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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28 12:25
선거철이면 후보를 향한 네거티브 공격이 기승을 부리기 마련. 이번에도 표절 의혹을 제기한 것은 학계가 아니라 정치권이었다. 이런 시기에는 의혹을 제기하는 쪽의 말도 믿기 어렵고, “대꾸할 가치도 없다.”고 부인하는 쪽의 말도 믿기 어렵다. 어느 쪽이 사실이냐 묻는 팔로워들의 물음에 답하기 위해 200페이지에 달하는 두 논문을 출력하여 한 장, 한 장 넘겨가며 비교해 보았다. 결론 : 이것은 ‘표절’이 아니라 ‘복사’다.
예를 들어, 연구의 “이론적 배경”을 다룬 논문의 13페이지에서 21페이지는 그 내용이 김백수의 논문과 글자 하나 틀리지 않다. ‘표절’을 넘어 아예 HWP 위에 남의 논문을 퍼다 놓고 ‘오리기’와 ‘붙이기’를 통해 슬쩍 문단의 순서만 바꾸어 놓은 것에 불과하다. 그러자 CBS ‘정관용의 시사자키’에 출연하여 이렇게 해명(?)한 모양이다.
"이론적 배경은 인용을 한다. 그게 조금 더 있었다는 부분인데. 인정한다. (...) 논문의 핵심은 결과다. 결론과 과정이 중요하지 이론적 배경은 중요하지 않다." (노컷뉴스 2012/03/27 문대성 표절의혹에 “잘못한 부분은 인정한다” http://goo.gl/1P9rg)
물론 궤변이다. ‘인용’에는 정해진 형식이 있다. 즉 자신이 인용하는 글의 저자와 출처를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가령 바로 위의 인용문을 보라. 학위논문이 아니라 인터넷에 내다버리는 글을 쓸 때도 인용을 한 후에는 저자와 출처를 밝히게 되어 있다. 특히 남의 문장을 빌려올 때는 반드시 따옴표를 사용하게 되어 있다. 참고문헌 빼고 72쪽 논문에서 9페이지면 대략 전체의 12%. 따옴표 없이 출처도 명기하지 않은 채 남의 글을 인용(?)하는 것을 전문용어로 ‘표절’이라 부른다.
결론과 과정이 중요하다?
그는 “결론과 과정이 중요하지 이론적 배경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그럼 과정은 어땠을까? 문장을 통째로 인용하는 것은 ‘과정’에도 존재한다. 가령 문대성 논문 65-66쪽은 김백수 논문의 80-82쪽을 글자 하나 틀리지 않게 그대로 오려붙였다. 이어서 67-68쪽에 걸친 한 페이지 분량 역시 김백수 논문의 82-83쪽과 글자 하나 틀리지 않고 일치한다.
이상과 같은 결과는 플라이오메트릭과 NBA 스트레칭 훈련이 등속성 운동능력에 미치는 효과를 박종문(2004)의 연구결과와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하 다섯 줄)
또한, 12명의 국가대표 축구선수들은 대상으로 실시한 스트레칭 훈련 후 슬관적 굴근과 신근을 비교한 연구에서 축구선수들은.....(이하 9줄)
Devita 등(1998)은 등속성 운동과 일부 저항운동을 통해 근의 대사적 반응 및 기능적 변화에 대한 긍정적 보고를 한 바 있으며, Bell 등(1991)도 6주간의 등속성 트레이닝이 각속도 60°/sec에서 슬관절의 근파워가 유의하게 증가한다고 보고하였다. (문대성 67-8쪽)
통으로 네 쪽을 토시 하나 틀리지 않게 오려붙인 셈이다. 심지어는 둘째 문단의 오타(‘축구선수들을 대상으로’ -> ‘축구선수들은 대상으로’)까지 그대로 베꼈다. 이어지는 69-70의 반 페이지도 김백수 논문을 그냥 오려붙인 것이다. 앞의 9쪽에 5쪽을 첨가하면, 통째로 오려붙인 것만 무려14쪽. 전체 논문이 72쪽이라면, 논문의 20%가 통으로 표절이다. 게다가 논문의 상당부분이 도표로 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싱크로율은 25%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밖에도 크고 작은 무단인용이 ‘과정’을 다룬 부분의 곳곳에서 발견된다. 가령 ‘연구방법’을 다룬 문대성의 24쪽과 김백수의 44쪽을 비교해 보라.
체지방율과 제지방, 체중, 근육량 등의 변인은 최소한 측정 12시간 전에 음식과 수분섭취를 제한한 상태에서 대소변을 보게 한 뒤 오전 9시에 정밀 체성분석기를 분석기(InBody4.0) 측정하였다. (문대성 p.24)
체지방과 제지방 체중, 근육량 등의 변인은 (생체저항이 원리를 이용한) 정밀체성분석 부석기(InBody 4.0)로 분석하였다. 피험자는 최소한 측정 12시간 전에 음식과 수분섭취를 제한한 상태에서 대소변을 보게 한 뒤 오전 9시에 (가벼운 복장)으로 측정하였다. (김백수 p.44)
둘을 비교하면 김백수의 두 문장을 괄호 친 부분만 빼고 베껴 한 문장으로 합쳐 놓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예 문단채로 갖다 베낀 부분도 있다.
