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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영웅들 / 개곰

댓글 8 추천 11 리트윗 2 조회 206 2012.10.08 08:57

 

작은 영웅들

글쓴이 : 개곰    2012-10-03 (수) 14:04

미국을 세운 건국의 아버지들이 성서 다음으로 열심히 읽은 것은 프랑스의 계몽주의 정치철학자인 몽테스키외의 책이었다. 몽테스키외는 행정부, 사법부, 입법부가 독립을 누리면서 서로를 견제하는 권력 분립 체제를 민주 공화국의 이상으로 삼았다. 미국 헌법을 사실상 썼고 나중에 대통령도 지낸 제임스 메디슨은 몽테스키외의 권력 분립 이론을 미국 헌법에 그대로 반영했다. 미국은 프랑스보다 앞서 권력 분립 이론을 세계에서 가장 먼저 구현한 나라였다. 

그러나 몽테스키외는 메디슨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기도 했다. 몽테스키외가 참된 민주주의는 아테네 같은 그리스 도시 국가처럼 땅덩어리가 작은 나라에서만 가능하다고 말했기 때문이었다. 작은 나라에서는 국민 사이에서 공화정을 지켜야겠다는 동질감과 구심력이 생겨나지만 인구가 분산되는 큰 나라에서는 국민 사이에서 이질감과 원심력이 생겨나기 십상이라는 것이었다. 

메디슨은 그러나 신생 독립국 미국은 다르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미국이 드넓은 땅을 끝없이 제공하는 미개척 변경을 가진 나라였기 때문이었다. 정착지에서 땅을 못 가진 사람은 서쪽으로 나아가면 얼마든지 땅을 손에 넣을 수 있는 나라가 서부 개척 시대의 미국이었다. 정착지에서 무시당하고 괄시당해도 훌훌 털고 서쪽 변경으로 이주하면 눈치 안 보고 살 수 있는 나라가 미국이었다. 

그러나 메디슨은 앞으로 한 세기 안에 미국 안에서 처녀지가 없어지고 사람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줄 수 없게 되면 미국은 심각한 위기를 겪게 될 것으로 1829년에 내다보았다. 메디슨의 우려는 더 빨리 현실로 다가왔다. 1890년 미국 인구국은 미국에는 서부 변경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더 이상 뻗어나갈 곳이 없어지자 과잉 생산물이 쌓이기 시작했다. 남아도는 철도와 남아도는 식량은 가격 폭락과 파산으로 이어졌다. 기업들은 해외에서 활로를 찾지 못하는 한 미국은 내부 갈등으로 무너질 수밖에 없다면서 정부에 적극적인 대외 정책을 요구했다. 미국이 1890년 이후 쿠바, 필리핀 등 중남미와 태평양에서 군사 개입에 나서면서 자국 기업의 이익을 충실히 지켜주는 꼭두각시 정권을 잇따라 세운 것은 그런 정책의 일환이었다. 

고립주의는 신화였다. 미국은 자유와 정의를 지키기 위해서 전통적 대외 정책인 고립주의를 포기하고 어쩔 수 없이 번번이 전쟁을 떠맡은 나라가 아니었다. 미국의 주류는 고립주의를 추구한 적이 없었다. 미국은 영국과 프랑스가 독일에게 질 경우 두 나라에게 빌려준 돈을 떼일까봐 우려한 모건, 록펠러 같은 금융자본가들의 압력으로 1차대전에 참전하기 전까지도, 1898년 쿠바 점령을 필두로 이미 20번 가깝게 해외 군사 원정에 나선 기록을 가졌다. 

1차대전이 끝나고 민주당 출신의 윌슨 대통령이 민족자결주의를 내세우면서 전세계 피압박 민족에게 희망의 등불로 떠올랐지만 윌슨이 민족자결주의를 내건 것은 독일의 영향력을 줄이기 위해서였다. 패전국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영향권 아래 있었던 체코, 루마니아 같은 중유럽과 동유럽의 코카서스 인종이 윌슨이 말한 민족 자결의 대상이었다. 

윌슨이 민족자결주의를 부르짖고 국제연맹 창설을 추진한 또 하나의 이유는 러시아에 들어선 공산주의 정권을 견제하기 위해서였다. 레닌의 공산주의 체제가 다른 자본주의 국가들과는 달리 중국 등지에서 러시아 제국이 가졌던 기득권을 아무 조건 없이 포기하면서 세계 진보의 구심점으로 떠오르자 거기에 찬물을 끼얹기 위해서였다.

