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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7.01 13:04
1980~90년대 방송민주화 투쟁에서 ‘파업을 홍보하는 찌라시를 열심히 돌려 조합원상도 받았다’는 자랑부터, 기자총회에서 격렬하게 보도국의 수뇌부를 비판하던 분노에 찬 선배의 얼굴을 떠 올리며, 술자리 곳곳에서 우리 뉴스의 문제를 뼈아프게 반성하던 힘찬 사자후를 믿었기에, 그들의 말은 경험에서 나온 진실한 말들 같았다. 방송이 협업과 분업의 산물이기에 그것의 제작에 참여한 사람들의 고민과 노력, 자긍심이 모아지는 정점에 서있는 공통가치이자 그 산물이 바로, ‘공정방송’이라고 믿어왔다.
하지만, 지난 2년간 김 사장을 비롯해 회사의 중요한 보직을 맡은 선배들의 행태는 자신들이 보여 온 20~30년의 회사생활의 행적과 곳곳에서 내뱉었던 말들을 온통 부정하는 일들의 연속이었다. 한미FTA 집회현장에서 MBC카메라를 들고 있다는 이유로 쫓겨난 후배가 FTA현안을 외면하는 우리뉴스를 비판하는 글을 보도국 게시판에 올리자, 사장과 임원들이 ‘카메라기자가 무슨 공정방송이냐’며 분노했다는 말들이 직종에 대한 위협처럼 공공연하게 전해졌다.
2010년과 2012년 현재, 계속되고 있는 두 번의 파업을 거치며, ‘기자, PD는 이해하겠는데, 왜 기술, 경영, 카메라맨이 덩달아 공정방송 퇴진을 외치는지 이해되지 않는다’는 말들이 틈만 나면 간부들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공정방송을 요구할 수 없는 이들’이 ‘공정방송을 요구하는 투쟁’을 하는데 따른 보복의 결과는 여러 가지 형태의 칼날이 되어 다가왔다. 인력축소, 카메라기자특파원 소환 등 갑작스런 인사발령, 불합리한 조직개편 등이 잇달았다. 그리고, 그들의 지난날 내뱉었던 말이 진심이 아니었음을 많은 사람들이 깨달아 가는 사이 우리가 만들고, 참여해왔던 뉴스와 프로그램들은 더욱 망가져 갔다.
“여당후보의 유세는 군중수의 많고 적음에 상관없이 항상 대단히 많은 군중이 가득 찬 것처럼 화면에 비춰지고, 야당후보들의 유세는 청중의 뒤쪽에서 비추거나, 청중이 덜 밀집된 곳 또는 한산한 곳을 자주 카메라에 잡았으며, 원거리 촬영 시에는 많은 인파의 주변건물 또는 빈터를 비추는 일이 많았다…여당후보에게 청중이 깃발을 흔들며 환호하는 장면을…야당후보들보다 3배나 더 많이 방송했다.”
<YMCA 모니터 클럽>이 지난 1987년 13대 대선기간 중 발표한 선거보도 모니터 내용 중 일부이다. 이는 지난달 초 노조가 분석한 MBC 4.11 총선보도 민실위 보고서라고 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 이 글을 읽고 있으면, 나의 후배는 한미FTA 반대집회 현장에 서있던 것이 아니라, 6월 항쟁의 거리에 서있었고, 우리는 2012년이 아닌 1987년의 민주화 현장에 서있었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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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카메라 기자 나준영 | ||
김재철 사장과 그를 지키는 사람들이 전한 거짓말 덕에, 우리는 결국, 촘촘하게 짜여진 업무의 컨베이어 벨트를 벗어나, 파업의 현장에 서게 됐다. 서로를 바라보는 순간, 우리는 본능적으로 직종과 부문을 떠나 어깨동무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협업과 분업의 ‘공생관계’에 놓여져 있었다는 진실을 진정으로 깨닫게 됐다.
그리고 진정한 공생관계의 우리가 만들어낼 진짜 생산물이 ‘공정방송’이라는 것도. 그래서 이 순간, 우리가 싸워서 얻어야 할 승리는 ‘김재철 사장체제의 몰락’이라는 일시적인 성과만이 아니라, 다시는 한 개인이 ‘시청자’나 ‘국민’의 이름을 빌려, 협업과 분업의 산물인 공정방송의 시스템을 파괴하고, 이런 상황에 적극 동참하는 것을 합리화하는 일이 불가능한 새로운 ‘공정방송 체제’를 만드는 것이다. 이것이 ‘공정방송’과 ‘김재철 사장 퇴진’을 외치며, 나와 나의 동료들이 100여일 넘기며 질기고, 독하고 당당하게 MBC 파업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가장 큰 이유다.
=상식에 대해서 왜 굳이.. 그런 타령이냐고..
좋은게 좋은거라고..
상식과 원칙이 난도질 당하는 세상은 진실이 발을 붙힐수 없는 비극의 세상일뿐이죠.
공정방송에 대해서 마봉춘 임원과 사장이 가지는 인식에 또한번 시청자로서 놀랍고
화가 많이 나네요. 수신료3000원을 5천만 국민이 모아서 내는게 그렇게 우스운일인건지.
공정방송에 누구보다 고민하고 앞장서야할 인간들이 고작 한다는 소리가..
나오는 한숨을 막을방법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