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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10 07:27
말하기와 듣기
저는 말을 잘한다는 얘기를 들어보질 못했습니다. 초등학교 시절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질문을 하면 단 한 번도 손을 들고 대답해 본 적이 없습니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 앞에 서면 긴장해서 심 호흡을 크게 하곤 합니다. 그런 제가 평생을 변호사로 살았습니다. 말 못하는 사람이 하루 아침에 달변가가 될 리 없는데, 30년 가까이 말로 남을 변호하는 일을 했으니 제가 생각해도 신기한 노릇입니다.
저는 말을 잘하는 변호사는 아니었습니다. 열정적으로 웅변하고 제 주장을 펼치는 재주는 제게 없습니다. 대신 저는 남이 하는 말를 열심히 듣는 일은 잘 했습니다. 말을 찾는 것보다 사람을 이해하는 것이 먼저라 생각했습니다. 입 대신 귀를 여니 길이 보였습니다. 굳이 많은 말로 변호하지 않아도, 화려한 말솜씨로 좌중을 사로잡지 않아도 진심을 전할 수 있었습니다.
힘든 사람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조언과 격려가 아니라, 그의 말을 들어줄 사람입니다. 남의 얘기를 진심으로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생각보다 많은 일들이 풀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