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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27 19:39
맥주·음료·두부…줄줄이 가격인상 대기
설탕·밀가루·우유도 원가반영 고민
국내 1위 위스키 업체인 디아지오코리아가 제품 가격을 올리면서 물가 문제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그동안 선거 등을 이유로 억눌렸던 식품업체 가격 인상이 도미노 현상처럼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4ㆍ11 총선' 이후 물가 대란이 염려된다는 걱정도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가격 인상에 가장 먼저 나설 곳으로는 주류업계가 꼽힌다. 특히 두 차례에 걸쳐 가격 인상을 추진했다가 정부 입김 때문에 막힌 맥주업체가 1순위로 거론된다. 오비맥주는 지난해 11월과 12월 카스 등 맥주 제품 출고가를 각각 9.6%, 7.4% 올리려고 했다가 당분간 '보류'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위스키만 가격을 올리고 맥주를 계속 묶어 놓는다면 형평성 얘기가 당연히 나올 수밖에 없다"며 "국세청 등 정부로서는 부담스러운 상황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소주도 가격 인상이 급하긴 마찬가지다. 다른 주류업계 관계자는 "2008년 말에 출고가를 올린 후 제품 가격이 묶여 있는 상황"이라며 "그동안 주정 가격은 수차례 올랐는데 반영을 하지 못해 죽을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위스키를 시작으로 맥주 소주 등 주류 전반으로 가격 인상이 도미노처럼 퍼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동안 가격을 올리지 못했던 업체들도 들썩거리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곳은 음료업체다. 롯데칠성은 지난해 11월 칠성사이다, 게토레이, 레쓰비 등 음료 20여 종 출고가를 4~9% 올리려다 한 달 만에 없던 일로 했다. 업계에서는 이 역시 정부의 압박 때문에 벌어진 일로 해석하고 있다.
음료업계 관계자는 "당시에도 외국 업체인 코카콜라만 가격을 올리고 롯데칠성은 발목을 잡혀 업계에서 말이 많았다"며 "주류업계에서 벌어지는 상황이 음료 쪽에서도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두부 콩나물 시리얼 등도 총선 이후 가격이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 풀무원식품은 지난해 12월 두부 콩나물 등 10여 개 품목 가격을 평균 7% 인상하려고 했다가 물가당국에서 재검토 요청을 받고 반나절 만에 인상을 유보했다. 시리얼 시장 점유율 1위인 농심켈로그도 지난 2월 '콘푸로스트' '스페셜K' 등 주요 제품 가격을 평균 5% 인상하려다 일주일 만에 이를 보류했다.
식품업체 관계자는 "풀무원은 재작년과 작년에 연거푸 정부 때문에 가격을 올리지 못했다"며 "내부적으로 부담이 상당히 커졌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작년에 제품 가격을 올린 업체들도 원가 부담을 견디기 어렵다고 주장하긴 마찬가지다. 작년 초 10%대 가격 인상을 추진하다가 정부 압력 때문에 한 자릿수로 인상률을 낮춘 제당ㆍ제분업계가 대표적인 사례다.
제당업계 관계자는 "한 해 실적이 박살 나는 등 식품업계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곳은 우리"라며 "국제 원당 가격이 고공행진을 한 것은 2~3년 전부터인데 그동안 물가 안정에 기여해야 한다는 이유로 손해를 모두 떠안았다"고 주장했다.
라면 가격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해 12월 농심만 신라면 등 일부 품목 가격을 5~7.7% 인상하고 삼양식품 등 다른 업체는 올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라면업계 관계자는 "밀가루부터 플레이크에 들어가는 건더기 재료까지 안 오른 게 없다"고 하소연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4개 라면 제조ㆍ판매사에 대해 가격 담합 혐의를 적용해 여론이 좋지 않기 때문에 가격을 올릴 수나 있을지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이 밖에 작년 11월 흰우유 1ℓ 가격을 올릴 때 여론에 떠밀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인상 폭을 50원 내렸던 우유업체, 지난해 초 제품 가격을 인상할 때 원가 부담을 제대로 반영 못한 제과업체 등도 상황이 어렵기는 마찬가지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식품업계 내외부에선 총선 이후 가격 인상 도미노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제품 가격 인상을 보류했거나 충분히 올리지 못했던 곳들이 선거를 기점으로 대거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한 유통업체 바이어는 "식품업체들이 정부 눈치를 보느라 가격 인상을 보류하거나 필요한 만큼 제품 가격을 올리지 못했다"며 "4월 11일 총선 이후에 원자재 부담이 심한 가공식품 위주로 가격이 줄줄이 인상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손동우 기자/ 차윤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