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의 전공은 경제사회학이다. 구체적인 방법론은 네트워크 이론이다. 연결망사회분석이론은 1980년대 후반부터 발달하기 시작한, 말하자면 최신 이론이다. 2008년께부터 한국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는 네트워크 전공자에게는 일종의 ‘황금어장’이다. 사람들이 맺는 관계뿐 아니라 종전에는 포착하기 어려웠던 관심과 지향, 그리고 어느 정도의 속내까지 그대로 노출되기 때문이다.
과거 인터뷰에서 장 교수는 민주주의의 역사는 트위터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했다. 한국 사회가 트위터를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발견’한 이후, 투표율 그래프가 달라졌다. 6·2 지방선거와 4·27 재·보궐선거,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까지 ‘트위터 이후’ 투표율은 상승곡선을 그려 왔다. 장 교수는 그 주요한 동인을 트위터에서 찾았다. 5~7% 정도의 투표율 상승과 트위터에는 의미 있는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총선. 투표율은 늘어났다(18대 46.1%에서 19대 54.3%). 하지만 트위터를 비롯한 SNS에 걸었던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다. 앞의 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에서는 투표율의 상승은 곧 야권 승리라는 결과로 나타났다. 트위터와 같은 SNS 분위기만 놓고 보면 투표율도 높고, 야권이 앞설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결과는 여권의 승리였다. ‘찻잔 속의 태풍’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SNS의 힘에 대해서 너무 과신한 것이 아니냐는 회의론도 나왔다.
그런데 또 하나의 정치일정이 남았다. 12월에 치러지는 대선이다. SNS가 등장한 이후 처음으로 치러지는 대선이다. SNS는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 장 교수를 만나 물어봤다. 그는 SNS가 촉발시킨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 변화 양상을 담은 책 <트위터와 민주주의>를 9월 말께 낼 계획이다.
SNS에서 오고가는 대화를 보면 시사적인 내용에 대한 언급, 정치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데 원래 SNS가 정치 친화적일까요. “SNS 중에서도 특히 트위터가 정치에 관심을 보이고 좀 더 진보성향인 것처럼 보이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그건 한국을 비롯한 몇몇 나라에서만 그렇습니다. 트위터 사용자들을 보면 정치적이지 않은 나라가 훨씬 많습니다.”
미국의 경우 오바마 집권 이후에 공화당 지지성향인 티파티가 트위터 여론을 주도하고 있다고 하던데요. “실제로 미국의 트위터 사용자 중에서 티파티나 민주당 성향의 무브온 등의 활동을 놓고 얼마나 정치적인지, 파급효과는 어느 정도 되는지 분석해보면 오히려 한국이 훨씬 더 파급효과가 높다는 결과가 나옵니다. 지난총선 때 트위터가 어떠했는지는 별도로 평가해야겠지만, 총선 이전의 재·보궐선거나 지방선거에서의 파급효과는 5~7% 정도 됐습니다. 어찌되었거나, 트위터라는 기술 자체가 정치적인 것은 아닙니다. 한국에서 트위터가 진보적인 것은 트위터만 봐서는 안 되고 한국 사회를 같이 봐야 합니다.”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식도 있고 일종의 위기관리 차원에서 트위터 여론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을 텐데요. “두 가지 방식이 다 가능합니다. 우선 직접 뛰어들어 활동을 해서 여론을 좋게 만들거나 공감을 얻는 방식이 있습니다. 실제로 지금까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이용해 왔지요. 기업이나 정치인들도 마찬가지였고요. 그런데 또 하나 방식은 자기가 꼭 전면에 드러날 필요는 없거든요. 트위터 자체가 거대한 여론의 집합체이니까. 이것을 일종의 조기경보시스템으로 활용하는 거예요. 자신이 직접 활동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자신이 속한 조직에 어떤 여론의 ‘쓰나미’가 밀려오고 있다는 것을 사전에 파악해 전략을 결정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두 가지의 활용방법에서 어떤 것을 잘 할 수 있는지, 이것을 아주 단순화시키면 일단 오프라인에서 과잉 대표화되어 있는 사람들은 온라인에서 이걸 잘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오프라인에서 과잉 대표화되었다는 것이 어떤 의미죠. “한국에서 정치적으로 보면 보수가 과잉 대표화되어 있고 계층적으로 보면 자본가가 그런 경우입니다. 왜냐하면 트위터라는 소셜미디어가 한국에서는 제가 쓰는 표현으로 ‘대표되지 않은 자의 무기’입니다. 그러기 때문에 오프라인에서 과잉 대표화되어 있는 사람이 여기서도 자기를 대표하려 한다면 공감을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오히려 마땅히 대표될 가치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런 저런 이유로 오프라인에서 대표되지 못하는 사람들이 소셜미디어에서 더 대표되는 경향이 있어요. 새누리당 국회의원이 트위터에서 인기스타가 되겠다는 것은 사실상 실현 불가능한 꿈에 가깝지 않나 생각합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경선후보가 트위터 인기에 힘입어 대선후보로 나선다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할 일이에요.”
