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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석] 문재인, 맹자와 함께 ‘사람’을 말하다

댓글 7 추천 5 리트윗 1 조회 404 2012.07.17 11:42

문재인 후보님 홈페이지에서 퍼온 글입니다.


[칼럼] 문재인, 맹자와 함께 ‘사람’을 말하다

강기석(전 경향신문 편집국장)
 
대선 후보들의 슬로건이 현란합니다. 민주당 손학규 후보의 슬로건이, 온 식구가 저녁밥을 함께 먹을 수 없는 노동자․서민의 가슴을 울리더니 같은 당 정세균 후보가 ‘빚없는 사회, 편안한 나라’로, 가계빛더미에 찌든, 역시 노동자·서민들의 귀를 쫑긋하게 합니다. 이어 김두관 민주당 후보가 ‘내 삶에 힘이 되는 나라’를 내세웠고 박근혜 새누리당 의원은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를 만들겠답니다. 각각 후보자의 정치철학을 한 마디로 표현하는 슬로건으로, 대선기간 중에는 물론이고 당선된 후에도 국정운영의 기조가 될 것입니다.
 
슬로건이 발표될 때마다 정치적 반대자들의 패러디가 봇물을 이룹니다. 예를 들어 박근혜 후보의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에 대해, “이루어질 그 ‘꿈’은 박근혜 자신의 꿈일 뿐이다”라는 빈정거림입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이명박 대통령이 내건 ‘국민행복시대’와 마찬가지입니다. 그 허황된 약속에 넘어가 “우리 모두가 행복해 질 수도 있구나”라는 환상에 빠진 죄로 죽도록 고생하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모두의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 자체가 불가능한 일일 테니까요. ‘붉은 악마’의 꿈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포르투갈이나 이탈리아가 피눈물을 흘려야 하지 않던가요.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는 ‘국민성공시대’의 쌍생아
 
그런 의미에서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는 ’저녁이 있는 삶‘이나 ’빚없는 사회‘ 보다 훨씬 모호하고 공허한 것이 사실입니다. 저녁이 없는 삶을 사는 계층이나 잔뜩 빚을 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누구인가는 분명한 반면, 꿈이 없는 사람은 없는 대신 그 꿈은 사람마다 제각각일 테니까요.
 
민주당 문재인 후보도 15일 슬로건을 발표했습니다. 

 

 

 

‘사람이 먼저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말하는 사람이란 누구를 말하는 것일까. 그것이 아무 구분없는 ‘모든 사람’을 의미한다면, 박근혜 후보가 말하는 ‘내 꿈’과 전혀 다를 것이 없습니다. 차별성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이른바 ‘99%’를 말하는 것일까.

 

저는 이 대목에서 느닷없이 맹자를 떠 올렸습니다. 맹자는 춘추전국시대에 활약했던 제자백가 중에서 가장 분명하게 민본주의를 주창한 중국의 사상가입니다. 나라에서는 백성이 가장 귀중하며, 토지는 그 다음이고, 군왕은 그보다 귀중하지 못한 존재라는 겁니다. 왕조국가시대에는 가히 혁명적인 사상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는 임금과 사직을 두는 목적은 백성들의 평안을 위한 것이며 그렇지 못할 경우 임금을 바꿀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국왕과 사직보다 귀중한 것이 백성”
 
우리는 흔히 ‘공자 왈, 맹자 왈’하면서 공자와 맹자의 사상을 한 묶음으로 취급하지만, 공자는 인간관계를 개인적 관점에서 규정하는 ‘인(仁)’을 중시한 반면 맹자는 인간관계를 사회적 관점에서 보는 ‘의(義)’를 강조합니다. 물론 이번 슬로건을 준비한 실무진이 맹자를 참고하지는 않았을 것이며, 이 슬로건을 선뜻 받아들인 문재인 후보 역시 맹자를 깊이 연구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제가 슬로건이 발표되는 순간 맹자의 민본주의를 떠올린 것은 그 안에서 분명히 ‘의’를 보았기 때문입니다. “이념보다, 권력보다, 질서보다, 승리보다, 명예보다 사람을 맨 앞에 둔다”는 것, 그것이 바로 ‘의’가 아니겠습니까.