등근속 근력을 축정하기 위하여 등속성 측정기구의 하나인 Cybex 770(Cybex Norm Test & Rehabilitation isokinetic dynamometer)을 이용하여 각속도 60°/sec, 180°/sec에서 양측 슬관절의 신근 및 굴근과 각속도 30°/sec, 120°/sec에서 족관절의 저측 굴근 및 배측 굴근에 대한 최고 토크(peak torque)를 측정하였다. (문대성 26쪽)
등근속 근력을 축정하기 위하여 등속성 측정기구의 하나인 Cybex 770(Cybex Norm Test & Rehabilitation isokinetic dynamometer)을 이용하여 각속도 60°/sec, 180°/sec에서 양측 슬관절의 신근 및 굴근과 각속도 30°/sec, 120°/sec에서 족관절의 저측 굴근 및 배측 굴근에 대한 최고 토크(peak torque)를 측정하였다. (김백수 46쪽)
나머지는 김백수의 문단에서 몇몇 표현이나 문장을 생략하여 압축하는 방식이다. 가령 다음 두 문단을 비교해 보라.
본 연구에서 수집된 자료는 SPSS WIN 10.0 program을 이용하였으며, 각 변인별로 평균과 표준편차를 산출하였다. 또한 집단 간 그리고 집단 내 차이를 분석하기 위하여 2 x3 반복측정 이원 변량분석을 실시하였으며, 유의수준 α = 0.5 효과의 유의한 차이가 있을 경우 사후검증은 Bonferroni 방법을 이용하여 분석하였다. (문대성 34쪽)
본 연구에서 수집된 자료는 SPSS WIN 10.0 program을 이용하였으며, 각 변인별로 평균과 표준편차를 산출하였다. 또한 (각각의 운동)집단 간 그리고 집단 내 차이를 분석하기 위하여 3 x3 반복측정 이원 변량분석을 실시하였으며, (....) 사후검증은 Bonferroni 방법을 이용하여 분석하였다. 모든 통계 자료는 유의수준 α = 0.5에서 검증하였다. (김백수 55쪽)
논문을 대충 넘겨 읽으며 찾아낸 것만도 이 정도다. 나의 잉여력이 조금만 더 쩐다면, 뻔뻔한 표절의 예는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누군가 헝클어 놓은 루빅스 큐브를 다시 맞추는 작업에 가깝다. 결론적으로 그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과정’ 부분도, 몇 가지 디테일만 슬쩍 바꾸어 놓았을 뿐, 김백수 논문의 연구 프레임을 통째로 차용한 것이다. (물론 이것은 생리학 연구의 일반적 프레임이므로 문장채로 차용해도 문제없다‘고 할지 모르겠다. 그 경우 그가 왜 때로 문장들을 슬쩍 변경시켰는지 설명해야 할 것이다.)
결론이 다르다?
자,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도대체 이 연구 자체가 얼마나 독창성이 있는가 하는 것이리라. 두 논문에서 세운 가설을 비교해 보자. 먼저 문대성은 PNF 훈련에서 다음과 같은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가설 1. “슬관절과 족관절의 유연성 능력이 더 향상될 것이다.”
가설 2. “슬관적 등속성 각근력이 더 향상될 것이다.”
가설 3. “족관절 등속성 각근력이 더 향상될 것이다.”
김백수의 연구 가설을 살펴 보자.
가설 1. “슬관절의 등속성 각근력에 차이가 있을 것이다.”
가설 2. “족관절의 등속성 각근력에 차이가 있을 것이다.”
가설 3. "무산소성 능력에 차이가 있을 것이다.”
가설 4. “혈중 스트레스 요인에 차이가 있을 것이다.”
한 마디로, 세 가설 중의 두 개가 이미 김백수의 연구를 통해 검증된 것이다. 문대성은 연구의 '목적이 다르다'고 말하나, 그가 세운 연구 목적의 2/3는 김백수의 것과 일치한다. 게다가 연구방법도 동일하다. 김백수가 3 그룹을 대상으로 2개월을 관찰했다면, 문대성은 2 그룹을 대상으로 3개월을 관찰했을 뿐이다. 3x2=2x3. 목적도 똑같고, 방법도 똑같고,조건도 똑같고, 측정기기도 똑같으니, 여기서 그다지 다른 결론이 나올 것 같지 않다. 문대성이 자부하는 '독창성' 부분을 보자. '슬관절 등속성 각근력의 변화'(45쪽)라는 항목이다.
