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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7.24 10:30
올망졸망한 아이들과 반나절을 보내는 건 즐거운 곤욕이다.
얼마 안 있으면 아들 여름방학이다. 방학 내내 무얼 시킬가 골몰하다가 동네 친구들과 물총 놀이를 시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물총 하나 사서 아들과 공원을 어슬렁 거리니까 아이들이 낚였다. 아들 유치원 친구, 형아 그리고 첨 보는 아이들까지 달겨들어 한 번만 쏘고 싶다고 애원한다. 모두 골고루 한 번씩 쏘게 해 주었다. 그리고 내일 모여서 물총 놀이하자고 했더니 아이들이 좋다며 내일 만나자고 했다.
아이들이 물총 하나씩 메고 모두 나왔다. 관건은 물 공급이다. 첫 날은 집에서 물을 받아 갔다. 페트병 세개 정도 받아 갔는데 정말 순식간에 물이 사라졌다. 집에서 물을 공급하는 건 어렵다. 거리가 너무 멀다. 그렇다면 새로운 물 공급처를 물색해야만 한다.
공원 옆 경비실, 지하 주차장, 관리사무소 물을 공급할 수 있는 곳은 모두 세 군데다. 그 중 공원 옆 경비실이 가장 적당한데 동네 사람들 민원이 생길까봐 걱정이 된다. 둘째 날은 20리터 물통에 물을 받아 갔다. 첫 날보다 아이들이 더 모였다. 이 번에도 순식간에 물이 동이 났고 어쩔 수 없이 경비 아저씨께 1800원짜리 녹즙을 제공하고 물을 얻어 썼다.
물총 놀이가 반응이 좋아서 공동구매를 추진했다. 10여명은 물총을 구매할 의사를 보였기 때문에 통 크게 20개를 선 구입했다. 물총은 순식간에 팔렸다. 아직도 더 사겠다는 대기자가 10명이 넘는다.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나를 기다린다. 물총 놀이에 있어서 나는 골목대장이다. 평소 말 안듣는 애도 물총 놀이를 함께 하고 싶어서 네네 소리를 한다. 아이들은 어른이 물을 떠다 주고 자기들이 쏘는 물총에 맞아 주는 걸 즐기는 것 같다.
어제였다. 아파트에 모인 아이들은 20명이 넘는다. 미리 준비한 우비 우산 여분의 물총을 번갈아 가며 입혀 아이들 엄마들에게 술래를 시켰다. 아이들은 우비 입은 엄마를 향해 열심히 물총을 쏘아 댄다. 엄마들은 도망 다니며 반격을 한다. 작은 아이들은 엄마가 물총을 겨냥하면 도망가기 바쁘고 조금 큰 애들은 물을 맞으면서도 덤비면서 공격을 한다.
쪽 수 앞에서 덩치는 아무런 영향력을 가지지 못한다. 엄마들은 결코 이길 수 없는 전쟁에서 광대 노릇을 해 주고 있다. 번갈아 가며 뛰어 다니던 엄마들이 한 목소리를 낸다.
'이 거 다이어트 되겠어.'
그리고 연신 엄마들이 내게 고맙다며 인사를 한다.
'아빠가 이렇게 놀아 주시는 거 쉽지 않은데요.'
나는 내 욕심을 채우는 것 뿐이다. 내 아들이 더 많은 친구들과 재밌게 놀기 바라고 하루하루가 즐거우면 족하다. 엄마 혼자서 애를 보고 놀아 주는 건 어렵고 힘든 일이다. 아이들이 자란다는 건 더 많은 호기심과 욕구가 생기는 걸 뜻한다. 육체는 활동을 필요로하고 정신과 지식의 창고는 더 많은 세상의 배움을 필요로 한다. 아이가 친구들과 놀이를 하면서 잘 어울리는 것이 곧 교육이라 믿는다.
두시간 남짓한 물총 놀이는 정말 정신이 없었다. 스무명 아이들이 번갈아 가며 물 떨어졌어요 하며 달려 오는데 손에 쥐가 날 정도로 펌프질을 했다. 물도 대여섯 번 이상은 받아 온 것 같다. 엄마들은 페트 병을 가지고 다니며 물을 받으러 다녔다. 물총 놀이가 끝나고 엄마들은 조촐한 회식을 가졌다.
올 여름은 올망졸망한 아이들과 함께 시원한 물총 놀이로 더위를 날려 버릴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