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대통령 공식홈페이지 사람사는 세상

Home LOGIN JOIN
  • 사람세상소식
    • 새소식
    • 뉴스브리핑
    • 사람세상칼럼
    • 추천글
    • 인터뷰
    • 북리뷰
    • 특별기획
  • 노무현광장

home > 노무현광장 > 보기

좀비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댓글 12 추천 4 리트윗 0 조회 85 2012.09.07 10:06

좀비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태경 칼럼] 전자발찌, 화학적 거세, 사형, 무엇으로 성폭력을 뿌리뽑을 것인가
[0호] 2012년 09월 05일 (수) 이태경 토지정의시민연대 사무처장 re*****@naver.com

끔찍한 여아 성폭행이 잇따르다 보니 아동 성폭행 근절에 대한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진정 우려되는 것은 여론도 그렇고 정부와 새누리당도 그렇고 하나 같이 가해자 개인에게 사건의 책임을 환원시키고 있다는 사실이다. 범죄의 원인과 책임을 범죄자에게-오직 그에게만-귀결시키는 것은 전통적인 극우의 논리지만, 이는 실체적 진실을 호도하는 이데올로기 조작일뿐더러 범죄예방에도 전혀 효과가 없다.

현상적으로 보면, 그리고 사법의 잣대로 보면 분명 아동 성폭행의 책임은 온전히 가해자의 몫이다. 하지만 정치,사회,경제적 맥락에서 보면 대부분의 아동 성폭행 가해자들은 계급 사다리의 맨 아래 위치한 사람들로 선악이나 시비를 분별할 능력이 결손되었고 성욕을 제어하는 방법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다수다. 예컨대 부모에게 일찍 버림 받고 교육도 받지 못해 일용직 근로로 근근이 연명하는 사람이 제대로 된 연애를 하거나 사람과의 관계를 건강하게 형성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할 것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최근 발생한 나주 여아 성폭행 사건의 가해자가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

이런 유형의 사람이 아동 포르노물에 접촉-그에게는 그게 삶의 유일한 낙일지도 모른다-해 그걸 정상적인 성교 유형으로 받아들인 채, 범죄에 대한 인식도 없이 여아를 성폭행했다고 할 때 그런 사람을 방치한 사회는 무죄하다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아동 성폭행은 극악한 범죄이며 강도 높게 처벌해야 한다는 원칙에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아동 성폭행을 저지를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을 양산하는 사회시스템을 그대로 둔 채 아동 성폭행의 책임을 가해자에게만 묻는 사회는 불의하고 부당하며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기자들과 가진 오찬에서 ‘아동 성폭행범에 대한 사형집행론’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사형제가 좋다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끔찍한 일에 대해 ‘그러면 (흉악범) 너도 죽을 수 있다’는 것은 있어야 한다고 본다”고 말한 것은 전적으로 잘못된 인식의 소산이다. 국가가 사형제라는 명목 아래 국민의 생명을 박탈할 권한이 있는지도 심히 의심스러울 뿐더러, 처벌의 두려움이 범죄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실증적 증거도 미약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박 후보는 아동 성폭행 가해자들을 포함한 다양한 유형의 반인륜범죄자들이 속출하는 원인을 절망을 양산하는 사회구조에서 찾기 보다는 가해자에게 귀착시키는 어리석음을 범하고 있다. 반인륜 범죄와 사형제에 대한 박 후보의 생각은 정상과 비정상, 선량한 시민과 흉폭한 범죄자를 구분하고 비정상과 흉폭한 범죄자를 체제 밖으로 축출하고 배제하는 프레임을 본질적으로 내장하고 있어 매우 위험하다.

   
좀비 영화 '28일 후'의 한 장면.
 

특정한 컨베이어 벨트에서 불량품이 유독 많이 발생한다면 이는 컨베이어 벨트에 근본적 문제가 있는 것이다. 컨베이어 벨트를 수리하지 않고 불량품을 탓해 봐야 불량품이 줄어들 리 없다. 아동 성폭행을 비롯한 반인륜범죄도 이치는 같다. 반인륜범죄를 저지른 자들을 격렬히 비난하고 저주하고 기본권을 심각하게 제약하고 심지어 목숨을 빼았는다 해도 반인륜범죄자들이 대거 등장할 수 밖에 없는 사회구조가 온존하는 한 반인륜범죄자들과의 전쟁에서 국가가 승리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도덕과 윤리가 미처 자리를 잡지 못했거나, 가진 것이라고는 동물적 본능과 절망 뿐인 사람들에게 죽음이라는 것은 치명적 위협이 될 수 없다. 살아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미 사회적 생명은 끊어져 버린 좀비들이 죽음을 두려워 할 리 만무다.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 패자부활전이 가능한 사회,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인간적 존엄을 지킬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좀비들이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것만이 반인륜범죄와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 미디어오늘(http://www.mediatoday.co.kr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4725

목록

twitter facebook 소셜 계정을 연동하시면 활성화된 SNS에 글이 동시 등록됩니다.

0/140 등록
소셜댓글
지역발전 jysung7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