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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18 19:17
박근혜와 문재인, 주변인물과 조직을 보면 대통령 후보의 진면목이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되었던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이명박 후보를 도왔던 원로 그룹을 언론에서는 흔히 '6인회(이명박, 이상득, 박희태, 최시중, 이재오, 김덕룡)'라고 부른다. 이명박 정권 창출의 '컨트롤 타워'로 알려져 있으며, 대통령 이명박, 전 국회의원 이상득, 전 국회의장 박희태, 전 방송통신위원장 최시중, 국회의원 이재오,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상임의장 김덕룡, 이렇게 대통령을 포함해서 여섯 명이 바로 이 모임의 구성원이다. 이상득은 다 알다시피 이명박의 친형이고, 박희태와 김덕룡은 여당의 유력 정치인으로서 2007년 당시에 이명박 선거캠프의 공동선대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최시중은 이명박의 '정치적 멘토'로 알려져 있는 사람이고, 이재오는 소위 말하는 '친이계'의 핵심인물이다. MB 정권이 끝나가는 지금 현재, 6인회는 어떻게 됐는가? 굳이 이것저것 설명하지 않아도, 그냥 한마디로 완전히 몰락했다고 볼 수 있다. 이명박 정권의 개국공신들로서는 정말 초라한 최후인데, 문제는 이들이 혼자 감옥 가고 혼자 왕따 당하는 건 상관없지만 그게 아니라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를 망치는 데 크게 일조했다는 것이다. 이 사례만 봐도, 대통령 후보의 주변인물들이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지를 쉽게 알 수 있을 듯하다.
그런데 얼마 전에, 사실상 여권의 대통령 후보로서 거의 확실시 되고 있는 박근혜 의원에게도 '7인회'라는 게 존재한다는 뉴스 보도가 있었다. 7인회 구성원의 면면을 보건대, 소위 말하는 '친박'에서는 무척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지만, 어쨌든 이런 원로 자문그룹의 존재 자체는 부정하고 있지 않은 걸로 보인다. 박근혜를 측면지원한다는 '7인회(김용환, 김용갑, 최병렬, 안병훈, 김기춘, 현경대, 강창희)'는 주로 박정희 유신과 전두환 5공 출신 인사들인데, 이들이 7인회라는 이름으로 언론에 직접 등장하기 전에도 박근혜를 돕는 원로 그룹이 있다는 얘기는 오래 전부터 여의도 주변에서 떠돌았다고 한다. 다른 정치인들보다 상대적으로 비밀이 좀 많은 박근혜 의원의 다른 조직들과 마찬가지로 7인회 역시 실체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였다가, 최근에 와서야 언론을 통해 사람들에게 알려진 것이다. 그러자 곧바로 막후에서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실세' 논란이 불거졌고, 이명박의 '6인회'와 박근혜의 '7인회'는 자연스럽게 비교 대상이 되었다. 이 부분만 놓고 봐도 이명박과 박근혜는 참 비슷한데, 과연 7인회의 멤버들이 (6인회가 2007년에 했던 것처럼) 올해 대선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되는지를 지켜보는 것도 꽤 흥미로운 관전포인트가 아닐까 싶다.
[사진 자료: 노컷뉴스]
한편 바로 어제 일요일인 6월 17일, 문재인 의원이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고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에 뛰어들었다. 다른 부분들은 신문기사를 읽어보면 될 테고, 이 포스트에서 주목하는 건 문재인의 지지 그룹이다.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은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특정한 원로 자문그룹은 딱히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이것이 (공적 조직이 아닌) 비선 조직인 원로 그룹의 실세 논란을 불러일으킨 이명박이나 박근혜와는 좀 다른 점이라 할 수 있겠고, 아무래도 그렇다 보니까 오래 전부터 한국 정치사를 어지렵혔던 소수의 몇몇 사람보다는 비교적 최근에 활동한 다수의 각계각층 다양한 인사들이 포진해 있는 편이다. 문재인의 지지그룹을 보면 흔히 말하는 친노 그룹 외에도 상당히 폭넓은 지지세력을 규합한 듯하고, 지금까지와는 달리 야권의 현역의원들도 상당수가 지지의사를 밝혔다. 원래 여권의 박근혜 의원은 (박사모 등과 같은) 탄탄한 조직을 가졌지만, 그에 비해 문재인 의원은 (노사모를 빼면) 이런 측면에서 그 동안 별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하지만 대선 출마 공식 선언과 함께 문재인의 조직력도 주목을 받게 되었고, 오늘 이 글에서도 간단하게나마 정리를 좀 해보고자 한다.
