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1
0
조회 102
2012.06.25 23:40
정웅재 기자
입력 2012-06-25 09:22:19수정 2012-06-25 10:57:07
ⓒ민중의소리
통합진보당 오옥만 비례후보에게 270명 몰표가 나온 건설회사 사무실. 이 회사에 직원은 60명으로 등록돼 있으나 사무실에는 1명 밖에 있지 않았다. 이 회사의 이사인 고영삼(하얀색 원 안)씨는 1차 진상조사위원으로 활동했다.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경선 부정 논란을 조사했던 1차 진상조사위원회에 조사위원으로 참여했던 오옥만 후보 측 대리인 고영삼 씨가 대규모 부정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한겨레>는 25일 통합진보당 비례경선 2차 진상조사특위 자료를 입수해 보도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동일 아이피(IP)에서 적게는 60명 많게는 200명이 넘는 당원들이 투표한 사례가 발견됐다. 동일IP에서 투표한 경우가 가장 많은 곳은 한 농민회 사무실로, 이곳에서는 총286명이 투표했으며 모두 문경식 후보에 투표한 표였다. 전농 의장 출신인 문 후보의 영향력 아래 있는 지역의 농민들이 대거 투표한 것으로 추정된다.
2번째로 많은 동일IP 투표가 이뤄진 곳은 제주도의 위치한 'M 건설'인데, 이 곳에서는 270명이 오옥만 후보에 투표했다. 문제는 이 건설회사가 1차 진상조사위원회에 조사위원으로 참여했던 오옥만 후보 측 대리인 고영삼 씨가 운영하는 건설회사라는 것이다. 1차 진상조사위원회의 보고서는 동일IP 투표사례를 부정의 증거로 제시한 바 있는데, 누가 부정을 저질렀는지는 밝히지 않았었다. 부정 의혹의 당사자가 진상조사를 한 후 부정의 주체를 밝히지 않은 셈이다.
문제는 고씨의 건설회사가 당원들이 많이 오가는 '공개장소'가 아니라는 점이다. 다른 중복IP의 경우 노조나 농민회 사무실에 위치한 컴퓨터가 대부분이다. 이들 장소는 평소에도 당원들이 방문이 잦고, 현장투표소를 겸한 경우가 많아 투표를 위해 방문한 당원들이 온라인 투표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는 것이다. 고 씨는 이에 대해 "오 후보를 돕는 이들이 수시로 방문했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해당IP에서 이뤄진 투표는 후보를 소개하는 안내페이지에 대한 검색도 거의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각종 안내페이지는 온라인 투표를 하는 당원들이 참고하는 웹 페이지로 보통 두사람 중 한 사람은 열어보는 페이지다. 고 씨의 해명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다.
수천번에 달하는 미투표자 검색도 이뤄져
누군가 당원의 인적사항을 갖고 대리투표를 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당시 선거에서 현장투표소 관리자는 미투표자를 검색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었다. 이는 온라인으로 투표를 한 당원이 현장투표소에서 중복으로 투표를 하는 경우를 막기 위한 것이었다. 따라서 특정 관리자가 현장투표소에 설치된 컴퓨터 외에서 투표여부를 조회했다면, 의심을 살 수 있다.
고 씨의 건설회사에서는 수천번에 달하는 미투표자 검색이 이루어졌는데, 이는 제주 지역의 현장투표 관리자 ID를 도용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고 씨의 건설회사 사무소는 현장투표소가 아니었다.
오옥만 후보 측에서 동일IP 투표가 대거 있었다는 주장이 이전에도 제기된 바 있다. 지난 5월 4일 통합진보당 전국운영위원회에서 우위영 운영위원은 "제보에 따르면 오옥만 후보와 관계있는 제주지역에서 동일IP에서 200개 이상의 투표가 확인됐는데, 조사보고서에는 이 부분이 빠지고 동일IP에서 수십개 투표가 이뤄진 다른 사례를 공개했다"면서 조사위원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진상조사를 하고 보고서를 작성한 것 아니냐고 따졌었다.
당시 우위영 운영위원의 주장에 대해, 온라인투표 조사를 담당했던 참여계 박무 조사위원은 답을 하지 않고 오히려 우위영 운영위원에게 주장의 출처를 따졌었다. 두 사람간 공방속에 진실은 묻혔었는데, 2차 진상조사특별위원회의 조사 결과, 제주지역에서 동일IP 중복투표가 270여개 이상 이뤄진 것은 사실이고, 그 장소는 제주시 ****에 위치한 'M건설'인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M 건설은 2005년 2월 21일 설립된 회사로 토목건축공사업, 시설물유지관리업 등을 하는 소규모 건설회사다. 이 회사는 통합진보당 당원이 270명이나 존재하는 큰 규모의 회사가 아니다. 특히, 이 회사에서는 3당 통합 전 국민참여당의 지역위원회 운영위원회의 등이 종종 진행되는 등 국민참여당과 관계가 깊다.
1차 진상조사위원회는 부정선거 의혹 등과 관련이 있는 비례대표 후보들이 추천한 인사들로만 조사위원을 구성해 조사의 객관성·공정성 시비가 여러차례 제기된 바 있다. 2차 진상조사결과에서 오옥만 후보 측 고영삼 씨가 관여된 것으로 보이는 M건설의 동일IP 중복투표 건이 드러남에 따라, 1차 진상조사위원회 구성과 조사의 객관성 공정성은 더욱 의심 받게 될 처지에 놓이게 됐다.
정웅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