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보를 가리는 경선룰을 두고 민주통합당의 선두 주자 문재인 의원과 새누리당의 박근혜 의원 간의 자세에서 우리는 분명한 차이를 본다.

 

물론 민주통합당의 선두 주자로 거론되는 문재인 의원에 비해 새누리당의 선두 주자인 박근혜 의원은 그 확률적인 면에서 분명 차이가 난다.

 

이미 반쯤은 대통령 자리에 올라 있고 경선룰 변경 때문에 이명박에게 패한 박근혜 의원 입장에서는 경선룰을 바꾸는 것에 대해 추호의 양보도 보여줄 리가 없다.

 

권력 의지에 대한 강한 집착과 이명박에 대한 정치적 트라우마, 4.11 총선 승리를 견인한 것, 더 이상의 대권도전은 불가능하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박근혜 의원의 타협 불가 원칙은 충분히 타당성이 있다.

 

하지만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문재인 의원이 보여준 대승적 결단에 비해 박근혜 의원의 일방통행은 정치가 무엇인지에 대해 분명한 인식의 차이를 보여준다.

 

권력 의지와 정치적 트라우마라는 면에서는 문재인 의원도 절대 박근혜 의원에게 뒤지지 않는다.

 

박정희 대통령이 지나친 독재(차지철이란 호로 자식의 존재는 초점을 흐릴 뿐이다) 때문에 자신의 심복한테 총 맞아 죽은 것에 비하면, 이명박 정권과 보수 언론, 정치검찰의 비열한 정치보복 때문에 정치적 동지인 노무현 대통령이 스스로 생을 마감할 수밖에 없었던 것에 비하면 오히려 권력 의지와 정치적 트라우마에 대한 간절함과 정당성이 문재인 의원 쪽이 더 강력하다 하지 못할 것도 없다.

 

게다가 문재인은 정권 재탈환에 목숨을 걸 수밖에 없는 야당 후보다.

소속 당에서 대선 후보로 선정되는 것이 더욱 절실한 쪽은 당연히 야당 후보인 문재인 의원이 아니겠는가?

 

헌데 소속 당의 대선 후보가 되기 위한 경선룰에서 선두 주자로써의 유리함을 대승적인 차원에서 받아들인 문재인 의원과, 다른 군소 후보들의 도전 자체도 허락하지 않는 박근혜 의원의 보여주는 모습에서 우리는 이명박 정권이 저질러놓은 숱한 문제들을 통합적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정치인이 누구인지 충분히 판단할 수 있다.

 

그것은 대통령 적합도나 지지율 면에서의 유불리와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우리는 안다, 제왕적 대통령이 대한민국을 어떻게 망쳐왔는지.

권위주의적이고 불통의 대통령이 국민들을 어떻게 사지로 몰아넣고 5000년 역사의 한반도 생태계를 어떻게 작살냈는지.

 

온통 부패의 냄새만이 천지를 진동하고 임기 말까지 불통의 인사를 밀어붙여 국민들을 끝없이 좌절시키고 있다.

 

단 두 가지 요소, 권위주의적이고 불통이란 것들로 인해 이런 최악의 결과들이 한반도 곳곳에 널려 있다.

 

아시아 최초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이며 인간의 얼굴을 한 통섭의 경제학의 대가인 아마티아 센은 이렇게 말했다.

 

“실제로 권위주의적 정치체제, 그리고 정치적 권리와 시민 권리의 억압이 경제발전을 북돋우고 유리하게 이끈다는 일반적 증거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만일 박근혜의 정치적 정통성이 박정희의 압축성장에 있다면, 그래서 5.16군사쿠데타를 자신의 아버지가 내릴 수 있었던 그 당시의 최선의 선택이었고,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주장한다면, 분명 그 이유와 증거들을 제시해야 한다.

 

지금까지 보여준 자신의 행태들이 권위주의와 불통의 리더십과 어떤 점에서 다르고 그것들이 구체적인 공약과 정책들에서 어떻게 반영되고 실천될 것인지에 대해서도 밝혀야 한다.

 

그럴 때만이 현재의 새누리당 경선룰을 손보지 않고 모든 후보들이 그대로 따라야 한다는 정당성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나는 그것이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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