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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저금통의 죽음!

댓글 2 추천 4 리트윗 0 조회 175 2012.06.28 01:10

젊음이 오뉴월 태양처럼 찬란하게 빛나던 시절, 난, 죽음을 생각한 적이 있다. 그 찬란하던 젊음은 흔적도 없고, 청춘의 희망은 사그라 들었다. 익숙하게 늙어간다. 한 때 신봉한 이념은 낡은 신문쪼가리처럼 탈색되었고, 생활에 세파에 찌들어간다. 잘도 못하지도 않는 삶의 흔적을 되돌아 보면, 아? 그때 그런 시절이 있었구나 생각이 든다. 내 청춘은 지나갔고, 미래에 대한 영광도 현실에 담보한지 오래다.

 

조금만 젊었다고 상상하지 않는다. 이미 지나간 과거의 연민은 초월조차 하지는 못하지만 익숙하게 받아들인다. 내 젊음의 초상을 기억하는 여자친구들을 가끔씩 본다. 부끄러움과 신념이 붕괴된 오늘의 초상은 그들도 익숙하게 받아들인다. 서로 좋은 점만 이야기를 한다. 흔들리는 내 젊음의 수치스런 과거는 없었다고 위안을 준다. 그래 우린 늙어가잖아. 조금 더 이쁘게 늙고, 우아하게 품위있게 늙자고 접대성 멘트를 날린다.

 

다들 먹고 살기좋은 시절이다. 학교동창 여자친구들과 근동의 대도시에 오페라 공연을 본후, 우린 현실이 가져다 준 행복에, 과거의 치열했던 흔적은 애써 지워버렸다. 과거가 부끄러울수록 현실에 몰입하는 배경이다. 우린 이렇게 과거의 흔적을 익숙하게 색칠하며 위안을 삼는다. 그게 바로 나였다. 패션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고, 요즘 유행을 언급하고, 신랑의 건강과 돈과 투자에 대해서 이야기 한 것이 전부였다.

 

자주보자란 마지막 인사와 아쉬움을 피력하는 여자친구에게 그래라고 답했다. 세월이 살아온 여정이 다르기에 감흥은 없었다. 내가 부쩍 큰 느낌이었다. 행복한 가정과 지위높은 의사의 부인이자, 명민한 자녀까지 둔 친구에게 쓸데없는 이야기를 한다는 자체가 무의미했다. 꼬박꼬박 생일을 챙기고, 의미가 있다는 날에는 항상 선물과 밥을 산다. 밥과 선물을 쳐묵쳐묵 챙기면서 그 여자친구가 부족한게 뭘까. 항상 고민한다.

 

그 친구는 과거의 내 모습에 대한 흔적을 찾으려고 하는 것이 아닐까 짐작만 한다. 그러나 난, 이미 과거의 내 모습을 기억조차 할 수가 없다. 그와 난 대충 이렇게 늙어만 간다. 우리의 의식도 과거의 흔적도 추억도 늙어갈 것이고, 기억이란 추억은 점점 미화하며 만족한 삶을 살 것이다. 그가 나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는다면 우린 이렇게 영원히 지속하며 종말을 고할 것이다.

 

거미저금통이 죽었다. 그 분노의 치민 글이 스스로를 죽였다. 이젠 앞으로도 그런 분노는 용납하지 않는 세상이 될 것이다. 그의 분노가 전체를 위한 평화에 대한 공격이라고 판단을 할 것이다. 아참? 이 기회에 쓰나미처럼 정리도 하고 싶었을 것이다. 미운놈에 대한 징계도 가능하리라 판단했을 것이다. 거미저금통은 그렇게 죽을 것이다. 누구도 돌보지 않은 행려병자처럼 신문의 귀퉁에나 날 부고처럼 관심도 없이 죽었다.

 

그와의 추억도 지워야 한다. 정파적 이해가 아니다. 정파적 칭찬도 손해도 아니다. 그는 그냥 평범한 보통 인간이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어느 곳에서는 사람이 죽어나고 익숙하게 받아들이며, 우린 우리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가혹하지 않은가? 죽음은 끝이다. 종교를 믿지만 내세의 천국은 믿지 않는다. 허황된 죽음 이후의 천국보다 내세보다, 현실에 천당이 아니라면 그것은 삿된 주장이 된다. 과도한 희망은 인간을 죽음에 내모는 병이다. 병명도 모르게 죽게 내버려둘 심산이다.

 

거미저금통의 죽음에, 아프리카에 봉사한 신부의 죽음에 환호작약하는 유명신부의 박장대소는 할 수 없다. 아직 모지리의 내 삶이자 내세의 위안보다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아픔이 배어있기에 그런 희망 자체를 믿지도 원하지도 않는다. 살아있는 것이 천국이자 유토피아다. 없는 것을 애를 쓴다고 가진다고 생각한다면 과대망상이 된다. 살아서 진보든 민주든 해야지 죽은 뒤에 바란다면 무슨 소용이 있나.

 

거미저금통의 죽음을 축복한다. 부디 죽어서 그 영화를 누리라. 살아서 당신의 존재를 설명한다면 그것은 위험한 꿈이다. 우린 익숙하게 이기적으로 늙어갈 뿐이다. 이기적 행위는 그 누구를 위한다는 명목에 당신의 죽음을 축복하는 이유다. 망초의 꽃말은 화해다. 요즘 들길에 갓길과 산천에 흐드러지게 핀 꽃이 망초다. 화해는 멀고, 죽음은 이렇게 가깝다. 거미저금통에게 망초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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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디푸스의눈 k8129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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