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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22 10:40
외신은 모두 ‘독재자의 딸’로 부른다 | ||||
[고승우 칼럼] 새누리당 대선 후보 선출과 국격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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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 시대의 정치는 지구촌의 주시 하에 펼쳐진다. 지구촌은 개별 국가의 정치가 세계 정치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주요한 국가의 정치에 큰 관심을 갖는다. 한 나라의 정치는 총체적 과정으로 이뤄지는 것이지만 대통령제라면 대통령이 주요한 정치적 상징이 된다. 대통령에 의해 국격이 판단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박근혜 의원으로 선출되면서 주요 외신들은 이를 기사로 보도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의 일부 언론은 영문으로 된 박 후보에 대한 기사에서 ‘독재자의 딸’, ‘18년간 장기 집권 끝에 살해된 대통령의 딸’ 등으로 소개했다. 국내 언론, 특히 연합뉴스, 조선일보가 영문으로 내보낸 박 후보 선출에 대한 기사에서 ‘독재자’라는 수식어는 없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라고 되어 있다. 국내 언론은 해외로 내보내는 기사에서 독재자의 딸이라는 표현을 하지 않았지만 외신은 그렇지를 않았다. 해외 언론은 독재자의 딸로 인식하고 있는데 국내 언론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지구촌은 어떻게 판단할지 궁금하다. 주요 외신들이 박 후보 대선 후보 선출에 대한 기사에서 박 후보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관계를 어떻게 기술했나를 매체별로 기사 관련 부분과 함께 소개한다. 영국 로이터 통신 ; 한국의 살해된 강력한 지배자의 딸 / 18년간 한국을 통치한 박정희의 딸(Park Geun-hye, the daughter of the country's slain strongman / the daughter of Park Chung-hee who ruled the country from 1961 to 1979) 미국 비즈니스위크 ; 18년간 남한을 지배한 아버지의 딸(Park Geun Hye, whose father ruled South Korea as dictator for 18 years). 독일 DW 방송 ; 남한의 군사 독재자 박정희의 딸(Park Geun-hye is the daughter of South Korea's late military dictator Park Chung-hee). 프랑스 AFP 통신 ; 살해당한 독재자의 딸(the daughter of an assassinated dictator) 이상에서의 4개국 언론은 박 후보의 아버지와의 관계를 단어 몇 개로 소개했다. 외신이 박 후보에 대해 독재자의 딸로 소개한 것을 비판할 수는 있다. 그러나 박 후보는 대권을 지향하는 정치인이다. 일부 외신은 박 후보가 4명의 남성 후보에게 압승했으며 한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 당선이 유력하다는 식으로 썼다. 그런 공적 위상을 외신이 소개하면서 박정희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언급한 것은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외신의 이런 보도를 외국에서 볼 경우 지구촌 사람들은 한국의 정치, 한국의 국격을 어떻게 생각할까? 직접 조사를 해보지 않았지만 아마도 교과서적 정치 상식에 비춰볼 때 ‘한국의 정치는 참 선진적이다, 한국 정치가 참 모범이다’라는 평가를 받기는 어려울 듯 하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지난 1961년부터 1979년까지 통치한 뒤 비명에 간 후 30여년이 지나면서 강산이 세 번 변했기 때문에 아버의 과오를 딸에게 연관시키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주장도 있을 법하다. 그러나 박 후보가 5.16 쿠데타와 유신 독재에 대해 가해·피해 관계를 객관화 시키지 못하고 ‘아버지와 딸’이라는 혈연관계의 수렁에서 헤매고 있다는 것은 국내에서 주지의 사실이다. 여권에서도 그렇게 말할 정도다. 이런 점을 주목한 외신이 박 후보의 현실 정치와 미래를 함축적으로 표현한 것이 ‘독재자의 딸’이라는 표현인 것으로 추정된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지독한 독재자로 민주화 운동을 탄압하고 자신의 충복에 의해 살해된 것은 지구촌을 들썩이게 했던 큰 정치적 사건이었다. 국내에서 박정희 향수에 젖어 있거나 그의 이데올로기로 이득을 보는 세력이 아직도 많다는 것은 과거 청산이 매우 미흡하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이런 후진적 현실을 외신은 ‘독재자의 딸’이라는 표현으로 대신하고 있다. 한 나라의 주요 정치 현상은 외부세계에 그 나라에 대한 정치 수준을 측정하는 주요 자료가 된다. 이런 점을, 세계화 시대에 살고 있는 유권자나 정치권은 깊이 살펴 볼 때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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