박정희 유신과 전두환 5공 출신 인사들, 박근혜의 '7인회'
대통령 후보 박근혜의 지지조직들은 예전부터 지금까지 크게 변화가 없는 걸로 보이고, 기존 조직 자체도 그다지 많이 알려져 있지는 않은 듯하다. 게다가 주로 장년층과 노년층의 지지를 받아서 그런지 아니면 대구 경북과 같은 특정 지역의 지지세가 특별히 강해서 그런지, 지지세력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 보기에는 다른 정치인들의 조직과 차별화되는 특이점을 발견하기가 그리 쉽지 않은 것 같다. 그리고 흔히 말하는 '친박'도 최근에는 '원박'이나 '중박', '근박'과 '초근박'에 '어박'까지 등장하며 계속 복잡해지고 있다니, 웬만큼 박근혜 의원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한 그 지지세력의 실체를 알기란 무척 어렵지 않을까 싶다. 다만 앞에서 얘기한 박근혜의 원로 자문그룹 '7인회(김용환, 김용갑, 최병렬, 안병훈, 김기춘, 현경대, 강창희)'는 2012년 현재 시점에서 보기에 분명한 색깔을 가지고 있고, 보도에 따르면 새누리당 일각에서도 공천이나 전당대회 등에서 이들이 역시 영향력을 발휘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니, 한 번쯤은 7인회의 면면에 대해 살펴보고 넘어가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2012년 5월 28일 동아일보 보도]
제일 먼저, 김용환 새누리당 상임고문은 박정희 유신정권에서 청와대 경제수석과 재무부 장관을 지냈다고 한다. 그리고 '원조 보수' 김용갑 전 의원은 육사 출신으로 5공 시절 국가안전기획부 기획조정실장과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을 지냈단다. 유신 때의 조선일보 정치부장 출신인 최병렬 전 한나라당(새누리당) 대표는 민정당 의원으로 국회에 입문한 뒤 2004년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에 앞장섰으며, 전 조선일보 발행인이자 도서출판 '기파랑' 대표 안병훈은 유신 시절 청와대 출입기자였다고 한다. 또 김기춘 전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 출신으로 중앙정보부 파견검사 시절 유신헌법 제정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단다. 박근혜의 외곽조직을 주도하고 있다는 현경대 전 의원은 며칠 전인 6월 15일 새누리당 제주도당 위원장으로 단독 응모했으며, 육사 출신인 강창희 의원은 전두환씨의 14년 후배로서 '하나회' 소속이었다고 한다. 그는 지난 6월 1일 새누리당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되었고, 별다른 이변이 없다면 새로 시작하는 19대 국회의 대표가 될 것이다.
7인회의 좌장격이라는 김용환 상임고문은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가끔 만나 식사를 하고 환담한다. 박 전 위원장도 총선 이후 한 번 자리를 같이했다"라고 밝혔다는데, 이 모임은 2007년 대선후보 경선이 끝난 직후 당시 박근혜 캠프의 김용환, 김용갑, 최병렬 고문과 안병훈 공동선대위원장 등 4명이 정기적으로 점심식사를 하면서 시작됐단다. 하지만 4월 총선에서 손수조나 이준석 등과 어울리며 이미지 쇄신에 신경 쓰고 있던 박근혜 의원의 측근들은 '올드 보수'인 이들 7인회 멤버들이 대통령 후보 박근혜와 함께 주목 받는 걸 부정적으로 보는 듯하고, 특히 이명박의 6인회와 박근혜의 7인회가 직접 비교되는 걸 무척 부담스러워 하는 것 같다. 오죽하면 한 친박 의원은 "6인회 중 절반가량 분들이 사법처리 당했거나 당할 우려가 있는 분들 아니냐"며 "실질적인 영향력을 발휘한 쪽은 6인회였지 단순 자문 그룹이었던 7인회와는 다르다"고까지 말했단다. 그러나 이재오 의원은 오히려 "6인회 얘기가 처음 나왔을 때 적극적으로 반박하려다 그냥 넘어갔다. 덕분에 선거 때 표 엄청 떨어졌다"며 "스스로 실체가 있다고 밝힌 저쪽(7인회)과는 다르다"고, 기자간담회에서 말했다고 한다.