12주간의 PNF 운동후 각속도 60도에서 슬관절의 신근력과 굴근력의 변화에 대한 연구결과는 테이블 26, 테이블 27, 테이블 28, 테이블 29와 같다. 테이블 26과 테이블 17에 나타난 것 같이 슬관절의 신근력에서는 우측과 모두 집단 간에는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으며(F=1.423, P=.250; F=2.102), 집단 내 측정시기에서는 유의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F=21.163, P=.000; F=8.424, P=.001) (문대성 45쪽)
8주간의 훈련후 각속도 60도에서 슬관절의 신근과 굴근의 변화에 대한 연구결과는 표5, 표6, 표7, 표8, 표9에 나타난 것과 같다. 표6에서와 같이 (각속도 60도에서) 우측 슬관절 신근은 그룹 사이에 통계적인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으나(F=2.492, P=0.111), 측정시기에서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F=0.987, P=0.427) (김백수 56쪽).
‘표->테이블’, ‘그룹->집단’으로 바꾸고, 8주 대신 12주의 수치만 새로 집어넣었을 뿐, 측정 결과는 물론이고 문장까지 동일하다. 대부분 김백수의 연구와 사소한 차이만 보일 뿐, 거의 문장까지도 비슷하다. 그가 독창적이라 자부하는 부분은 대체로 이런 식이다. 여기에 기초하여 문대성은 "결론이 다르다"고 주장한다. 다르면 얼마나 다르겠는가? 자, 두 논문이 PNF 훈련의 효과에 대해 최종적으로 어떤 결론을 내렸는지 살펴 보자. 먼저 문대성의 결론.
현재 국내에서는 선수들의 체력과 관련된 기능들을 향상시키기 위해 여러 가지 훈련방법들을 개발하고 이를 현장 적용하고 있으(며), 외국의 선행연구들(과 본 연구의 결과)에서 알 수 있듯이 PNF운동이 선수들의 운동수행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훈련방법으로 보고되어 있다. 그러므로 국내에서도 각 스포츠 종목의 경기 특성에 맞은 PNF 운동을 개발하여 활용할 수 있는 연구들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사료되며.... (문대성 72쪽)
김백수의 결론은 다음과 같다.
현재 국내에서는 선수들의 체력과 관련된 기능들을 향상시키기 위해 여러 가지 훈련방법들을 개발하고 이를 현장 적용하고 있으(나), (최근까지도 PNF 훈련은 선수들의 부상후 재활훈련에서 주로 사용되어져 왔다. 그러나) 외국의 선행연구들에서 알 수 있듯이 PNF운동이 선수들의 운동수행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훈련방법으로 보고되어 있다. 그러므로 국내에서도 각 스포츠 종목의 경기 특성에 맞은 PNF 운동을 개발하여 활용할 수 있는 연구들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 (김백수 94쪽)
이걸 보고 “결론이 다르다”고 말할 사람이 있을까? 다른 것이 있다면, 문대성이 김백수의 논문을 불완전하게 베꼈다는 것, 즉 김백수의 결론에서 ‘PNF훈련이 그 동안 선수들의 재활훈련에나 사용된다’는 정보를 생략했다는 것뿐이다.
결론. (1) 문대성 논문의 이론적 부분은 김백수의 것을 통째로 HWP 위에 퍼다 놓고, ‘오리기’와 ‘붙이기’ 기능을 이용해 남의 논문을 헝클어진 루빅스 큐브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2) 실험적 부분의 2/3는 내용적으로 김백수의 연구와 동일하며, 그 와중에서도 광범위하게 표절을 저질렀다. (3) 가설도 동일하고, 대상도 별 차이 없고, 실험의 조건, 연구방법, 측정기기도 동일하니, 다른 결론이 나올 리 없다. 그리하여 문대성의 연구결과는 김백수의 그것과 문장까지 동일할 수밖에 없었다. (4) 새로운 것이 있다면, 유연성 향상도를 측정했다는 것 뿐이다. (5) 그밖에 차이가 있다면, 표의 양식 등 디테일을 바꾸고, 8주 대신 12주 훈련의 측정치를 적어 넣은 것뿐.
결론적으로, 문대성의 논문에서 ‘내용적으로’ 표절이 아닌 부분은 아무리 많이 잡아도 1/3 미만이다. 2/3 이상은 표절이라 봐야 한다. 문대성은 말한다. ‘이것은 표절이 아니다.’ 이 말은 역설적으로 참이다. 맞다. 그것은 표절이 아니다. 베낀 부분이 그 정도라면, 그것은 표절을 넘어 복사다. 이것이 문대성 개인의 문제인지, 그 동네의 관행인지 모르겠지만, 이 정도면 ‘범죄적’이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 본인이 표절을 했다면 이렇게 성의 없이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리하여 내게 남은 의문은 이것이다. ‘도대체 문대성은 제 논문이 남의 논문을 복사하듯이 베꼈다는 사실을 알고나 있었을까?’
추기 :
어느 팔로워( @lkj9500 )의 표현. 이건 박사학위논문이 아니라 복사학위논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