윌슨 대통령이 추진한 미국의 국제연맹 가입은 공화당의 격렬한 반대로 실패로 돌아갔다. 역사는 고립주의를 선호하는 미국의 보수 진영이 미국이 국제연맹에 가입하면 또다시 전쟁에 얽혀들어갈까봐 반대한 것으로 묘사하지만 공화당이 국제연맹 가입에 반대한 이유는 국제연맹에 가입하면 국제법에 얽매여 무력 개입을 하면서 마음대로 미국의 국익을 추구하지 못할 것을 우려해서였다. 민주당 주류도 공화당 주류도 미국의 대외 팽창에 제동이 걸리면 광대한 영토를 가진 미국이라는 공화국은 극심한 내부 분열로 붕괴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똑같이 품고 있었다. 미국의 민주주의를 지탱한 힘은 권력 분립에 기초한 견제와 균형이 아니라 대외 팽창이었다. 

미국의 대외 팽창 정책이 전통적 제국주의 국가들의 팽창 전략과 다른 점은 직접 식민 통치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미국(이 아니라 미국 기업들)의 이익을 조금이라도 건드리는 나라는 기어이 무너뜨리고 내부 갈등을 부추겨서 분할통치하는 전략을 추구한다는 점에서는 여느 제국주의 국가와 다를 것이 없다. 이라크와 리비아가 그렇게 무너졌고 이제는 시리아가 당하고 있다. 시리아의 훌라에서 벌어진 민간인 "학살"은 정부군의 소행인지 반군의 소행인지 불분명하다고 친미적이라는 유엔의 보고서가 밝혔는데도 미국은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을 또 다른 후세인, 또 다른 카다피로 낙인찍으면서 시리아를 내전과 분열로 몰아가고 있다. 

미국과 나토가 이라크나 리비아에서처럼 대놓고 시리아로 쳐들어가지 못하는 것은 시리아의 우방인 이란의 첨단 무기를 의식해서다. 이란은 사우디에 이어 세계 2위의 산유국이지만 자력으로 정유공장 하나 짓지 못할 정도로 제조업 기반이 약한 나라인데도 2009년부터 올해 2월까지 인공위성을 세 번이나 성공적으로 쏘아올렸다. 인공위성을 쏘아올릴 수 있다는 것은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쏘아올릴 수 있다는 소리다. 이란의 인공위성 발사 기술은 러시아나 중국이 준 것이 아니다. 팽창을 추구하는 제국주의 국가는 절대로 타국에게 첨단 군사 기술을 주지 않는다. 

이란의 군사 기술은 북한으로부터 전수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2002년 초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 이란, 북한을 악의 축으로 거명한 뒤 2003년 이라크를 침공하여 후세인을 제거했다. 이란이 넋놓고 앉아서 이라크처럼 맥없이 당하기를 기다렸을 리 없다. 이란은 똑같이 악의 축으로 규정된 북한에게 도움을 요청했을 것이고 북한은 거기에 화답했을 것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엄포만 놓으면서 눈엣가시인 이란을 공격하지 못하는 것은 이란의 보복력이 두려워서다.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할 경우 이란도 큰 피해를 입겠지만 땅덩이가 작은 이스라엘은 이란의 반격으로 아예 나라가 사라질 수 있다. 이스라엘이 핵발전소를 지으려다가 재고한 것도 후쿠시마 사태에 충격을 받아서기도 하지만 꼭 핵이 아니더라도 미사일 한 방이 자국의 핵발전소를 강타하면 그것이 곧 피폭이고 망국의 길임을 잘 알아서였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미국에는 현재 65개의 원자력발전소(원자로는 104기)가 있는데 대부분 경제와 산업의 중심지인 동부 지역에 몰려 있다. 이란의 대륙간탄도탄 사정권 안에 있다. 미국은 숱하게 전쟁을 벌였지만 남북전쟁이라는 내전을 빼놓고는 자국 안에서 전쟁을 벌인 적이 없다. 미국이 아무리 팽창에 눈이 멀었어도 자국을 전쟁터로 만드는 위험을 감수할 만큼 강심장은 아니다. 

자국을 전쟁터로 만들지 않으려는 생각은 북한에게도 있다. 미국의 핵무기 전문가 프라이 박사는 2005년 상원에서 적대국의 높은 상공에서 핵무기를 터뜨려 거기서 나오는 강력한 전자기파로 산업과 경제를 마비시키는 EMP 무기의 가공할 위력에 대해 보고했다. 그는 특히 이란, 북한, 러시아, 중국이 미국이 EMP 무기를 써서 선제 핵공격을 퍼부을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하면서 보고 말미에 가서 그런데 북한의 전쟁 전략에 흥미로운 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1998년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주장하면서 망명한 황장엽에 따르면 한반도에서 분쟁의 조짐이 보일 경우 초장에 일본을 공격하여 초토화하는 것이 북한의 전략이라는 것이었다. 일본의 산업과 경제가 쑥밭이 되는 것을 보면 미국이 감히 개입하지 못하리라는 것이 북한의 판단이라는 것이었다. 

