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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14 07:08

박해현 논설위원이란 ㅈㅅ 월급쟁이의 사내칼럼을 보았다. 제목이 “축구장은 육체의 신성한 환희를 보여주는 극장이다”. 왜 축구장이 극장인지 이 사람의 개인적 관점이 궁금해 대충 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대표적인 ㅈㅅ 글질이다.
제목과 상관없이 그가 쓴 본문의 키워드는 뜬금없이 부조리(不條理)다. 들어가는 글에서 축구의 종가 영국을 끌어들인다. 1차 세계대전 때 영국군 이스트 서리 연대에 속한 중대장 네빌 대위가 축구공 차기 작전으로 독일군의 진지를 함락시켰다. 필자는 이 생지옥 아수라 전쟁터에서 ‘네빌 대위와 병사들은 그들을 전쟁으로 몰아넣은 부조리(不條理)한 상황 앞에서 축구공을 뻥뻥 차면서 반항의 퍼포먼스를 펼친 것은 아닐까.’하는 상상적 철학을 펼친다. 그래서 이 남자 필자는 네빌 대위님은 사적으로다가 축구를 존나 사랑했다는 확신하에 자기 주장을 이어간다. (필자가 군미필자일 거라는데 10원 건다. 네빌 중대장님이 골프광이었다면 대원들에게 골프채 사주셨을 기세. 군은 사기(士氣)를 먹고 사는 집단이다. 지휘자의 개인적 취미로 부대를 운용하면 정희나 두환이 꼴 난다.)

이어서 까뮈다. 왜 아니겠는가. ㅈㅅ에서 신주 모시듯 모시는 서양, 거기에서도 뭔가 고급스러워 보이는 문학, 그것도 노벨상까지 타신 부조리의 대가이신데. 그러나 필자도 염치가 있는지 이 단락의 초입에 백도어를 설치하고 가신다. ‘카뮈가 네빌 대위의 축구 돌격에 대해 언급한 적은 없다’고.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필자 지가 뭔데 까뮈가 언급을 했는지 안 했는지 어찌 알까? 그런 논리라면 예수나 소크라테스도 인용하시겠다. 까뮈님이 그러셨단다. "나는 도덕의 일부를 축구 경기장과 내 진정한 대학교로 남아 있을 극장에서 배웠다"고. 부조리는 어디서?
그러면서 결론을 내리신다. “이제 올림픽은 끝났고, 2014년 월드컵을 기다릴 때다. 한국 축구가 본선 티켓을 따는 과정이 제발 마음 졸이지 않고 편하게 볼 수 있는 드라마를 빚어냈으면 좋겠다.” 이 말씀 하시자고 듣보잡 네빌 대위부터 까뮈까정 고생이 많으셨다. 혹시 내 독해력에 문제가 있을까 해서 논설위원님의 글을 몇 번씩 읽었지만 지가 갖다 붙인 제목 “축구장은 육체의 신성한 환희를 보여주는 극장이다”와 관련된 내용은 어느 구석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축구장 하나만 가끔 눈에 밟힐 뿐이다. 이건 막 쓴 거다. 여기저기에 굴러다니는 지식들을 대충 주워서 막 섞은 다음 제목에 자기 마음을 담아낸 거다. 얘들이 이렇다.
문학산책이라는 칼럼도 이 모양이니 대한민국 국민이 다 정치평론가인 정치 칼럼은 어떨지 안 봐도 비디오다. 참고로 이 친일찌라시 신문의 뻥튀기는 별 걸 다 뻥친다. 박해현 논술위원의 주장을 보면 네빌 대위는 4개 소대에 축구공을 하나씩 전달했고 전투 후 독일군 참호에 떨어진 축구공 2개를 되찾았다고. 그러나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two footballs which the Company Commander, Captain Wilfred Nevill, had bought for his platoons to kick across No Man's Land. ...the Regimental Museum, which also contains one of the footballs used.” 이렇게 나온다. 네빌 대위가 산 축구공은 두 개이고, 그 중 하나만 연대 박물관에 남아 있다고.
박해현 조선일보 논설위원님, 제목 바꾸시죠. ‘컬럼은 내 지식을 이것저것 막 보여주는 환희의 극장이다’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