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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철 사장님, 이것 좀 받아주세요"
김재철 MBC 사장이 6일 MBC 업무보고를 위해 방송문화진흥회 건물에 들어서는 순간 한 사내가 김 사장을 막아 나섰다.
그는 "퇴진하시면 생활비라고 보태라고 모금해왔다. 이것 좀 받아주시죠"라고 외치면서 'MBC 김재철 사장 조기 퇴진 후 생활비 지원 모금함'이라고 쓰여진 플라스틱통을 내밀었다. 플라스틱 통에는 십원짜리부터 오백원짜리까지 한뭉큼의 동전이 잔뜩 쌓여있었다.
김재철 사장은 갑작스런 행동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수행비서가 나서 제지했지만 12층에서 엘리베이터가 1층으로 내려오는 5분 동안 실랑이는 계속됐다. 소동은 김 사장이 잔뜩 얼굴을 찌푸린 채 엘리베이터를 타면서 끝이 났다.
김 사장에게 모금함을 들고 나타난 주인공은 용인시 신갈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정식(48)씨. 정씨가 김 사장을 직접 찾아나선 것은 시청자로서 MBC 뉴스를 더 이상 볼 수 없을 정도로 실망했기 때문이다. 뉴스데스크 팬이었던 정씨는 김재철 사장 취임 이후 할 말을 못하는 뉴스데스크로 변했다고 생각해 김 사장 퇴진만이 MBC를 정상화하는 길이라고 믿고 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김 사장 조기 퇴진 후 생활비 모금운동이라는 것. 편의점에 모금함을 배치해놓자 편의점 고객들이 모금함의 정체를 묻고 잔돈을 넣었다. 그리고 지난 6월 27일부터 9월 6일까지 3만6220원이 모였다.
정씨는 기자와 만나 "고객들이 모금함의 취지를 묻고 알았을 때 재미있어 하면서 기꺼이 주머니에게 동전을 꺼내서 모인 돈"이라고 말했다.
정씨가 이날 김 사장에게 모금함을 내민 것은 MBC가 시청자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는 이유가 공영방송 사장으로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김재철
사장 때문이라는 상징적인 퍼포먼스인 셈이다.
▲ 정식(48)씨가 6일 방송문화진흥회에 업무보고를 하러 온 김재철 MBC 사장에게 '김재철 사장 조기 퇴진 후 생활비 지원 모금함'을 전달하려고 하고 있다. ⓒMBC 노동조합 | ||
▲ ⓒMBC 노동조합 | ||
▲ ⓒMBC 노동조합 | ||
정씨는 "MBC가 공정방송으로서 서민들의 눈과 귀의 역할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김재철 사장 취임 이후 많은 부분에서 이 같은 역할이 퇴색돼왔다"면서 "김 사장의 잘못된 운영으로 보도 자체가 안 되는 경향이 나타났다. 인터넷 뉴스 보도를 보면 이 같은 경향이 뚜렷하다"고 지적했다.
정씨는 이날 김 사장과 대면한 소감에 대해 "인간이 밉겠나. 오늘 처음 뵙지만 그분의 생각과 그 동안 행적으로 보면 인간적으로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모금운동도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씨는 "오늘 모금함을 전달하려고 한 것도 MBC만을 위한 게 아니라 국민들에게 올바른 언론 보도를 하고 언론의 자유를 누릴 수 있도록 해달라는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정씨는 김 사장에게 전달하지 못한 모금함은 MBC 노조에 위탁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