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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01 16:57
[CBS 장규석 기자]
"30년 전 시장경제 국가들이 이제는 거의 모든 요소가 시장에 포섭돼 거래대상이 됐고, 돈과 시장가치가 개인의 정체성과 교육, 의료접근권, 시민의 생활까지 정의하고 있습니다."
밀리언셀러 '정의란 무엇인가'로 국내에서도 유명세를 떨친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가 1일 연세대학교 강연에 앞서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돈으로부터 보호돼야 하는 영역이 있다"고 강조했다.
샌델은 "돈과 시장가치가 자동차와 TV 등 물질적 재화 뿐만 아니라 교육이나 의료 접근권까지 정의할 경우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많은 돈을 내고 우수대학에 기여입학을 하는 문제나, 양질의 의료 접근권을 돈으로 사는 것, 심지어 정치적 영향력을 돈으로 사는 문제 등에 대해 사회적인 토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교육이나 의료, 시민 생활 등 삶의 영역은 돈이나 시장가치로부터 보호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샌델 교수는 구체적으로 한국사회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그는 특히, 대형유통업체들의 골목상권 점령과 관련해 1920년대와 30년대 미국에서의 독점주의 논란을 예로 들면서 "소비자들에게 제품을 싸게 공급하는 것만이 사회의 유일한 가치는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중소 상인들이 고용에 기여하고 지역사회를 발전시키는 것도 중요한 가치라는 것이다.
또 비싼 대학등록금 문제와 기여 입학제에 대해서는 "대학은 이익을 추구하는 곳이 아니라 배움을 추구하는 곳"이라는 본래의 목적을 상기시켰다.
샌델 교수는 "높은 등록금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돈을 많이 낸 사람을 입학시키는 것보다는 더 좋은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사교육에 대해서는 "공공재인 고등교육을 사유재산화 하는 것"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강좌를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인 유투브에 무료 공개하는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신기술은 교육에 대한 접근 비용을 낮추는데 도움을 준다"며 교육자료를 무료로 개방하는 것을 하나의 해법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샌델 교수는 또 여러가지 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서 토론의 효용성을 강조했다.
그는 "공적 토론이나 논의는 민주주의 시민의식을 키울 수 있는 기법과 습관을 키워준다"며 "꼭 합의에 이르지 않더라도 민주주의를 더 건강하게 만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샌델 교수는 이날 저녁 7시부터 연세대학교 노천극장에서 1만여 명의 청중들을 대상으로 특별강연회를 열 예정이다.
샌델은 "연세대 노천극장 같은 공적 장소야말로 경제적 성과와 번영을 이룬 사회에서 돈과 시장가치의 적절한 역할에 대해 공적 논의를 할 수 있는 적절한 장소라고 생각한다"며 기대를 나타냈다.
h****@cbs.co.kr
마이클 샌델 “레이디 가가 콘서트표 암거래가 적절한가” 청중과 첫 논쟁
ㆍ연세대 노천극장 2시간 특강
1일 오후 7시. 서울 연세대 신촌캠퍼스 노천극장에서 마이클 샌델 미국 하버드대 교수(59)의 특별강연이 열렸다.
이날 1만4000석 규모의 노천극장에는 강연 시작 한 시간 전부터 청중이 자리를 가득 메웠다. 지난달 선착순으로 배포된 무료 강연티켓(1만2000장)은 3일 만에 동이 난 터였다.
이날 강연장에는 고등학생, 대학생, 직장인 등 다양한 청중이 자리했다. 샌델 교수는 청중과 함께했다. 재치 있는 발언으로 폭소를 이끌어내는가 하면 곧바로 날카로운 질문을 던져 청중을 고민스럽게 만들었다.
마이클 샌델 미국 하버드대 교수가 1일 서울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자신의 신간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박민규 기자 pa****@kyunghyang.com
이날 강연은 2시간가량 진행됐다. 주제는 그의 새로운 책 제목과 같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었다.
샌델 교수는 청중에게 “여러분 사랑해요”라는 한국말로 첫인사를 했다.
