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주범 최모(50)씨는 ‘요가 대왕’이란 별명으로 통했다. 연체동물을 연상케 할 정도로 몸놀림이 유연했다는 게 그를 잘 아는 지인의 전언이다. 그는 “모두 합쳐 23년간 징역을 살면서 국내 최고 수준의 요가를 익혔다”고
가로 45㎝, 세로 15.2㎝의 배식구를 빠져 나간 비결도 그의 요가 실력에 있었다. 탈출 순간 최씨의 동작도 요가를 방불케 하는 고난도였다고 폐쇄회로TV(CCTV)를 분석한 경찰이 전했다. 그는 키 1m65㎝에 몸무게 52㎏으로 바짝 마른 형이다.
17일 오전 4시56분쯤 유치실에 누운 최씨가 조용히 몸을 뒤척이기 시작했다. 반소매 티셔츠를 벗고 등과 배에 연고로 추정되는 물질을 발랐다. 배식구 철창에도 이 물질을 칠했다. 그 뒤 엎드린 채 머리를 옆으로 돌리자 금세 머리가 배식구를 빠져나갔다. 이어 오른팔을 배식구 밖으로 꺼낸 뒤 몸을 비틀어 어깨를 빼냈다. 왼쪽 어깨도 같은 방법으로 통과했다. 배 부분까지 나가자 엉덩이가 창살에 걸렸다. 그는 검정색 운동복을 엉덩이 아래까지 내리고 몸을 흔들면서 통과했다. 불과 34초 만이었다.

경찰은 애초 최씨의 탈출을 목격한 사람이 없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그가 도주할 때 같은 방에 있던 한 유치인이 전 과정을 목격한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그는 “누운 채 지켜봤을 뿐 경찰관에게 알리지는 않았다”고 조사관에게 진술했다.
홍권삼·김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