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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17 19:19
민주통합당 경선이 치러지는 동안, 정치적 흠집내기와 편향성이 극에 달했던 방송 토론이 급변한 것을 보고 있자면 토론자로 나온 새누리당 의원들과 보수 논객들의 말에 허튼 웃음이 연방 터져 나온다.
고양이가 쥐 걱정한다고, 십여 년 간 방송토론을 지켜보면서 새누리당 의원들과 보수 논객들이 민주통합당을 이렇게까지 변호해 주는 것은 보다보다 처음 본다.
몸에 맞지 않는 옷은 불편해 보이고 입에 발린 소리는 진실이 느껴지지 않듯이, 서울 시장에 이어 대통령 선거에서도 후보를 내지 못하면 불임 정당(이 단어도 성희롱에 해당한다)이 된다느니, 해체를 면치 못할 것이라니 하는, 때 아닌 그들의 민주통합당 걱정과 애정은 시청자로 하여금 실소를 금치 못하게 한다.
안철수 교수에 대한 지지율에 대해 얼마든지 가혹하고 집요하며 치사한 방식의 검증을 통해 그 거품을 뺄 자신이 있었는지, 이번 18대 대선을 박근혜 대 안철수 구도로 몰아가던 그들이 문재인 후보의 12연승(글을 쓸 당시)이 일으키는 민심의 바람에 화들짝 놀란 듯 이제는 민주통합당을 철저히 천대받았던 방송토론의 무대 위로 끌어올렸다.
그들은 지금까지 민주통합당 경선을 철저히 무시하면서 마치 안철수 교수만이 유일한 적수인양 대선 구도를 만들어갔는데, 박근혜 후보가 외통수에 걸려 비틀거리고 문재인 후보의 파죽지세의 상승기류가 대선을 관통해버릴 것처럼 초대형 태풍으로 발전하자, 발등에 불 떨어진듯 허둥대는 모습이란 바람 앞의 촛불처럼 위태롭기 그지없다.
박근혜 후보의 아킬레스건이라 할 수 있는 박정희의 유신 독재를 가장 잘 파고들 문재인 후보만 피하면 승리라고 봤는데, 그래서 협박과 네거티브 공세도 마다하지 않았는데, 어라 이제는 문재인 후보가 안철수 교수의 지지율마저 뛰어넘어버렸네?
게다가 이 불통의 얼음공주는 모범답안이 수첩에 적혀 있지 않았는지 민주주의 핵심 장치인 삼권분립과 정권의 역사적 정당성마저 부정하는 말을 완고하게 고집하기까지 하니, 맨붕 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이 미증유의 난제를 뛰어넘으려면 누군가 박근혜 후보의 목에 방울을 달아야 하는데, 바라보기만 할뿐 지적할 용기도 없는 새누리당 관계자들은 처분만 바랄뿐 그저 똥줄만 타는 모습들이다.
도무지 그 속을 알 수 없어, 아니 너무나도 잘 알아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이란 보수 논객들을 총동원해 그들의 입을 통해 박근혜 후보를 압박하거나 구슬리는 것이며, 말 잘 듣는 방송사를 통해 최후의 정치쇼를 위한 기반 다지기에 여념이 없다.
그와 동시에 갈수록 그 확장성이 커질 문재인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안철수 교수와의 이간질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으니, 그것이 바로 새누리당과 보수 논객들이 보여주는 한 바탕 블랙코미디다.
방송 화면을 가득 채우는 그들의 어색한 표정들을 보라!
그들은 토론을 하면서도 자신의 말속에 논리적 모순들이 즐비하며, 이처럼 황당한 말을 해야 하는 자신이 미칠 정도로 부끄러운지 토론 내내 목소리만 높을 뿐 설득력도 없고 억지춘향의 논리가 너무나도 부자연스럽다.
아직도 낙하산 사장이 건재한 방송사들(SBS라고 다를 것 없다. 종편은 언급할 가치도 없다)도 이런 급조된 토론을 진행해야만 하는 것에 속만 타들어 갈 것이며, 그렇다고 본격적으로 말을 갈아탈 수도 없는 것이 권력과 자본에게 편향된 그들의 원죄이다.
권력과 자본과 방송이 만나는 곳에 부패와 모순과 반칙이 난무한다.
그것이 2012년도의 대한민국 제도권의 더러운 속살이자 존재의 근간이다.
마키아벨리가 ‘벌써부터 부패한 권력의 냄새가 천지를 진동한다’고 했듯이 이명박 정권 출범부터 썩기 시작한 것들이 이제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부패해 무엇으로도 그것들을 덮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낭패도 이런 낭패가 없다.
사방이 막혀 좀처럼 탈출구를 찾을 수 없는 그들의 낯간지러운 말들과 어릿광대짓에 속아 넘어가거나 놀아나는 국민들이 몇이나 될까?
이번의 태풍이 지나면 천지를 진동했던 반칙과 부패의 냄새들도 자취를 감출까?
참으로 희한한 새누리당과 보수 논객들, 그리고 방송사를 보고 있자면 권위주의적 이익 집단 같은 이 땅의 보수 진영과 그에 편승한 선정적이고 상업적인 방송사들이 참 안쓰러워 보인다.
그저 국민들 옆으로 내려오기만 하면 되는데, 그들이 걷어찬 사다리가 완전히 박살나 뛰어내릴 수도 없는 상황이다.
가진 자들은 지켜야 할 것들이 많을수록 겁이 많아지는 법이니까.
늙은도령의 세상보기 http://blog.daum.net/do-just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