그는 “오늘 철학강의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청중이 토론하는 철학강의이자 가장 민주적인 순간이 될 것”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오늘 논의할 주제는 전 세계가 직면한 가장 시급한 문제”라며 “지금은 ‘시장경제체제’에서 ‘시장사회’로 변했다. 과연 돈으로 모든 것을 살 수 있는 것이 바람직한가라는 물음”이라고 말했다.
샌델 교수는 자신의 무료 강연티켓을 두고 인터넷상에서 암표 거래가 이뤄졌다는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그는 가수 레이디 가가의 콘서트 티켓을 암거래로 사는 게 적절한지를 청중에게 물었다.
한 남성은 “제게 표가 있다면 자유롭게 팔 결정권이 있고, 또 공연을 보고 싶어 한다면 표를 살 권리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샌델은 “중국 베이징 외곽에 있는 병원에는 수많은 환자들이 줄지어 서 있는데 의료예약권을 암거래하는 일이 벌어진다고 한다.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그에게 되물었다.
이 질문을 놓고 청중과 논쟁이 오갔다
한 여고생은 “레이디 가가의 콘서트 티켓과 의료예약권은 모두 행복추구권을 보장하지 못하기 때문에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진’이라고 밝힌 한국외국어대 학생은 “레이디 가가 콘서트는 선택권이고, 의료예약권은 기본권이라 구분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샌델은 몇 명의 청중에게 의견을 더 물은 뒤 “돈으로 살 수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구분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으로 자연스럽게 유도했다. 그는 대학의 ‘기여입학제’에 대한 청중의 찬반의견을 물었다. 고려대 한 여학생은 “시장에서 거래 가능하느냐는 해당 재화의 원래 목적이 무엇인지를 생각해서 결정되어야 한다”며 “대학의 ‘기여입학제’에 대한 청중의 찬반의견을 물었다. 고려대 한 여학생은 “시장에서 거래 가능하느냐는 해당 재화의 원래 목적이 무엇인지를 생각해서 결정되어야 한다”며 “대학의 목적은 교육을 제공하는 것으로서 돈으로 거래돼서는 안되는 것”이라고 답했다. 반면 연세대 한 남학생은 “정원 가운데 일부에게 기부를 받아 기금을 활용하면 더 풍부한 교육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맞섰다. 두 사람의 논쟁을 듣던 청중은 발언이 끝날 때마다 박수로 호응했다. 샌델 교수는 “이 문제는 시장의 공정성의 논리, 부패 논리의 문제”라고 정리했다.
청중은 취약계층의 어린 학생들에게 독서라든지 학습의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현금’으로 보상하는 제도를 두고도 토론을 벌였다. 자신의 경험담을 내놓은 청중도 있었다. 샌델은 “아이들이 독서나 감사카드 쓰는 일은 돈버는 일이라는 교훈을 얻어버린다면, 결국 현금 제공은 비시장적인 가치를 내몰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스위스에서 핵폐기물 처리장 설치를 두고 경제적인 논리가 통하지 않았던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강연 끝 무렵 “TV와 같은 재화는 돈을 주고 샀든, 선물로 받았든 같은 기능을 하지만, 비물질적인 재화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며 “인간관계, 시민으로서의 의무, 교육 같은 것들이 비시장적인 가치”라고 말했다. 그는 “현금적 보상이랄지 인센티브를 적용하면 재화들의 가치가 변질되는 것이 있다”며 “이것이 곧 시장이 어떠한 영역에서 중요한 가치를 밀어내는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중은 소리를 죽인 채 그의 강연에 집중했다.
샌델은 <정의란 무엇인가>란 책으로 2010년 이후 한국에 ‘정의’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27세에 최연소 하버드대 교수가 된 샌델은 29세에 자유주의 이론의 대가인 존 롤스의 정의론을 비판한 <자유주의와 정의의 한계>(1982년)를 발표하면서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그는 1980년부터 30여년간 하버드대에서 정치철학을 가르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