 

천민자본주의는 ‘의’가 아닌 ‘이(利)’만을 떠받듭니다. 사회적 관계가 상품의 교환으로 구성되고 사람은 교환가치로 표현되며 인간관계는 상품교환의 형식으로 존재합니다. 이에 따라 모든 사람이 타자화되어 인간관계는 황폐화되고 결국은 소멸합니다. 우리가 바로 그런 사회에서 살고 있습니다.

 

 

 

양혜왕이 맹자에게 나라를 이롭게 만들 방도를 묻자 맹자는 “어찌 ‘이’를 말씀하십니까. 오직 인과 의가 있을 따름입니다” 라고 단칼에 자릅니다. ‘사람이 먼저다’의 철학과 똑같은 것입니다. ‘사람이 먼저다’가 선언한 바 “아파트보다, 자동차보다, 학력보다, 성공보다, 명함보다, 첨단기술보다, 수출보다 사람을 맨 앞에 둔다”는 것이 바로 ‘이’보다 ‘의’를 앞세우겠다는 것입니다.

 

‘이’를 앞세우는 사람은 혼자서 즐기지만(獨樂), 의를 중시하는 사람은 더불어 같이 즐깁니다. 여민락(與民樂)입니다. 맹자는 또 사람의 본성에 대해 말합니다.


“사람은 모두 차마 남에게 모질게 하지 못하는 마음(不忍人之心)이 있다. 측은해 하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다. 부끄러워하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다. 사양하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다. 옳고 그름을 가리는 마음이 없으며 사람이 아니다.”

 

그렇다면 무상급식을 반대하고,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거부하는 새누리당과 재벌들은 ‘측은지심’이 없으므로 사람이 아닙니다. 측근들이 부패로 줄줄이 끌려 들어가도 전혀 부끄러움이 없는 이명박 집권세력은 사람이 아닙니다. 지네발로 사업을 확장하면서도 만족을 모르고, 불법 부패로 치부한 범죄자들이 사양하지 않고 자리를 탐하고 있으니 사람이 아닙니다. 옳고 그름을 가려야 할 검찰이 BBK의 실제 주인을 은폐하고 민간인 불법사찰을 덮으며 저축은행사건을 축소하려 든다면 그들은 사람이 아닙니다.  

 

사람이 아닌 자들이 권력을 휘두르고 있으니…

 

그러므로 ‘사람이 먼저다’라는 선언에 담긴 “권력은 강한 사람보다 약한 사람을 먼저 돌보라고 있는 것입니다. 정치도 가진 사람보다 없는 사람을 먼저 챙기라고 있는 것입니다. 약자 먼저! 이것이 권력을 사용하는 시작이고 끝입니다. 전부입니다.”라는 정신에서 우리는 이 슬로건이 뜻하는 ‘사람’의 진정한 의미를 알 수 있습니다. 사람이 아닌 사람들에게 빼앗긴 권력을 되찾아 오자는 것입니다.

 

노무현 대통령도 ‘사람사는 세상’을 이야기했고 그 세상은 ‘반칙과 특권이 없는 세상’이라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사람’에 대한 정의는 ‘사람이 먼저다’의 ‘사람’과  다를 것이 없지만 추구하는 세상은 대단히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반칙과 특권이 없는 세상’은 사후적이고 저항적입니다. 하지만 ‘맨 앞에 사람을 두는 세상’은 모든 정책수립단계서부터 사람(의 행복)을 우선으로, 특권이 발생할 여지를 아예 만들지 않겠다는 사전적이고 적극적인 선언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이 먼저다’는, ‘사람사는 세상’에의 염원이 만들어 낸 수단이자 목적이며 차원을 달리하는 ‘시즌 2’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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