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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12 02:45
박근혜 후보의 최대 강점이 최대 아킬레스건이다.
일단 이 문장부터 던져놓고 이번 글을 이어갈까 한다.
아무리 가난하다고 해도 어느 집이나 TV와 컴퓨터, 스마트폰이 하나씩은 있다.
21세기의 삶이란 이런 대중매체와 통신기기에 의해 철저하게 포위돼 있다.
조지 오웰의 <1984>가 마냥 공상소설만은 아닌 것이 현대인의 삶을 잠시만 돌아봐도 누구나 알 수 있다.
이런 경향은 정치라 해서 다른 것이 아니다.
특히 TV와 인터넷, SNS 등이 대중화된 이후로는 대선 전략의 대부분이 스크린에서 어떻게 보여 지느냐에 의해서 결정된다.
대통령을 뽑는 선거 과정이 이념과 정책의 대결이 아닌, 누가 더 사용자 편의성을 앞세워 더 많은 표를 더 싼값에 사들이냐에 의해 결정된다.
1인1표가 아닌 1원1표로 전락한 것이 스크린에 포위된 21세기의 대선의 모습이다.
당연히 스크린을 점령하고 있는 세력이나 그들에게 광고를 제공하는 자본의 지원을 받는 진영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광고업계의 최첨단 마케팅 전략과 브랜딩 기법에서 자유로운 대선이란 이제는 존재할 수도 없다.
대선 후보 선출과정에서 흥행이란 말이 당연시 된 것도 상당 부분 이 때문이며, 역으로 말하면 후보 선출에서 대통령 선출에 이르는 전 과정이 정치적 쇼라는 의미가 된다.
정치권이 부정적인 이미지를 부각하는 노이즈 마케팅도 서슴지 않는 이유도 마케팅 전략의 일환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 정도면 양반이다.
이번 18대 대선의 경우에는 새누리당은 물론 거의 모든 대중매체들이 대선을 치를 최종 후보마저 정하려 한다.
그들이 만들려고 하는 대선 구도는 어느 누가 봐도 ‘박근혜 대 안철수’다.
얼마든지 조작이 가능하고 응답률이 20% 전후에 불과한 여론조사 결과를 근거로, 이번 대선은 ‘박근혜 대 안철수’라고 하루도 쉬지 않고 떠들어대고 있다.
사전에 담합이 있었는지, 거의 모든 대중매체가 민주통합당 경선을 폄하하고 문재인 후보의 10연승을 애써 외면하는 것도 같은 논리로 설명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대선이 98일밖에 남지 않은 현 시점에서 이런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은 아닐까?
왜 새누리당과 대중매체들은 아직까지 대선 출마 선언도 하지 않은 안철수 교수를 박근혜 후보의 대항마로 만들려 하는가, 라고.
자, 여기서 이번 글을 시작할 때 던져놓은 문장을 떠올려 보자.
박근혜 후보의 최대 강점이 최대 아킬레스건이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박근혜 후보의 최대 강점이 박정희 대통령이라는 사실을 부정하지는 않을 것이다.
헌데 박정희 대통령은 그 공과 과가 너무나 분명하게 드러나는 정치인이었다.
따라서 박근혜 후보가 박정희 대통령의 공을 모두 다 승계한 후보라면 그의 최대 아킬레스건도 함께 승계할 수밖에 없다.
이론이 존재한다고 해도, 박정희의 공은 압축성장에 있다.
해외의 정치경제학자들은 거의 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공통적으로 인정한다.
하지만 이들은 공히 박정희 대통령의 과오로 5.16군사쿠데타와 유신 헌법을 든다.
이중에서 나치의 사상과 일본의 군구주의 강령을 차용한 유신 헌법에 대해서는 모두 다 의견일치를 보인다.
특히 인혁당 사건처럼 초헌법적 사법살인과 수없이 자행된 암살과 고문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비판한다.
5.16군사쿠데타에 대해서는 수단의 불법성을 경제적 결과로 대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공적이 있으므로 과오를 상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나치 같은 파시즘을 추종하는 극우주의자나 민주주의를 거부하는 종교적 근본주의자들은 오히려 위대한 치적으로 떠받든다.
하지만 그런 주장을 하는 정치경제학자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따라서 민주주의가 상당히 뿌리 내린 현 대한민국의 상황을 고려하면, 박근혜 후보로써는 박정희의 공을 최대화하고 과를 최소화하려고 할 수밖에 없다.
즉, 경제적 성공신화(벤처기업의 경우 작은 성공도 신화라 할 수 있다)를 구축한 상대자는 치명적 위협이 안 되지만, 자신의 아킬레스건을 가장 잘 파고들 상대자는 어떻게 해서라도 피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답은 분명하지 않는가?
박정희 대통령의 정치경제적 과오와 그것을 계승한 정치경제적 집단과 싸워온 자가 바로 그 주인공임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새누리당과 제도권 대중매체들은 박근혜 후보에게 조금이라도 수월한 상대를 파트너로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게다가 그 상대가 경제적 신화는 이루었을망정 정치적 조직과 기반이 없다면 금상첨화가 아니겠는가?
대선구도를 ‘박근혜 대 안철수’로 몰고 가 뜻을 이루면 박근혜 후보의 아킬레스건을 가장 잘 파고들 수 있는 문재인은 저절로 피할 수 있게 된다.
이른바 일타쌍피가 바로 이것이라 하겠다.
따라서 현 상황에서 키를 쥐고 있는 사람은 안철수 교수다.
그의 판단 여부에 따라 야권의 승리는 더욱 확고해질 것이다.
게다가 그는 우리나라에서 나오기 힘든 깨끗한 경제인이다.
교수와 국민적 멘토로써의 안철수는 모두의 존경을 받을 수 있다.
허나 정치인으로써의 안철수는 너무나 많은 것들에서 준비되지 않았다.
치졸한 검증이 집요하게 벌어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도 없다.
우리는 봤다.
안철수 교수의 지지를 받은 박원순 후보가 얼마나 바람을 일으켰는지.
그의 능력이 최대화되는 지점이 어디인지, 정치권이 안철수란 존재로 하여 항상 긴장하도록 만들 수 있는지.
그래서 대한민국이 보다 정의롭고 약자들에게 더 많은 권리와 부를 안겨주는 나라가 될지.
현명하고 지혜로운 안철수 교수라면 분명한 답을 가지고 있으리라.
성공한 경제인으로서 정치의 역사를 바꿀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안철수 교수다.
조금 더 멀리 본다면 문재인 이후의 대통령에 대해서도 우리는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기존 정치권에 속하지 않은 사람으로서 국민후보적 성격을 더욱 견고히 한 후보가 나올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은 것이 어디 있으랴.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면 태종 같은 지도자가 될 것이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최대화하고, 유신의 잔재를 정리하고, 한미FTA의 재협상을 통해 인간의 얼굴을 한 경제를 이땅에 뿌리낼 수 있는 적임자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대한민국이 반칙과 특권이 사라지고 상식과 원칙이 살아 있는 나라가 된 후에는 그런 나라를 화려하게 만개시킬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문재인이 유신의 잔재와 망령을 거둬갈 수 있는 태종이라면 다음의 대통령은 제2의 세종대왕이 될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볼 때, 5년 동안 정치적 감각과 세력을 키운 안철수 교수가 대선에 나선다면 그만한 적임자가 더 이상 없을 것 같다.
물론 박원순 서울시장도 무시할 수 없는 후보다.
그러나 지금은 논외의 것이니, 부디 안철수 교수의 역사적이며 그만이 할 수 있는 위대한 결단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