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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27 15:03
문재인이 윤여준을 담쟁이 캠프로 끌어들였다고 한다. 그러자 어떤분은 이를 두고 '어이없다'하시고 또 다른 어떤분은 '사상검증을 통한 전향 절차가 생략되었다"며 큰 한탄을 하신다. 난 그분들의 걱정과 탄식이 잘못되었다고 보지 않는다. 그것은 충분히 그리 생각할 수 있는 측면이 있을 뿐만아니라 그 안엔 나름 상당한 건강함이 내포되어 있다고도 생각한다.
문재인이 민주당 대통령후보가 되고 첫번째로 한 일이 국립현충원 방문이었다. 거기서 그는 이승만과 박정희묘소를 참배하지 않았다. 김대중대통령과 사병묘역만을 참배하였다. 이에 대하여 윤여준은 말한다. 국민통합의 관점에서는 이승만과 박정희 묘소를 참배하지 않은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이다. 그리고 전두환 노태우에게 인사를 할 것을 윤여준은 제안한다. 그러자 문재인은 이에 대하여 '생각해보겠다'며 완곡한 형태의 거절을 한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과 윤여준은 역사관이나 인식체계에 있어서 분명한 차이가 있다. 어쩌면 물과 기름처럼 영원히 섞이지 않을 사람들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문재인은 윤여준을 선택하였다. 왜냐하면 문재인은 헤게모니를 이미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일 문재인이 헤게모니도 장악하지 않은 상태에서 윤여준을 영입했다면 이는 어이없는 야합에 불과할 것이다. 문재인이 헤게모니를 장악하지 않았다면 윤여준을 영입하기 위해 공을 들이지도 않았을 것이며 설혹 윤여준이 담쟁이쪽으로 넘어온다고 했다면 철저한 사상검증을 통한 전향 절차를 밟았을 것이다. 결국 문재인에게 주어진 헤게모니는 윤여준을 아우르고 통제할 수 있다고 난 본다. 그렇기에 난 문재인의 윤여준 영입을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고 환영할 수 있다.
문재인의 윤여준 영입을 통해 난 문재인의 권력의지를 느낀다. 난 그것이 대통령이 되고야 말겠다는 분명한 문재인의 의사표시로 들린다. 이젠 그 누구도 문재인의 권력의지가 부족하다고 말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것의 종지부를 문재인은 윤여준을 통해 찍었다고 본다. 문재인은 이제 우리나라의 대통령이 되고자 한다. 진보만의 대통령이 아니라 보수를 지향하는 사람들도 보듬어 갈 그런 대통령 말이다. 진보쪽에서 더 많은 표를 몰아 주었다고 문재인에게 표를 주지 않은 사람들을 내박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들 역시 대한민국의 국민이고 문재인이 대통령이되며 그들의 대통령이기도 하기에 그렇다.
윤여준이 맡은 직책이 국민통합추진위원장이라고 한다. 문재인과 윤여준은 물과 기름과 같은 사람들이다. 그러나 문재인이 물이라고 해도 대통령이 되고자 한다면 기름이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는 알아야 한다. 그렇기 위해서 기름의 생각을 들어야 한다. 그래서 문재인은 윤여준에게 그자리를 내 주었다고 난 생각한다. 역으로 생각해보자. 국민통합을 주장하면서 진보일색의 인사들로 국민통합추진위원회를 꾸린다면 그것을 두고 국민 누구가 문재인의 국민통합을 향한 진정성을 알아 주겠는가? 그래서 난 문재인의 윤여준의 영입을 또 다시 크게 환영할 수 있다.
문재인은 지금 그에게 주어진 시대적 소명을 묵묵히 수행해 가고 있다. 누가 문재인에게 그와 같은 소명을 요청하였는가? 우리다. 바로 우리가 그의 양어깨에 시대적 소명을 얹어 놓은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은 문재인의 운명처럼 다가선 소명을 향한 발걸음 하나하나에 추호의 의심도 있어선 안된다. 성원하고 또 성원하여야 한다. 믿고 또 믿어야 한다. 그것이 시대적 소명을 짊어지고 가는 문재인을 지지하는 우리의 소명이기에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