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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14 10:50
묻지마 지지자들이 박근혜 믿는 구석 | ||||
[이태경 칼럼] "박정희 덕분에 이만큼 살게 됐다"? 일그러진 지도자 숭배와 노예근성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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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혁당 재건위 사건 관련 발언으로 설화(舌禍)에 휘말린 박근혜가 안팎으로 비난여론이 비등하자 어정쩡한 사과를 통해 국면을 전환하려는 것 같다. 하지만 인혁당 재건위 사건의 실체나 재판 결과에 대한 박근혜의 인식이 근본적으로 달라졌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5.16군사반란에 대한 평가, 유신에 대한 평가가 그대로인데 박정희 유신 체제가 낳은 추악한 범죄 가운데 하나인 인혁당 재건위 사건에 대한 박근혜의 인식이 바뀔 수는 없는 노릇이다. 박근혜의 역사인식이 요지부동인 데는 여러가지 원인이 있을 것이다. 아비 박정희와 박정희가 한 일에 대한 무조건적 숭배, 유신 시절 수행한 퍼스트 레이디 역할에 대한 강한 긍정, 역사와 사회 그리고 인간에 대한 몰이해와 무지 등이 박근혜의 편협하고 그릇된 그러나 완강하기 그지 없는 역사인식의 원인들일 것이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닐 것이다. 어쨌든 지금의 박근혜는 여당의 대통령 후보고, 당선권에 가장 근접한 정치인이다. 대통령이 될 마지막 기회를 잡은 박근혜 입장에서는 본인이 지닌 역사관에 대한 신념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그 보다는 유권자의 심경을 헤아리는 것이 더 중요할 것이다. 만약 대다수의 유권자들이 박근혜의 역사인식 및 과거에 대한 평가를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이를 비판한다면 제 아무리 박근혜가 강심장이라고 해도 그릇된 역사인식을 고수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문제는 박근혜의 역사인식에 동의하는 유권자들이 허다하다는 점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박근혜가 마음 놓고-적어도 그리 손해보는 선거전략은 아니라는 계산이 깔려 있을 것이다-자신의 역사관을 피력하는 것이다. 즉 박근혜의 믿는 구석은 5.16군사쿠데타와 유신 등에 대해 박근혜와 인식을 같이 하는 유권자들인 셈이다. 이건 정말 기이한 일이다. 박정희가 저지른 5.16군사반란이나 유신쿠데타는 헌법과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와 국민의 기본권과 인간의 존엄성을 송두리째 파괴한 범죄로 이론의 여지가 전혀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대한민국에는 박정희를 찬양하고 박정희가 자행한 5.16군사반란과 유신쿠데타를 상찬하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박정희를 숭배하고 박근혜의 역사인식을 긍정하는 사람들의 멘털리티는 무엇이 지배하고 있길래 이런 사태가 벌어지는 것일까? 모든 이데올로기들이 그렇듯이 반북.반공 이데올로기, 물질 만능주의, 성장제일주의, 영남패권주의, 지도자 숭배 같은 이데올로기들도 퇴치가 무척 어렵다. 더구나 이들은 지금까지 대한민국을 지배하던 이데올로기들이고 대한민국 국민들의 정신세계를 규정짓다시피한 이데올로기들이다. 그러나 이런 이데올로기들이 해악이 너무 크며 지속가능하지 않고 시대착오적인 이데올로기들이라는 사실도 명확하다. 또한 이런 이데올로기들에 포획된 사람들은 타인의 고통에 철저히 둔감한 사람들, 선악과 시비를 분별할 능력과 의지가 없는 사람들, 염치와 수치를 모르는 사람들, 도덕과 윤리의 반대편에 존재하는 사람들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인혁당 재건위 사건에 대한 일부 유권자들의 태도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반북·반공 이데올로기, 물질 만능주의, 성장제일주의, 영남패권주의, 지도자 숭배 사상에 감염된 유권자들은 어떤 일이 발생해도 박근혜를 지지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맹목적 지지는 종내에는 박근혜에게 부메랑으로 되돌아갈 것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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