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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29 14:28
요즘 한참 유행하는 말처럼, 지랄도 풍년입니다. 살다 살다 보니 별꼴을 다 보게 되는군요.
김재철 MBC 사장, 짤리지 않은 것에 대한 감사의 표시인지 뭔지는 모르지만, 4월 11일의 총선 마지막 두 시간 선거 현황을 방송하지 않기로 결정을 했다는군요. 그리고 이유로 내세운것이, 그 시간의 방송은 2-30대에 투표 독려를 하는 것이고, 이것은 야당을 돕는 편파 방송이 된다는 것입니다. 그 소리를 듣는 순간 탁 기가 막혔습니다. 아, 이렇게 대 놓고 선거에 초를 치겠다고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재철 사장이 내 놓은 근거대로라면, 아침에 선거현황을 방송하는 것은 비교적 보수적인 장노년층에 대한 편파방송이니 아예 선거방송을 하지 말라는 의견도 어디선가 봤습니다만, 이런 것이 문제가 아니죠. 정말 짚어야 할 문제는 방송을 안 하겠다는 이 결정이 마치 김재철 자신이 내린 사적인 결정인 것처럼 보도가 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게 그렇진 않겠죠. 김재철 뒤에 누가 있는지는 우리가 다 알고 있지 않습니까? 아마 '김재철을 그 자리에 앉힌 사람'의 의중이 담기지 않고 이런 황당한 결정이 나올 수 있을까요? 지금까지 문제가 됐던 그 수많은 사건들의 처리 방식들을 함께 고려해 볼 때, 이런 식의 결정, 즉 "무조건 밀어붙이면 된다"는 식의 결정은 누구의 스타일이었습니까?
21 세기 개명 민주국가라고 불리우는 나라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다는 것이 믿기지 않기도 하거니와, 그 방식으로 볼 때 박정희 코스프레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무식한 방법의 언론장악과 탄압은 결국 우리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인정할 수 없는 사태로까지 번지고 있다는 생각만 듭니다. 결국 우리로 하여금 왜 투표를 해야 하는지를 너무나 극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이 김재철의 선거 막바지 두 시간 선거독려 방송 금지라고 하겠습니다.
이번 선거의 중요성, 그리고 한 표가 왜 심판의 한 표가 되어야 하는지가 이 사건 하나로 참 극적으로 드러난 듯 합니다. 어쩌면 여러분이 심판해야 하는 대상은 단지 이명박 정권과 새누리당 뿐 아니라 코스프레의 대상으로서 아직 대한민국의 시간과 공간, 그리고 적지 않은 이들의 머릿속을 점유하고 있는 박정희 시대의 향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시애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