나 경건하던지요. 바람이 넘기는 것이 아니라 아마 대통령님 영혼의 손길이어서 더 큰 감동을 주는가도 싶었습니다. 반드시 대통령님이 꼼꼼히 읽고 계신다는 것을 저희들 눈에 들어왔으니까요. 책장이 자주 넘어갈 때마다 민생고를 함께 나눈 법관의 길과 험난했던 정치적 길의 동지적 감정을 애서 회억하는 듯 대통령께서는 운명을 오래오래 읽고 계셨습니다.
‘당신은 이제 운명에서 해방됐지만 나는 당신이 남긴 숙제에서 꼼짝하지 못하게 됐다’ 이 대목에는 많은 이들도 감동하였습니다. 한 점도 당신의 뜻을 비켜가지 않겠다는 의지와 충정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는 게지요. 세상은 많이도 변했습니다. 기계화 물결 속에 각박해진 인심은 서로 자기몫 챙기기에만 급급합니다. 동지께서는 함께했던 분의 짐을 철저히 대신 지겠다는 참된 인간애를 우리에게 가르쳐주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게 됨으로 무겁게 짊어지셨던 당신의 짐도 차츰 풀려나리라는 기대에서 저희들은 큰 기쁨을 얻고 있답니다.
무엇보다 금품수수라는 억울한 죄목으로 여러 해 검찰 손에서 헤어나지 못했던 당신의 여성동지께서 흘리던 눈물은 우리 모두의 눈물이었습니다. 묘역에 머리 묻고 한 없이 무너져 내리는 가슴을 부여잡았을 그 아픔을 누가 어찌 대신할 수 있겠습니까. 정말 이 현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우리의 사명감은 시간이 지날수록 강해지기만 했습니다. 그리고 동지께서 자신의 아픔 속에 대통령님이 당했을 그 고통을 생각하며 더욱 더 이곳에서 발걸음을 옮겨놓지 못했습니다. 검찰과 언론의 칼날에 ‘운명’ 이라는 이름을 안고 어쩔 수 없이 떠나야하셨던 당신의 그 고통에 함께 몸부림 쳤던 게지요. 그런 광경에 저도 한동안 눈물이 멈춰지지 않았습니다. 억울함은 생살이 찢어지는 아픔임을 느끼지 못하는 가해자들의 무모한 언행을 제어하지 못하는 사회가 원망스럽고 저 자신이 미웠습니다. ‘생과 사’의 길은 궁극적으론 결국 같은 길인데 현세상이 영원할 듯 안하무인으로 일관하는 인심이 무서웠던 겁니다. 대통령님의 보살핌이었을까요? 그 동지께서는 누명을 벗고 이제 깨끗한 정치인으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또 봉하들판을 통째로 맡아 운영하는 비서관 동지의 갈퀴 같은 손을 보셨나요? 농사의 짐을 오롯이 맡아 경영하시느라 대 농가의 머슴손이 다 되셨습니다. 보는 이들의 가슴을 아리게도 하지요. 봉하마을을 시작으로 전국으로의 꿈을 꾸셨던 농촌재건이라는 대통령님의 이상을 한 점 흐트러짐 없이 이루어가고 있음을 소나무 껍질처럼 못나져버린 손이 잘 말해주고 있습니다. 피부 또한 아주 전형적인 대통령님과 꼭 닮으신 친근감이 가는 농부 아저씨가 다 되셨답니다.
한해 수확한 쌀 포대를 묘역에 바치며 통곡으로 온 몸 엎어져 일어서지 못하던 비서관님의 눈물은 장래행렬 때 눈물바다를 다시 연상 캐 하였습니다. 이 세상 어떤 그리움도 어떤 분노 슬픔도 이 눈물을 대신하겠느냐는 듯 온 몸을 던지시는 그 충심은 모두에게 감동의 표상이기도 하였지요. 그때는 오리 녀석 우렁이 녀석들도 슬픔에 잠긴 듯 온 들녘이 침묵만 흐르는 듯 했습니다. 또한 대통령님의 뜻을 받들어 단 한 평의 묵정밭도 옥토로 만들겠다는 다짐의 함성도 들리는 듯도 하였고요. 비서관님의 거친 손은 이 친구들과 반드시 뜻을 이루리라 여겨집니다.
지금껏 많은 동지들이 위기와 기쁨이 있을 때마다 이곳을 찾으면서 활력소와 넉넉함을 얻곤 하였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대통령님의 지지자는 더욱 많이 늘어날 것이고 부활의 그날이 멀지 않았음을 항상 큰 희망으로 다가서기도 합니다.
한해의 해가 불끈 솟아올랐습니다. 저 힘차고 붉은 해만큼이나 정열의 힘이 이 자리를 빛내고 있습니다. 그 햇빛을 받은 사람들의 뒷모습들이 한결같이 경건해보이기까지 합니다. 이 모두가 대통령님의 그 깨끗한 정신을 간직한 때문이겠지요. 사랑합니다. 대통령님 편안하십시오. 가슴으로 깊이깊이 전하며 한해의 출발을 다짐하겠습니다. 대통령님 감사합니다.
2012년 임진년 1월 1일 솔바람1234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