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의 역사관이 이번 대선 승부의 최대 복병으로 떠오르고 있다. 박 후보가 좀처럼 기존 역사관을 바꾸지 않는 데다 상황을 악화시키는 발언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대선에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하게 될 40대는 박 후보의 발언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박 후보의 역사관이 통합행보에 찬물을 끼얹으며 중도층 외연확장에 걸림돌이 될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박 후보는 12일 오전 참석예정이던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갑자기 나오지 않아, 최근 역사관 발언의 후유증이 아니냐는 추정을 낳고 있다.
한국현대사를 전공한 오제연(40) 서울대
규장각 연구원은 12일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역사학자 입장에서는 논할 가치도 없는 말도 안되는 이야기"라며 "대통령되겠다는 사람이 역사적 사실에 대해서 무지하고 상식적인 헌법 가치마저 무시하면 딱
효녀 심청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밝혔다.
또 다른 40대 직장인은 "박 후보가 본인의 소신이 법적인 판단이나 정규 교육 과정보다 더 중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 같다"며 "박 후보에 대해 처음 받았던 표독스러운 군주 이미지가 강화되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40대 전문직 종사자는 "내가 배운 교육, 갖고 있는 상식과 배치되는 발언에 박근혜에 대한 관심이 뚝 떨어졌다"며 "한마디로 무식이 넘치거나 효심이 넘치거나 둘 중 하나"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역시 박 후보의 역사인식과 관련된 발언에 대해 비판 일색이었다. 김형준(정치학) 명지대 교수는 "원칙과 신뢰보다 더 중요한 게 정직과 책임"이라며 "사실은 역사적 판단의 대상이 아닌데 이를 자꾸 판단의 대상으로 끌고 오려 하고, 원칙은 보편적 원칙이어야 하는데 그걸 자기의 원칙만 맞다고 강조하면 국민들이 상대를 안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 박 후보의 행보는 국민들에게 가까이 다가오지 말라고 하는 것"이라며 "국민 소통의 대전제는 인식의 대전환인데 그것 없이는 뭐라 하든 쇼일 뿐"이라고 잘라말했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분석실장은 박 후보 발언의 영향에 대해 "보수 성향 표는 움직이지 않으나 중도 성향이나 3040세대 중 최근 박 후보에 관심을 보인 지지자들은 이탈 가능성이 있다"며 "단기적으로 큰 영향은 안미치지만 장기적으로는 역사 인식 논란이 대중들에게 더 알려지게 되면 당선을 위해 필요한 중도층 흡수에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박 후보는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려다 '급한 비공개 일정'을 이유로 급작스레 불참했다. 박 후보는 지난 10일 2007년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2차
인혁당 사건과 관련, "대법원에서 판결이 두 가지로 나오지 않았느냐. 앞으로 있을 판단에 맡겨야 한다"고 발언해 논란을 빚었다.
민병기·박정경 기자 m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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