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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325
2012.09.03 19:47
강미길(화가)
제가 문재인님을 처음 뵈었던 것은 1986년 부산 인권 위원회 사무실에서였습니다.
그 당시 문재인 변호사님은 노무현 변호사님과 함께
부산 서구 법원 근처에서 합동 법률 사무소를 내고 계셨지요.
그 사무실 한 켠에 부산 KNCC 산하 인권위원회 사무실이 있었답니다.
그곳에서 저는 학교를 잠시 휴학한 상태에서 인권위원회 간사 실무를 돕고 있었습니다.
그 인권위원회 사무실에는
당시 근로기준법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노동 현장에서
힘들게 일하다 억울하게 해고된 노동자,
길거리에서 불법단속에 걸려 심하게 맞고 온 노점상,
5공 시절 독재 정권에 맞서 학교에서 데모를 하다 구속된 학생의 가족들…
참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었습니다.
그 사람들에 대한 변론을 맡으셨던 문재인 변호사님과 노무현 변호사님의 사무실은
정보과 형사들의 주시의 대상이기도 했구요.
또 경찰들은 그 사무실을 드나드는 사람들을 일일이 체크 하는 것을 당연히 여겼습니다.
제가 알기론 노무현 변호사님이 부산의 민주시민 운동단체 일로
변론을 맡을 겨를이 없어지시자
문재인 변호사님이 그 역할을 늘 혼자서 감당하시는 듯 했습니다.
노무현 변호사님이 대외적으로 바빠 자주 사무실을 비우시는 사이,
그 서슬 퍼런 5공 독재 권력 치하의 학생운동 구속자들, 노동 현장의 활동가들,
서민 빈민으로 삶의 현장에서 억울한 일을 당하신 분들이 찾고 의지했던 곳은
언제나 문재인 변호사님이 계시는 그곳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려운 일을 당하여 두려운 얼굴로 찾아오는 분들을 맞이하는
문재인 변호사님의 얼굴은 늘 흔들림이 없으셨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늘 온화한 표정이셨습니다.
문 변호사님께 자신의 억울한 이야기를 털어놓고 방을 나서는 분들의 얼굴에서는
들어올 때와는 달리 안심을 하는 표정이 역력했지요.
제 오랜 기억 속의 문재인 변호사님의 모습은 언제나 그랬습니다.
제 이야기가 좀 길었습니다만,
요즘 문재인 변호사님(저는 그냥 이렇게 변호사님이라 부르는 게 더 익숙합니다)의
모습을 티브이에서 뵈면
그 어려웠던 5공 시절, 수시로 정보과 형사들의 사찰 협박 속에서도 꺾이지 않고
노동자와 서민의 이익을 보호하려 노력하셨던 문재인 변호사님의
또 다른 모습을 마주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곤 했습니다.
그것은 아름답다는 표현만으로는 뭔가 부족한 듯한, 한없이 멋진 모습이셨습니다.
한사람의 치열한 삶의 내력 가운데서 축적되고, 마침내 드러난,
꾸밈없는 아름다움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문재인 변호사님의 모습을 뵐 때마다
언제나 그 시절의 노무현 변호사님이 함께 떠오릅니다.
또한 그 시절의 노무현 변호사님이 그리워지면 문재인 변호사님의 모습이 겹쳐지기도 합니다.
이렇듯 문재인 변호사님의 모습을 멀리서 뵈면
노무현 변호사님을 잃은 아픔이 조금은 덜어지는 듯하고, 새로운 희망도 가지게 됩니다.
아니, 변호사님은 새로운 희망, 그 자체입니다.
문재인 변호사님, 늘 건강하시고 꼭 당선 되십시오.
바람이 다릅니다. 그 바람은 우리를 위해 부는 바람임을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