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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21 02:35
안철수 후보님, 대선 출정식에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공(功)은 권위주의 타파이고, 재벌의 경제력 집중과 빈부격차 심화는 굉장히 큰 과(過)”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제가 알고 있기로는 재벌의 경제력 집중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고, 그 책임도 IMF체제 이후에 이 땅에 번성한 신자유주의자들에게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을 보좌했던 이헌재 부총리를 정점으로 하는 신자유주의 경제 관료들이란 이 땅에서 가장 강력한 이익 집단이었고, 어느 누구도 그들을 넘어설 수 없었습니다.
게다가 자신의 신념만을 고집하지 않는 노무현 대통령은 신자유주의가 극성에 이른 시점에서 좌측 깜빡이를 켜고도 우회전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이헌재 부총리를 정점으로 하는 모피아들의 주장이 당시에는 합리적이라 봤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요?
후보님은 대통령 혼자서 어떤 일도 할 수 없는 시대가 지금이고, 대통령은 국민에게서 시작해 각계의 전문가들을 거쳐서 올라온 의견을 실현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말도 한 것으로 기억합니다.
디지털 시대의 융합도 그런 것이라 하셨구요.
헌데 말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을 보좌하는 경제통 중에는 정태인 같은 분도 있었고 이광재 같은 분도 있었고 유시민 같은 분도 있었습니다.
권력까지 내놓을 수 있다며 한나라당에게 연정을 제의하고 좌측 깜빡이를 켜고 우회전 한 것으로 봤을 때, 좌우의 융합도 노무현 대통령이 원조가 아닐까요?
김상조 교수나 우석훈 교수의 말을 빌리자면, 이헌재를 정점으로 하는 모피아(재무부와 마피아의 합성어로 재무부 출신의 경제 관료들의 행태가 마피아 같다는 것에서 나왔다)들의 정보와 정책 왜곡이 노무현 대통령을 흔들었다고 합니다.
경제력 집중에 대한 평가에 대해서도 장하준 교수나 정태일 교수 같은 분들의 의견은 후보님과는 너무나 다릅니다.
재벌이라는 체제가 수출 위주의 기업과 내수 위주의 기업과 분리해서 보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라 알고 있습니다.
유럽의 선진국들을 둘러보면 경제력 집중은 어느 나라에서나 볼 수 있는 것입니다.
미국처럼 군산복합체, 금융, 제약, IT, 문화, 아이디어 산업이 발달한 나라에도 기업집단은 너무나 흔합니다.
그들 나라에 가서 물어보면 경제력 집중이 문제가 아니라 조세 정의가 실현되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합니다.
즉, 후보님이 말씀하신 정치의 문제고 국민과의 타협의 문제인 것이지요.
또한 삼성전자(전 제품의 라인업)와 노키아(휴대전화에 올인)는 전혀 다른 체제를 유지했기에 성공과 좌절로 극명하게 갈렸던 것이지 경제력 집중의 부작용 때문에 일어난 일이 아닙니다.
대규모 투자가 들어간 제조업체의 경우에는 쉽게 주력 종목을 갈아탈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경제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혁신이란 것이 나이키나 스타벅스, 맥도날드나 MS, 월마트와 애플처럼 대규모 투자가 들어가는 제조와 생산 부분은 저임금국가에 아웃소싱하고 마케팅에만 전력한 기업들에서 나왔다고 해서 그것이 이 시대의 패러다임인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디지털 기술이라고 하는 것도 제조업체의 제품이 없으면 존재할 수 없습니다.
‘불경한 삼위일체’라 불리는 신자유주의의 첨병인 IMF와 세계은행, WTO와 그들을 뒤에서 조정하는 백악관과 재무부, 월가와 런던의 금융가 그렇게도 싫어하는 대규모 투자가 들어가는 제조업체 말입니다.
1929년 이후에 일어난 경제 위기 중 전세계적으로 타격을 준 것도 금융과 IT 거품의 폭발에서 비롯됐던 것은 어떻게 설명하시렵니까?
구글마저도 본색을 드러내 제조업은 물론 지적재산권 확보에 뛰어들어 제2의 애플이 되려고 합니다.
대체 디지털 마인드라고 하는 것의 정체는 무엇입니까?
구글과 비슷한 꿈을 꾸었고 실현하기 위해 사업도 했던 저로써는 그 정체가 도무지 손에 잡히지 않습니다.
인터넷 요금, 스마트폰 요금처럼 디지털 기술들이 국민들의 지갑을 탈탈 털고 가는 것도 디지털 마인드에 속하는 것인지요?
인류 역사상 최악의 경제 대불황을 겪고 있는 작금의 사태가 금융 산업에 무소불위의 힘을 준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에서 나왔다는 것은 또 어떻게 설명하시렵니까?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 부의 양극화가 심화됐다는 언급에도 이의를 달지 않을 수 없군요.
통계 자료를 보면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 중 마지막 2년간은 갈수록 심화되는 부의 양극화가 완화되는 것이 뚜렷하게 나옵니다.
토건족들의 탐욕에 쐐기를 박은 DTI와 LTV 강화 및 각종 복지의 확대가 그 결과를 만들어냈지요.
‘한국판 뉴딜’ 정책이 이헌재 전 부총리에 의해서 방향을 틀어버렸다는 우석훈 교수의 언급은 제가 정확히 알지 못하는 상황이라 생략하겠습니다.
게다가 우리나라에서 부의 양극화가 심해진 것은 김영삼 정부와 이 땅의 우파들, 미국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경제 관료들이 초래한 IMF 환란 때문에 본격화된 현상입니다.
지독할 정도로 가혹한 IMF의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대규모 구조조정과 고율의 이자로 인해 중산층과 하위층이 빚의 함정에 빠지기 시작했고, 그 결과 한 단계씩 계층이 내려가는 것에서 부의 양극화가 가속화된 것임을 세계적 경제학자들이 밝힌 것 아닙니까?
IMF도 이에 대해서 사과하기도 했고요, 립서비스에 불과했지만.
제조업의 과잉·중복 투자보다는 자본주의의 황금기에 엄청난 이익을 챙긴 거대 금융 자본과 투기 자본이 태국 바트화를 공격한 시기에, 국내 일부 은행의 과도한 단기차입금 때문에 유동성 위기에 빠진 것이 IMF환란이 아닙니까?
게다가 김대중 정부가 금융위기로 촉발된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소비를 진작하고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카드대란과 벤처광풍을 일으키지 않았다면 국민들의 호주머니는 지금처럼 쪼그라들지도, 악화되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그래서 안철수 후보님은 무엇을 공부했고, 무엇을 들었으며, 무엇을 봤기에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공과에서 이런 발언이 나오게 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박태준과 이승만, 박정희, 김대중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하면서 “역사에서 배우겠습니다”라는 일관되게 쓰신 문장은 대체 그들이 주도적으로 만들어간 역사에서 무엇을 배우겠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정치를 개혁해야 한다고 하신 말씀에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그리고 부의 양극화가 심화된 원인에 대한 토론이 필요하다면 마다하지 않겠습니다.
어떤 국민의 소리에도 귀 기울이겠다고 하셨으니 편향된 저의 질문에도 답해주시기를 바랍니다.
늙은도령의 세상보기 http://blog.daum.net/do-just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