문재인의 대선 출마 공식 선언, 그리고 그의 지지세력
안철수, 박근혜와 함께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 셋 중에 한 명으로 손꼽히던 문재인 의원이 드디어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나중에야 어떻게 되든 적어도 현재까지 그는 지지율 면에서 '빅 3' 안에 들고, 여러모로 노무현과 박정희가 자주 등장하는 이번 대선 정국에서 야권의 문재인은 여권 박근혜의 대척점에 서있는 게 사실이다. 이건 누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어쩔 수 없는 일이고, 아마도 이러한 이유 때문에 12월 대선은 그 어느 때보다도 뜨거운 선거전이 펼쳐질 것이다. 위에서 박근혜의 '7인회'에 대해 살펴봤는데, 적어도 아직까지는 문재인에게 이런 형태의 자문그룹이 존재하지는 않는 듯하다. 어쩌면 앞으로도 그런 일은 없을 걸로 보이는데, 그 이유는 박근혜와 문재인의 스타일이 확실히 다르기 때문이다. 아니, 현재 여권과 야권의 차이라고 봐야 하나? 여권의 박근혜는 상대적으로 폐쇄성이 강한 스타일이고, 야권의 문재인은 비교적 개방성이 강한 스타일이다. 이것은 가치판단 이전에, 그냥 그 자체의 성격이 그렇다는 말이다. 어차피 6인회나 7인회 같은 막후 비선조직은 폐쇄성이 강한 상태에서 그 영향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을 텐데, 문재인처럼 '시민동행정치'를 표방하는 개방적인 세력에게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 것이다.
[2012년 6월 17일 보도: 매일경제(좌), 세계일보(우)]
게다가 위의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문재인 지지세력의 대표적인 인물들은 얼굴과 이름을 봐도 누군지 잘 모를 정도로 대중적인 인지도가 그다지 높지 않다. 만약 나중에 박근혜가 대통령으로 당선된다면, (이명박의 6인회가 그랬던 것처럼) '박근혜 대통령을 만든 사람들'이라는 제목으로 7인회 멤버들을 거론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문재인은 나중에 대통령이 되더라도, 특정한 사람 몇 명을 지칭하기는 그리 쉽지 않을 걸로 보인다. 그만큼 문재인을 지지하는 조직은 힘이 어느 한 곳에 모여있다기보다는 여러 다양한 조직에 분산되어있고, 6인회나 7인회 논란에서 보게 되는 '실세'를 찾기도 어렵다. 이건 마치 노무현 선거캠프를 떠올리게 하는데, 집단으로서의 노사모 외에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과 관련해 특별히 보통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인물이 많지 않은 것과 비슷하다. 선거 때 뿐만이 아니다. 노무현 정권에서 일했던 수많은 유력인사들 중에서, 지금 이명박 정권의 6인회와 같은 절대적인 결정권을 가진 인물들이 있었는가? 그 내부에서는 어땠는지 몰라도, 일반적으로 보기에는 그런 인물이 없었던 것 같다. 그러니 예상컨대, 2012년 대선의 문재인 조직은 2002년 대선에서의 노무현 조직과 비슷할 테고, 박근혜 조직은 2007년 대선에서의 이명박 조직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박정희+이명박=박근혜 VS 김대중+노무현=문재인
모두 알다시피, 박근혜는 박정희의 딸이고 그녀의 소속 정당은 이명박을 대통령으로 만든 새누리당이다. 단순하게 말해서, 박정희 지지와 이명박 지지가 합쳐진 조직이 박근혜의 지지세력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지금 현재의 새누리당은 사실상 '박근혜당'이다). 반면에 문재인은 노무현 사람이고 그의 소속 정당은 김대중이 만든 당으로부터 이어져온 민주통합당이다. 김대중 지지와 노무현 지지가 합쳐진 조직이 문재인의 지지세력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제까지 문재인에게 상대적으로 노무현 색깔이 강했다면, 민주통합당 내의 대선 후보 선출을 통해 원래 김대중 지지자들의 선택 여부도 명확히 결정될 것이다. 7인회 논란에서 보듯이, 박근혜 조직은 폐쇄적인 면이 강하고 권력이 어느 한 곳에 집중되어 있는 것 같은 인상을 풍긴다. 이와는 달리 어제 공식 출마 선언으로 표면에 부상한 문재인 조직은 상당히 개방적이고 비교적 여러 방면으로 다양하게 분화되어 있는 것 같다. 과연 어떤 조직이 6개월 동안의 대선 레이스 이후에 승리할 수 있을지는 지금 아무도 확신할 수 없다. 하지만 이것 하나는 분명하다. 유신과 5공이 있었던 70~80년대가 아닌, 지금 2012년에 성공하는 조직은 바로 개방적이고 분권적인 조직이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