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4
0
조회 208
2012.09.24 21:17
조동환(변호사)
수줍음
2011년 5월 14일.
난 김해 봉하 마을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우리 커플은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창립 멤버로
노사모에서 만나 10년 연애 끝에 결혼을 하게 되었다.
대통령님이 계신 곳인 만큼, 대통령님과 함께 해 오신 분이 주례를 맡아 주시길 원했고,
우리 커플은 문재인 이사장께 주례를 부탁 드렸다.
우리의 부탁에 대해, 문 이사장은 한번 생각해 보겠다고 하셨고, 며칠 후 전화를 주셨다.
“제가 지금까지 주례를 한 번도 해 본적이 없어요.
사무실 직원들, 청와대 시절 직원들의 주례 부탁도 다 거절했어요.”라며, 주례를 거절하셨다.
한마디 말씀을 덧붙였는데, “솔직히, 대중들 앞에 서는 게 두렵기도 해요.”
그런 그가 변했다.
며칠 전, 한 지하철역에서 유권자들에게 출근인사를 하는 그를 보았다.
출근인사를 하는 문재인 이사장을, 대부분의 시민들이 반갑게 맞아 주셨지만,
간혹 외면하는 분도 계셨다.
그러나 문 이사장은 외면하는 분에게도 적극적으로 다가가 인사를 드리며,
정말 열심히 하겠다는 말씀을 건네신다.
참여정부의 마침과 동시에
그는 낙향하여 ‘자연인 문재인’으로 평화로운 보통의 삶을 살고자 했다.
하지만 대통령님의 억울한 죽음과 우리 사회 전반의 역주행이
수줍은 ‘자연인 문재인’을 대중 속으로 뛰어들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그에게는 죄송하지만, 한편으로 가슴이 뜨거워진다.
솔직함
2012년 1월 4일.
문 이사장님이 ‘힐링 캠프’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되었다.
수줍은(?) 그가 걱정이 되어 녹화 장소였던 충북 제천에 무작정 따라 가게 되었다.
(마침 난 그 날 재판 등 개인 일정이 없었다.)
대기실에 ‘힐링 캠프’ 작가가 와서, 당초 대본에 없던 ‘스피드 퀴즈’를 하게 되었다고 전한다.
직전에 방송된 ‘박근혜 전 대표’ 편의 경우,
박근혜 전 대표께서 ‘스피드 퀴즈’를 너무나 잘 하셨고 그 때 시청률이 너무 높았다고 하면서...
솔직히 박 전 대표 방송 편에서 30대인 나도 모르는 것들을
박 전 대표께서 너무나 잘 맞혀서 놀라웠는데,
전혀 대본 없이 박 전 대표께서 퀴즈를 다 맞혔다고 한다.
부랴부랴 나는 문 이사장께 걸 그룹 ‘카라’의 멤버 이름을 외우시라고 강요(?)를 한다.
문 이사장님은 허허 웃기만 하신다.
“그냥 모르면 모르는 대로, 있는 그대로 하자.”시며….
원래 문 이사장님도 청와대에 들어가기 전인 2003년 까지는 예능 프로그램 등도 즐겨 봤는데
청와대에 들어간 이후에는 바쁘고 신경 쓸 일이 많아 ‘오락 프로그램’을 볼 시간이 없었단다.
녹화가 시작되고, ‘카라’가 아니라, ‘2NE1’이 문제로 나왔고, 문 이사장님은
“….”
녹화 중에 사전에 전혀 이야기가 없었던 ‘노무현 유서’ 이야기가 나왔고
문 이사장님은 “정말 (유서를) 못 버리겠더라.”고 말씀 하시며
아직도 그 유서를 지갑에 넣어 다니신다고 하신다.
녹화가 끝나고 우리 일행과 같이 걸어가면서
또 “정말 거짓말이 아니고, 왠지 모르겠지만, 정말 못 버리겠더라.”라고 하신다.
겸손함
2011년 6월 15일.
<운명>이라는 책이 나왔다.
그 책을 보고 나서 문 이사장을 잘 안다고 하는 주변 사람들 까지도 깜짝 놀란다.
문 이사장의 가난했던 삶, 특전사 군대 생활, 민주화 운동,
드라마틱한 고시 합격 이야기 및 사모님과의 연애담 등… 그는 항상 그랬다.
자기 자랑에 익숙하지 않고 하지도 않는다.
<운명>에 실린 내용도 주변 사람들이 겨우 설득해서 실었단다.
요즘 들어, 문 이사장님이 드디어 나에게 ‘반말’을 하신다.
이제 나도 그에게 ‘꽃’(?)이 된 것 같다.
그는 어지간해서는 아래 사람에게 함부로 ‘하대’를 하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그에게 하대를 받고 싶다.
눈물
2009년 5월 23일.
이날 주요 신문 1면은
내가 전날 받은 판결(위헌제청 결정)과 나의 인터뷰 내용으로 장식되었다.
나는 전날 기쁨에 도취되어 만취했다.
만취해 쓰러져 자고 있던 나를 깨우는 전화 한통이 걸려온다.
전날 나를 인터뷰했던 모 방송사 기자의 전화다.
“노무현 대통령이 돌아 가셨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 라고 묻는다.
나는 화를 내며, 전화를 끊는다.
그리고 울었다. 또, 많은 국민들도 울었다.
그가 국민들 앞에 섰다. 대통령님의 죽음을 알리기 위해서….
그러나 그는 울지 않는다.
대통령님의 죽음을 국민들에게 침착히 알린다.
언론은 그의 침착함에 주목했다.
하지만 그도 남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자주 눈물을 흘렸다.
30년을 함께 해 온 ‘친구’를 잃은 슬픔에….
‘힐링 캠프’를 녹화 하는 동안, 작가들이 운다.
그의 살아온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들이 운다.
많은 부분이 편집되어 그의 삶에 대한 이야기들 많은 부분이 방송 되지는 못했지만,
그의 삶 자체는 감동과 눈물이었다.
그와 함께 또 한 번의 눈물을 흘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