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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11 14:48
노란 바람개비
김 명 자
칠월 마지막 날 오후 두시 상장한 세 여인이
땀 세례로 젖은 몸을 손부채로 달래며 걷는다.
농로 오리 길 색 바랜 노란 바람개비가
사람냄새 그리워 초록바람 몰고 다가온다.
논에는 웃자란 벼가 멀쑥이 손 흔들어 반기고
깍깍대는 오리 떼들 안내로 임에게 간다.
깊은 주름과 활짝 미소 땡볕에도 변함이 없는데
임의 사랑은 밀짚모자 안에서 맴돌고 있다.
삼년 전 몽매한 망나니들의 칼바람으로
바람도 숨 고르는 고요한 마을에 효성이 떨어졌다.
미로에 갇힌 민초들 희망 뒤로한 채 회향(回鄕)길 나서니
골골서 올라온 진혼곡이 꽃상여 적시고
하늘마저 노랗게 물들인 만장기의 슬픈 연서들
가슴마다 해가 되어 사랑과 화해로 발광(發光)한다.
심장시린 오월에는 가슴에 켜켜이 옷을 입는다.
수반에 담긴 모습에는 지척을 두고 돌아온
방관자의 용기 없는 머리카락이 일렁인다.
1만 5천개의 박석에 새겨진 상서가 아지랑이 되어
불멸의 임 곁을 아롱대며 맴돌다 사라진다.
천리 길 떨어져 외롭고 쓸쓸해 어쩌나했는데
수 천 개의 바람개비가 임과 친구 되어
날아온 세상소식 전하며 화합의 바람 기다린다.
솔바람에 영혼 씻고 국화 한 송이 임께 바칠 때
낭낭한 부엉이의 노래가 귓전을 때린다
“사람 사는 세상 당신들도 함께해요.”
추신 : 아주 많이 늦었지만 참배 후 심정을 미숙한 글이지만 대통령님께 바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