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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14 09:33
기자와 정의는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 | ||||
[한줌의 미디어렌즈] KBS·MBC·국민일보 파업이 보여줘야 할 것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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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만의 언론, 노무현의 선택’이란 책을 펴내고 후기 삼은 글을 블로그에 올리면서 이렇게 적었었다. 분량 채우려는 것 아니니, 다소 길어 보이더라도 인용한다. “기자시절, 언론개혁에 관한 기사를 쓸 때 줄곧 그랬었다. 언론개혁의 주체는 기자, 언론인이라고. 그래야 한다고. 하지만 이 책의 결말에서는 그러지 않았다. 언론소비자, 시민이라는, 언론 '밖'에서 주체를 찾았다. 이제 원래의 주체들에게 그 소명을 기대하기 힘들어보였기 때문이다. 스스로도, 씁쓸한 일이었다. 기자들은 이런 중심추의 이동을, 그런 주장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이 책처럼, 별로 보고 있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바쁘거나, 새로울 거 없는 내용이라고 생각하거나, 아예 별 생각 없거나, 그런 고민을 하기엔 처지가 너무 힘들다. '독자의 몫'도 있지만 '기자의 몫'도 있다. 현실은 '기자의 몫'마저 고통스럽게 혹은 별 생각 없이 '독자의 몫'으로 넘기고 있다.” 정의가 ‘킬’되고, 정의가 편집되는 현실 언론의, 기자의 ‘바닥’을 봤다고 여겼고, 그런 뒤끝이 남아있을 때였다. 솔직히 지금도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다고는 얘기 못하겠다. 독자로서, 시청자로서 이들에 대한 내 시험은 끝나지 않았다. 근데, 예기치 않은 글 한편을 접했다. 화장실에서 주간지 시사인을 뒤적이던 차였다. 조상운 전 국민일보 노조위원장이 쓴 ‘해직일기’가 눈에 들어왔다. 그는 “나는 앞으로의 삶에서 굳이 ‘해직기자’라는 사실을 드러내지 않을 것이다. 기자라는 직업에 대한 미련도 없다”고 적었다. 그의 글은 이렇게 이어진다. “한때 기자는 다른 직업군 사람들보다는 정의롭고 또 정의로워야 한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정의가 ‘킬’되고, 정의가 편집되는 현실에 대한 불만 때문에 기자들은 다른 직업군에 비해 유독 울분이 크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기자들은 술을 많이 마신다고 짐작했다. 국민일보 파업 5개월여를 지켜보면서 비로소 깨달았다. 기자와 정의는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는 것을. 땀 흘려 취재한 기사가 킬되고, 도둑질 당했다며 그렇게 분노했던 그들이 회사 측과 협상하는 과정을 통해 확인했다.” 내가 가졌던 회의를 확인했으니 반가웠을까. 아니었다. ‘기자와 정의는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는 그의 글은 다시 주워 담아주고 싶은 맘이 들 정도로 단정적이었다. 무엇보다, 참 아팠다. 갑자기 ‘훅’하고 들어온 그의 단정엔 어떤 통증 같은 게 전해졌다. 미디어스 기사를 찾아보니 170일 넘게 이어지고 있는 국민일보 사태 해결을 위해 노사가 협상 중이라고 한다. 지난 5월 말 노사의 가합의안은 사측의 징계방침 철회와 소 취하를 요구하는 조합원들의 반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조상운 전 위원장의 글과 그의 ‘미련 없음’은 이른바 ‘노조 협상파’를 향한 것인 듯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투쟁과정에서 해직됐다. 국민일보 사태에 대해 더러 보도되는 수준 외에 더 아는 건 없다. 조 전 위원장에 대해선 더더욱 그렇다. 미루어 짐작할 뿐이다. 더 많은 주목을 받아야하고, 의미 있는 성과로 이어지길 바란다. 근데 그런 바람에 앞서 자꾸 그의 말이 와 박힌다. ‘기자라는 직업에 대한 미련도 없다’, ‘비로소 깨달았다. 기자와 정의는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는 것을’…. 그리고,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럼에도, 아니었으면 좋겠다. 내부 병폐에 침묵하는 자의 사회 비판은 신뢰할 수 없고 그 반대 역시 공허할 뿐이다. 양자 모두 기자와 언론의 존재의의에 걸쳐있다. 언론계 초유의 연쇄파업도 그래서 벌어진 것이라고 이해하고자 했다. 정의가 ‘킬’되고, 정의가 편집되는 현실에 대한 불만 없이, 아니 그에 앞서 팩트가 ‘킬’되고, 팩트가 편집되는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 없이 어디서 무슨 ‘기자질’을 말하겠는가. 파업 끝난다 해도 싸움은 끝난 게 아니다 KBS 새노조가 95일 간의 총파업을 마무리하고 업무에 복귀했다. MBC 노조의 최장기 파업은 무려 5개월째로 접어들었다. KBS 조합원들은 대선 공정방송위원회 설치, 탐사보도팀 부활 등의 노사합의를 손에 쥐었다. MBC 조합원들은 2차 대량징계라는, 참으로 못난 사장의 수준을 재확인하고 있다. 전개되는 양상은 다르지만 갈 길은 하나다. 그리고 그 길을 가려면 조상운 전 위원장의 말을 넘어서야 한다. 정말, 기자와 정의는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는가. 국민일보 조합원들을 비롯해서, 복귀한 자들은 복귀한대로 싸움이 남아있는 자들은 남아있는 자대로, 그렇지 않다는 것을 꼭 보여줬으면 좋겠다. 질긴 회의를 끊고 기자와 정의의 상관관계를 기를 쓰고 확인시켜주면 좋겠다. 이 같은 바람이 아직 기자이고자 하는 그들에게 최고의 응원이 됐으면 좋겠다. 그런 확인에 이를 때까지, 파업이 끝난다 해도 싸움은 끝난 게 아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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