그러면 박근혜 후보는 위기관리로 가야겠네요. “이런 경우 후자로 가는 것이 맞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상당한 효과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선거 때가 되면 그런 이야기가 많잖아요. 선거 3~4개월 전부터는 최종 결과가 나올 때까지 누가 실수를 안 하느냐, 헛발질을 하지 않느냐의 문제라는 거죠. 그것을 막아주는 것만 하더라도 얼마나 큰데요. 확실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지난 총선 때도 이 방식을 상당히 활용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몇몇 대기업도 이미 활용하고 있고요.”
대선국면에서도 이미 시스템은 가동하고 있겠군요. “당연한 것 아닐까요.”
민주당은 어떻습니까. “모 유력 후보는 탈SNS 전략으로 가는 것 같습니다.”
총선 후 트위터에 대한 누적된 피로감이 나타났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트위터 공간이 과도하게 정치화된 것에 대한 부담이 다른 SNS 서비스, 예컨대 페이스북이나 카카오톡 같은 쪽으로 이동하는 경향으로 나타났다는 것인데요. “최근 그런 사람들이 늘어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단순하게 이야기하기가 어려운 것이, 이전에는 그냥 하나의 SNS만 썼다면 지금은 하나만 쓰는 사람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트위터에 질렸다는 사람들이 생겨난 것은 사실이지만, 그 사람들이 페이스북에서 아는 사람들끼리 수다를 떨다가 다시 중요한 공적인 이슈가 뜨면 다시 트위터에 와서 열심히 씁니다. 그렇다면 이게 트위터 이용자가 줄었다고 판단해야 하는지 결론짓기 어려운 요소가 많아요.”
지난 총선 이후 결국 트위터도 황폐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많습니다. “아니, 그건 트위터뿐 아니라 모든 서비스가 항상 가능성이 있습니다. 총선 직전부터 나타났던 경향을 보면 과도한 정치화에 대해 사람들이 신물내는 경향이 확실히 존재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전에도 한 번 이야기했지만 총선이 끝난 뒤에 결과를 보면서 ‘멘붕’이 왔고, 또 통진당 사태를 겪으면서 ‘2차 멘붕’이 온 것도 사실입니다.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 이런 진보적 대안 정당의 활동이 그동안 트위터 공간에서는 주목받았던 것이 사실이거든요. 그러고 나니 정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쑥스러워졌는지 다시 사적인 이야기나 농담 같은 것을 주고받는 식으로 돌아갔어요. 그런데 그게 다시 늘어나는 것이 트위터가 정치적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필요합니다. 평소에 얼굴은 본 적이 없지만 농담도 통하고 친하게 아는 사이가 되어야 ‘투표하러 갑시다’가 힘을 발휘하는데, 다 필요 없고 ‘닥치고 RT’ 식으로 되는 것은 올드미디어와 같은 방식이거든요. 어쨌든 그런 수직적인 소통이 줄어들고 다시 수평적인 소통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혹시 모르죠. 그게 또 하나의 가능성이 될지.”
대선에서 트위터의 영향력은 어디까지라고 보십니까. “트위터가 게토화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하지만 대선까지 남은 기간은 불과 4개월이에요. 뭔가 혁신적인 서비스가 출현하고 그만큼의 사용자가 몰리지 않는 이상, 짧은 기간 내에 트위터를 대체할 수 있는 다른 사회적 소통수단이 나타날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동안 SNS를 주목하라는 이야기는 많았는데, 사실 SNS를 이야기하면서 트위터 여론만 거론하는 것은 문제 아닐까요. 오히려 분석에 잡히지 않는 다른 SNS 상에서의 많은 소통들, 그런 부분을 놓치는 것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이를테면 페이스북의 비공개 친목모임 같은 곳에서도 정치이슈를 둘러싼 토론은 많이 이뤄지고 있는데요. “그런 면도 없지는 않습니다. 페이스북 전체 데이터를 구하기 어렵다는 것도 분석에 한계가 있고요. 임계질량(critical mass)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네트워크에서 처음에는 하나 둘씩 연결된 고립된 사건이어서 영향을 미치지 않는데, 이용자들이 일정한 속도로 늘어나면 그 다음에는 빠른 속도로 비어 있는 고리들이 착착 연결되는 양상이 있습니다. 지속적인 사회적 압력 때문이에요. 어쩌면 지금이 그 타이밍에 와 있을 수도 있어요. 트위터에서 페이스북으로 SNS 중심이 이동하는. 그런데 그것은 데이터로 확인할 수 없는 부분이고.”
페이스북 같은 SNS를 통해서 과거 사라졌던 커뮤니티들이 복원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PC통신 동호회 같은 곳 말이에요. 짧게는 몇 년, 길면 10년 넘게 단절되었던 관계들이 복원되고 있는 것인데요, 그런데 이야기하다 보면 서로 놀라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전에는 비정치적인 모임이었는데, 이를테면 인천공항 매각문제 등에 대해 누가 이야기하면, ‘네가 그런 생각을 할지 몰랐다’는 식이에요. 이건 이명박 정부 이후 크고 작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부분인데요. 역설적으로 정권 덕분에 의식화가 이뤄졌다고나 할까요. “이명박 정부의 치적이라고 해두죠. 하하.”
<글·정용인 기자 in****@kyunghyang.com> <사진·김석구 기자 k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