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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17 08:01
한 살, 두 살, 훔쳐 먹은 것도 아닌데
어느새 이 빠지고 머리 허해지고
오라는 곳 없어도 갈 곳은 많다.
삼거리 주막은 없어도
저녁연기 모락모락 연기가 없어도
때 되면 어김없는 주린 배 부여잡고
기웃거리는 문전박대에
쓴웃음 날리며 막걸리 한 사발에
흥취 나는 시 한 수는 없어도
점 백원 고스톱에 한두 점 바둑에
어설픈 노인대접 경로당이 울고 간다.
아이야! 큰소리 치지마라!
문밖에 세월장군 기다린다.
팽팽한 젊음이 언제나 청춘이냐!
죽장에 삿갓차림 괴나리봇짐은
안 매었어도 흘러가는 자동차 물결
터벅터벅 발길에 바람결도 차다.
오늘도 주인 없는 봉놋방
펄펄 끓어 날 기다려도
주모의 외상장부 내 천자 이맛살이 무서워
휘몰아치는 눈보라에 코트 깃을 여미며
나는야! 주유천하 삿갓을 고쳐 쓰고
오늘도 시 한수 읇조리며
황진이의 품속을 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