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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에 묻는다, 위안부 문제도 역사에 맡길 건가

댓글 7 추천 5 리트윗 1 조회 167 2012.09.18 08:59

박근혜에 묻는다, 위안부 문제도 역사에 맡길 건가
[김주언 칼럼] 인혁당 유가족이 왜 오열하는지 모르나
[0호] 2012년 09월 17일 (월) 김주언·언론인 ne********@hanmail.net
유신공주’ 박근혜 한나라당 대선후보의 유신독재 및 인혁당 사법살인 관련 발언이 또 다시 물의를 일으켰다. 5.16쿠데타는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이자 “구국의 혁명”이라는 박 후보의 선언에 이어 “인혁당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이 두 개”라는 발언이 알려지면서 분노가 치솟고 있다.

‘사법살인’으로 남편과 아버지를 잃은 유족의 “두 번 죽이는 행위”라는 오열이 하늘을 찌른다. 정치권은 물론, 대다수의 언론과 사회관계망 서비스(SNS)에서도 박 후보의 퇴행적 역사관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들은 한결같이 박 후보의 뒤틀린 과거사 인식을 비판한다.

그러나 ‘왜곡된 과거사 인식’이라는 비판은 자칫하면 ‘과거에 묻혀 살고 미래를 보지 못하는 부류’라는 박 후보의 프레임에 갇힐 우려도 있다. 박 후보의 말은 틀렸다. 과거사는 과거에 머물지 않고 현재를 거쳐 미래로 나아가는 나침반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박 후보의 말대로 유신독재와 인혁당 사법살인은 ‘역사의 평가’에 맡길 과거사만은 아니다.

불과 40~50년 전 암울했던 시기의 민주헌정질서 파괴와 인권침해를 과거의 일로 치부해서는 안된다. 국가폭력에 의한 희생자들이 버젓이 살아 있고, 당시 숨죽이며 살았던 사람들이 유신독재의 악몽에 시달리며 힘겹게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아픔을 달래고 눈물을 닦아줘도 모자랄 판에 역사의 판단에 맡기자니.

박 후보의 이러한 역사인식은 일제 식민시대의 위안부 강제동원이나 징용 등 과거사에 대해 일본의 사과와 배상을 요구하는 한국정부의 태도와 배치된다. 박 후보의 과거사 인식대로라면, 이러한 사안들도 유신독재나 인혁당사건 보다도 훨씬 과거의 일이기 때문에 그저 역사의 판단에 맡기면 될 뿐이다. 한국정부가 나서서 일본정부에 사과와 배상을 요구하는 것은 부질없는 짓이 될 것이다.

만에 하나 박 후보가 정권을 잡은 뒤 위안부 문제 등을 역사의 판단에 맡기자고 강변할까 보아 두렵기조차 하다. 우리가 일본 정부에 사과와 배상을 요구하는 것은 그 사건이 단순한 과거사가 아니라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박정희 정권에 의해 무참히 희생된 인혁당 희생자 유족들이 지난 12일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의 발언을 성토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병철 기자
 

영국의 저명한 역사학자 E. H. 카는 저서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말했다. 1961년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강연을 통해 소개된 것을 한데 묶어 1964년 출간한 책이다. 카는 이 책에서 두 가지 의미의 역사, 즉 ‘사건으로서의 역사’와 ‘기록으로서의 역사’는 모두 끊임없는 변화를 전제로 하며, 역사가에 의해 현재적 해석을 거치고 재구성되었을 때 진정한 역사로서의 의미를 가진다고 말했다.카는 특히 역사는 “현재를 거울삼아 과거를 통찰하고, 과거를 거울삼아 현재를 바라보며, 과거와 현재와의 대화를 통해 더 나은 미래를 창출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의미에서 본다면, 제2차 세계대전에서 나치가 자행했던 인종말살에 대한 독일정부의 진정한 사과와 ‘네오 나치’의 부활을 법으로 엄격하게 규제하는 조치는 나치의 학살을 단순한 과거사로 치부하지 않는 데 있다. 이러한 과오가 현재에도 존속될 수 있고 미래에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철저하게 예방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이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이나 칠레 등 남미 국가에서 독재시절의 고문 학살 등 과거사에 대한 진상규명과 이에 따른 적절한 보상과 명예회복을 시행한 것도 ‘과거와 현재와의  대화를 통해 더 나은 미래를 창출’하기 위한 방안이었다.

