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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집 (수필)

댓글 3 추천 6 리트윗 1 조회 171 2012.10.11 17:49

 

고향 집

-생가-

<우리노짱님>

 

김소희

 

이곳에는 아직도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그 옛날 딱지치기 구슬치기로 흙 마당을 메우던 함성이 그대로 남아있는 듯 하고 여름내 지붕 위를 기어오르던 박 넝쿨의 텃밭이었던 초가지붕도 당시의 풍경을 말해주는 것 같다. 살금살금 조심스러운 몸짓으로 피워내던 박꽃의 소박함은 슬프리만치 깨끗함을 주었고, 까만 밤을 새 하얀 빛으로 밝혀주던 자태는 마치 달빛 속 요정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박 줄기가 지붕을 감싸고 있는 듯 한 아래 채 헛간에는 무거운 짐을 대신했던 지게가 그 날의 세월을 고스란히 안고 있다. 언제까지 짐을 내려놓고 싶지 않은 것일까. 수확한 들깨 단이 한 짐 가득 실린 채 주인의 등을 기다리는 모습이다. 어서 빨리 들판에 지고 나가 내년의 퇴비로 활용하라는 재촉인 듯 진지한 분위기가 정겹기까지 하다. 그리해야 다음해 수확한 곡식을 자신이 실어 나를 것이 아니냐, 채근하는 느낌은 더욱 살가운 정을 느끼게도 한다.

 

처마 밑을 지키고 있는 까만 알박이 찰옥수수는 예전의 생활을 그대로 옮겨 놓았는가 싶다. 늦가을 바람과 햇살에 여물어 한 겨울이면 고소한 튀박으로 주전부리가 되어주던 강냉이가 아직도 이곳을 지키고 있었다. 누구를 기다리느라 여태껏 남아있었을까. 자신을 올려다보며 배고픔을 달래던 옛 주인들이 그리워서일까. 아니면 대통령에서 돌아와 다시는 못 올 길을 떠나버린 막내도령이 보고 싶은지, 사각사각 마른 몸을 비비는 몸짓이 예사롭지 않다.

 

나란히 걸린 두 개의가마솥은 더욱 그 시절을 그립게 한다. 구수한 시락국이며 타닥 타닥 보리밥 타는 냄새가 온 집안가득 풍기고 있는 듯도 하다. 그 냄새는 이 세상 어떤 보배보다 진귀했고 어떤 희망보다 소중했다. 배부르게 먹어보는 것이 소원이었던 시절이었기에 그 느낌이 큰 바램으로 다가설 수밖에 없었다. 물론 가난한 탓도 있었지만 무쇠 솥과 장작불이라는 조화가 어쩌면 더더욱 식탐을 돋우었는지 모르겠다.

 

정말 그랬다. 자그마한 온돌방 두개만 보아도 생활의 구차함을 능히 짐작할 수 있다. 요즈음 같으면 한사람 누우면 족할 자리에 오남매가 이곳에서 먹고 자랐으니 배고픈 설움은 꼭 설움이 아니라 여겼을 게다. 청솔가지 연기가 갈라진 구들 목을 흘러나와 호흡장애를 일으켜도 당연히 이렇게 사는 일이라 여기며 견뎌야했던 시절이었다. 못 견딜 것 같지만 이겨내는 게 우리네 삶이듯, 작은 공간에서도 극복해내야 했던 게 당시의 형편이었다.

 

정갈한 여인들의 손맛이 익어 가던 장독대는 더욱 그에 대한 추억이 어린다. 그 시절 궁핍을 견뎌내는 데는 그래도 가장 인심 후하게 남아주었던 것은 된장이었다. 토질을 가리지 않고 잘 자라는 성질이 있어 콩만큼은 어려움을 지켜주는 역할을 하였다. ‘비야 비야 오너라 콩볶아 주꺼마.’ 노래 가사나 ‘콩 한쪽도 열명을 나누어먹는다’ 는 나눔의 가치를 설파한 일들도, 분명 밭의 소고기로 가난을 대신하였음을 말해주고 있다.