미국은 일본과도 한국과도 각각 군사동맹을 맺고 있지만 한국과 일본은 군사동맹을 맺지 않고 있다. 그래서 북한이 미국으로부터 공격을 당하거나 공격 낌새를 포착하고 일본을 공격해도 전쟁은 일본과 북한 아니면 일본,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벌어지지 한국은 개입하지 않아도 된다. 한국은 전쟁에 휘말려들지 않을 수 있다. 한반도는 6.25전쟁의 비극을 모면할 수 있다. 

그런데 한국과 일본이 군사정보협정을 맺고 이것이 실질적인 군사동맹으로 발전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미국을 등에 업고 일본이 북한을 공격해도 북한이 일본을 공격해도 한국은 일본 편에 서서 북한과 싸워야 한다. 북한이 직접적으로 한국에 위해를 가하지 않았는데도 그렇게 해야 한다. 한국은 미국과 일본의 총알받이가 되고 한반도는 다시 전쟁터가 된다. 전쟁이 안 일어나더라도 남과 북은 더욱 분열되고 미국은 한국을 가지고 놀면서 잇속을 챙길 수 있다. 

한국이 해방 후 66년이 넘었는데도 아직까지 미국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 것은 자력으로 독립을 하지 못한 업보다. 남의 힘으로 독립을 했기에, 힘센 미국이 만만하기에 박아놓은, 남에게 빌붙고 동족을 괴롭히면서 생존해온 세력이 판을 치는 나라에서 자국 대통령과 자국 경찰과 자국 판사와 자국 검찰에게 짓밟히며 살아야 했다. 한국의 역대 독재 정권은 타국을 분열시키면서 자국을 통합하고 팽창하는 미국의 행동대원으로 남북 갈등을 부추기는 데에 앞장서는 것도 모자라 자기 생존을 위해 지역 갈등까지 조장하면서 겨레와 국민을 찢어발겼다.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를 이끈 지도자들이 겨레와 국민의 통합을 위해 노력한 덕분에 남과 북은 다방면에서 남북 공생을 위한 합의들을 많이 이루어냈지만 겨레와 국민의 분열 위에 기생해온 친일 친미 기득권 세력은 그 소중한 합의들을 정권을 잡자마자 짓밟았다. 10년이라는 기간이 너무 짧기도 했지만 한국이 독립국이라는 착각을 했기 때문에 국민이 방심한 탓도 컸다. 투표장 한 번 가서 괜찮은 사람만 지도자로 뽑으면 그 사람이 다 알아서 하겠지, 하면서 책임을 몇 사람한테만 떠넘긴 불찰이 더 컸다. 

한국은 독립국이 아니다. 남과 북의 화합과 화해를 바라지 않는 식민 통치 예찬 세력이 아직도 사회 각 분야에서 기득권을 거머쥔 나라는 독립국이 아니다. 그런 나라의 유권자는 독립운동을 하는 심정으로 투표를 한 다음에도 긴장을 늦추지 말고 자신이 뽑은 지도자가 고립되지 않고 용기 있게 현실을 바꿔나갈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 

예전에는 목숨을 걸고 총칼을 들고 독립운동을 해야 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꼬박꼬박 투표를 하고 생업에 바쁜 나 대신 총대를 메고 정치라는 흙탕물 속에서 뒹굴어야 했던 노무현과의 의로운 정치인들에게 소액이라도 꾸준히 재정적 지원을 하는 것이 곧 독립운동이다.  

칼라일은 역사는 영웅이 만들어간다는 영웅사관으로 알려졌지만 정작 그가 덧붙인 더 중요한 말은 잊혀졌다. 칼라일은 영웅이 영웅 노릇을 제대로 하려면 영웅의 진가를 알아보는 작은 영웅들이 많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무현이라는 불세출의 영웅이 허무하게 간 것은 영웅의 진가를 알아보고 참된 영웅을 위해 끝까지 싸워나갈 각오가 되어 있는 작은 영웅들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노무현은 대의와 공의를 위해 일신의 안일을 버리고 정치라는 가시밭길로 나선 노무현과의 영웅을 남기고 갔다. 영웅을 살리는 것은 영웅을 알아보고 밀어주는 이름 없는 사람들이다. 문재인의 정치적 운명은 이름 없는 사람들에게 달렸다. 영웅의 운명은 우리에게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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