한국에서 5.18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들에 대해 국가차원에서 보상하고 국가기념일로 지정하여 기리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이다. 참여정부 당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를 구성하여 활동한 것도 군사독재 시절 국가권력이 자행한 의문사와 고문·상해·투옥 등 인권침해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한 것이었다. “누구를 처벌하고 보복하려는 게 아니라 적절한 보상과 명예회복 등으로 국민을 화해시키고 미래로 나가기 위한” 활동이었다. 당시에도 한나라당과 박근혜 대표는 “과거만 캐려는 정부”라는 비난을 퍼붓지 않았던가.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
©CBS노컷뉴스
 

현재를 거울삼아 과거를 통찰하고, 과거를 거울삼아 현재를 바라보는’ 것이 역사라는 카의 정의를 박근혜 후보의 발언에 대입해보자. 5.16군사쿠데타가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이라는 말은, 현재는 물론 미래에도 언제든지 ‘불가피하다면 최선의 선택으로’ 군사반란이 일어날 수 있고, 이를 용인할 수 있다는 인식에 다름 아니다. 더 나아가 “공산당의 밥이 되지 않으려면” 군사반란이 불가피하며 최선의 선택이라는 의미와도 일맥상통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군사반란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인혁당 사건’에 대한 박 후보의 인식은 더욱 참혹하다. “인혁당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두 가지 판결이 있다”는 발언에는 박정희 유신독재정권의 조작에 의한 ‘사법살인’이 일면 정당하다는 생각이 숨겨져 있다. 유신독재시절의 ‘사형’ 판결과 이후 재심에 의한 ‘무죄’ 판결이 있는데, 자신은 두 가지 판결 중 어느 것이 옳다고 판단하기 어렵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현재의 입장에서 어느 것을 택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다시 말해 과거의 ’사법살인‘과 같은 조작과 인권침해가 현재는 물론, 미래에도 있을 수 있다는 얘기라면 지나친 비약일까. 민주주의 국가에서 어찌 이런 인식을 가진 사람이 대통령 후보로 나섰는가.

박 후보의 역사관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자 박 후보 캠프에서는 추석 전에 인혁당 문제에 대해 사과와 전향적인 입장 표명이 있을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벌써부터 비난여론을 일시 모면하기 위한 것일 뿐 진정성이 떨어진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김병호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 공보단장은 “사과를 피해자 당사자들이 아닌 가족이나 후손까지로 확대하기 시작하면, 전 국민 중에 사과를 안 받을 사람이 있겠느냐”고 말해 비난을 자초했다. 피해 당사자들에게만 사과하겠다는 뜻이다. 이러고도 진정성있는 사과를 하겠다고 하면 누가 믿겠는가. 박 후보뿐만 아니라 박 후보 캠프의 역사를 바라보는 현실 인식에 문제가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단면이다. 

“내가 그때에 지도자였다면, 또 이런 입장에 있었다면 어떤 선택이나 판단을 했을까, 이런 것을 생각하면서 객관적으로 봐야 되지 않나, 그러니까 그게 몇십년 전의 역사이기 때문에 지금도 논란이 있고 또 다양한 생각들이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대해서 좀 앞으로 역사가 객관적으로 판단을 해나가지 않겠는가, 그건 역사의 몫이고 또 국민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박근혜 후보가 ‘인혁당 발언’과 함께 라디오 인터뷰에서 피력한 역사관이다.

박 후보의 역사관을 카의 ‘역사 정의’로 해석하면 이렇다. 만에 하나 박 후보가 정권을 잡은 뒤 군사반란을 일으키고 독재정치로 살인 고문 등 인권탄압을 자행하더라도 ‘역사의 판단’에 맡기면 그뿐이라는 이야기이다. 후세 국민과 역사가들은 ‘불가피한 측면’만 있으면 ‘최선의 선택’이라고 판단할 지도 모른다는 자만과 오만의 발로라고나 할까. 과거사는 역사책에 담겨진 것만이 아니다. 현재를 바라보고 미래를 지향하는 가치관이 개인의 역사관에 그대로 담겨져 있는 것이다. ‘과거와 현재와의 대화를 통해 더 나은 미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카의 말이 촌철살인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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