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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22 08:26
역사의 판단에 맡긴다는 말은
전봉준이 형장에 끌려갈 때나,
형틀에 묶인 윤봉길이
일본군의 사형집행 직전에나
떠올릴 만한 말입니다
아버지 죄 갚지 않아도 됩니다
사과를 바라지도 않겠습니다
인혁당 유가족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지켜주세요
상처에 소금을 뿌리진 말아요
『후보님께서는 5·16과 유신에 대한 시비를 역사의 판단에 맡기자고 하셨지요. 그 한마디 말씀에 참 여러 가지 결이 다른 감정과 생각이 솟아올랐습니다. 먼저 든 생각은 그 대사는 후보님 같은 생을 살아와 현재의 위치에 서 있는 분이 할 얘기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비슷비슷한 말이 많이 있지요. 역사가 알아주리라, 역사가 우리를 기억하리라, 역사에 어떻게 남는가 보자, 후대의 사가들의 판단에 맡기겠다…. 제 직업이 역사를 공부하는 것인지라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게 됩니다.
그런데요, 이런 말을 하고 사라진 분들, 혹은 이런 말조차 남기지도 못하고 사라진 분들이 서 있던 위치는 후보님이 지금 서 계시는 위치와 사뭇 다릅니다. 역사의 판단에 맡긴다는 말은, 그래도 역사를 한 40년 공부해 온 제가 느끼기엔 이렇습니다. 그것은 형형한 눈빛으로 바라보던 세상을 더 이상 볼 수 없게 된 전봉준이 형장에 끌려가며 할 만한 말입니다.
몸은 비록 가나자와 육군형무소의 형틀에 묶여 있지만 마음만은 조선의 하늘을 날았을 윤봉길 의사가 일본 헌병들의 ‘사격 준비’ 소리를 들으며 떠올렸을 말입니다.(아, 그러고 보니 이번 대통령 선거 날 꼭 80년 전이 윤봉길 의사가 처형당한 날이군요. 그날 전 윤봉길 의사께 투표할 겁니다.) 32년 전 5월27일 새벽 광주에서 거리의 소년, 배달의 기수들이 이제 죽어 자빠지면 돌봐줄 가족도 없다며 목욕하고 속옷 새로 사 입은 뒤 도청 계단에 쭈그리고 앉아 다가오는 계엄군을 기다리며 마음속으로 했을 생각입니다.
캄캄한 새벽, 아직도 자고 있는 같은 방 재소자들을 행여 깨울까봐 발꿈치 들고 조심조심 감방을 나와 사형당한 인혁당 사형수, 유언마저 조작당한 그 인혁당 사형수가 남겼을 만한 말입니다. 권력을 가진 사람들, 한 나라의 최고 권력자가 되려는 사람들은 역사의 판단이 아니라 우선 자기 시대의 민중, 당대의 민중들에 대해서 책임을 지는 겁니다. 사람들이 물어본 건 5·16과 유신에 대한 후보님의 견해이지 후세 역사의 판단은 아닙니다.』
한홍구의 유신과 오늘에서 (본문 보기)
오늘 새눌당 관보 ㅈㅅ 사설은 그들의 사외이사 이한구 원내대표가 안철수 후보에 대한 공개적 불평에 관한 지적질과 그에 대한 훈수의 글입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문재인과 안철수는 결국 단일화를 할 거니 헛된 꿈 버리고 자력으로 대선에서 승리할 길을 찾으라는 주문이었습니다. 요행을 버리고 버전업 된 세련된 차떼기와 나눔의 미학을 실천하라, 뭐 그런 잡소리.
송희영 논설주간이 칼럼이라고 쓴 ‘박근혜·문재인·안철수의 경제학 학점’이란 글이 실렸습니다. 초딩 아이 일기숙제를 부모가 써준 글이었습니다. 세 후보의 공약을 비교하면서 잔뜩 흰 여백을 메웠지만 ‘그래서 뭐 어쩌라고?’라는 질문밖에 할 말이 없는 글쓰기 기본도 안 된 학점 미달의 글이었습니다. 세 후보의 정책을 죽 비교해 보니 공공 부문과 노동 부문의 개혁이 눈에 안 띄었다고요. ㅋ~ 내 눈에는 언론 부문 개혁이 없드만. 그래도 결론은 내려야 하니 너희들 초장에 실패하면 그거 다 뻥이었음을 국민은 알 거야, 랍니다. 꼴에 그걸 한자로 호사(豪奢) 취미라나나 뭐라나^^. 추석 보너스가 솔솔하지요, 송희영 논설주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