 

옹기종기 모인 항아리들 속에 한층 숙성된 간장이 지난날 애환을 담고 있을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은 어인 일일까. 아직도 집주인을 지키고 있을 것 같은 생각은 물론, 그냥 빈 그릇으로 남아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꼭 뚜껑을 열어보고 싶은 충동도 크게 들었지만 왠지 떠난 님의 영혼이 그곳에 조용히 쉬고 있으리란 생각에 그만 발걸음을 돌리고 말았다.

 

그렇다. 이곳은 바로 사랑하는 노짱님이 태어나고 청년시절을 보낸 고향집이다. 사자바위 부엉이 바위, 웅장한 바위가 뒷산을 호위하고 넓게 펼쳐진 봉하 들녘은 끝없는 평야를 연상시켜줄 만큼 넉넉함이 있는 곳이다. 정말 돈으로 살수 없는 자연배경이란 이런데서 나온 말일까. 일반적으로 앞뒤 높은 산이 가리면은 갑갑함과 구속감을 주지만 사방이 확 트인 봉하마을은 그것이 아니었다. 마당에 내려서면 동서남북에서 모든 소식이 전해올 듯한 기다림을 주기도하고 당장이라도 그곳으로 날아가고 싶은 충동을 일으키기도 한다. 개방적이다 진취적이다 하는 말들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곳에 서보면 알게 된다. 욕구불만이나 경직된 성격을 발견할 수 없었던 노무현대통령의 콸콸한 성품이 바로 이런 여건에서 나왔음을 짐작이 가기도 한다.

 

하늘 또한 가려지는 장애물이 없으니 더 없이 넓은 세계를 만날 수 있었다. 별들의 식구들이 무수히 내리는 밤이면 노짱님의 마당은 금빛으로 물들었으리라. 그 속에는 천사들이 살포시 내려오는 모습도 그려보았을 테고, 옥황상재의 따뜻한 마음이 담긴 편지를 받아보며 지상낙원을 꿈꾸기도 하였지 싶다. 그래서 지상과 천상을 왕래하는 상상으로 포부와 이상을 설계하며, 환상적인 세계를 만들어보는 마음으로 오늘을 살아왔으리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별들이 얼굴을 드러내는 어둠이 깔리면 큰 호기심으로 다가섰을 노짱님이 떠오르는 것은 어인 일일까. 그는 바로 별 같은 존재였기 때문이다. 높은 위치에서 작은 반짝임으로 어린 가슴에 꿈을 키워주던 별 친구처럼, 제왕이면서 서민으로 살다 갔던 그 순수함이 우리의 가슴을 적셔 주고 있는 것이다.

 

이제 그는 지난날 고향집에서 꿈꾸었던 별들의 나라에서 맑은 구름 타고 지상과 천상을 오가며 살고 있을지 모른다. 한 밤중 눈꽃처럼 다가서던 새하얀 박꽃도 만나볼 것이며 뿌우연 뜨물에 무우 몇 가닥 썰어 넣은 된장국 맛에 식탐을 부리는 여유도 가져보지 싶다. 등이 헤어지도록 져야했던 지겟짐을 이제는 무겁지도 않을 것이며 오히려 그들을 만난 것을 고마워하고 있으리란 생각이 든다.

 

어쩌면 그는 이런 삶이 있었기에 건강한 오늘을 설계 할 수 있었을 것도 같다. 아픔을 겪었기에 약자 편에 섰었고 가진 것이 없기에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욕심이 없었기에 자신의 과오를 용서하지 않았고 자신을 용서하지 않음으로 많은 사람의 가슴에 큰 이름으로 남았다.

 

우리 노짱님은 지금 이 순간도 그 옛날 별빛보다 더 밝은 빛을 수놓고 있을지 모른다. 어린 날 가졌던 아름다움보다 더 이상적인 꿈을 이 봉화마을에 심어 주리란 생각도 해본다. 그래서 진정 고향이 있었기에 자신이 있었다는 진리를 이야기하며, 그곳 세상소식도 한 보따리 풀어놓는 넉넉함도 잊지 않으리라. 이런 자세는 바로 생전 우리 노짱님의 살아있는 모습이기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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