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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21 17:06
[전시] 노순택의 개인전 < 망각기계 >
[미디어오늘이치열 기자]
분단의 현재성에 관해 꾸준히 작업하고 있는 사진가 노순택에게 오월광주는 분단역사의 분수령과도 같다. 광주민주화항쟁과 이를 둘러싼 일련의 사건, 현상들이야말로 한국전쟁과 분단이 오늘의 한국사회에서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를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학고재 갤러리(신관)는 5월 4일부터 6월 10일까지 노순택의 개인전 < 망각기계 > 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지난 6년간 촬영한 광주 관련 사진 60여점을 선보인다. 망월동의 옛 묘지와 그 곳에서 시간의 흐름 속에 퇴색되고 훼손되어가는 영정사진들을 비롯하여 항쟁후 '살아남은 자'들의 풍경, 오월광주와 직간접적으로 관계있는 장소와 사물들, 화순 운주사의 미륵불 등에 대한 작업을 볼 수 있다.
30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광주항쟁은 어느덧 공식 역사에 편입되었지만, 여전히 우리 삶 속에서 무엇인가는 잊혀지고, 왜곡되고, 알맹이는 사라진 채 껍데기만 남아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는 노순택은 < 망각기계 > 를 통해 오늘날 우리가 오월광주를 기억한다는 것이 무엇이고, 망각한다는 것은 무엇인지, 그 기억과 망각이 어떤 풍경으로 펼쳐지고 있는지 질문한다.
또한, 여전히 한국사회를 지배하는 국가의 폭력성을 마주하면서 오월광주의 희생에 빚지고 있는 한국사회가 망자 앞에서 떳떳할 만큼 민주적 성취를 이루었는지에 대해 생각해볼 것을 제안한다.
한국일보 05.08기사 이인선 기자
"폭력의 역사는 오늘도 진행중 묻는다, 5월 광주를 기억하는가"
1980년 당시 광주는 외부와 단절된 섬과 같았죠. 김원중씨의 노래 '바위섬'이 광주를 의미했던 것처럼요. 잔혹한 군사독재가 끝나고 희생자도 명예를 회복했지만 그 후로도 대추리 무력진압, 한진중공업과 쌍용자동차, 그리고 제주도 강정마을 사태 등에서 국가의 폭력성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때마다 이 정권들이 광주의 피울음을 삼키며 탄생한 권력이 맞는가 싶지요."
"'그날'에 대한 망각은 결국 반복되는 폭력을 승인하겠다는 게으른 의지 표명 아닐까요?"
한겨레 05.03 정상영 기자
노순택 사진전 ‘망각기계’
“그날을 기억한다는 것과
잊는다는 것은 무엇인지
오늘의 우리 마주하고파”
그는 “1980년 광주항쟁 이후에 수많은 유가족들이나 희생자의 친구들이 운주사에 와서 마음을 달랬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또 “그분들이 운주사를 찾는 까닭은 가슴속에 담아두었던 울분을 터트리고 싶은 마음, 위로받고 싶은 마음이었을 것”이라고 했다.
“운주사에서 문드러지고 목이 잘리고 부서진 채로 널브러져 있는 수많은 부처들이 광주항쟁 당시 금남로에서 스러졌던 많은 분들과 충분히 동일시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 곁에 왔다 갔던 가족이나 친구들은 어쩌면 부처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구나 싶고요.”
노씨는 2005년부터 매달려온 ‘5월 광주’의 사진작업 63점을 모아서 4일부터 서울 소격동 학고재갤러리 신관 1층과 지하 1~2층에서 개인전 ‘망각기계’를 연다. 전시는 5월 광주 당시 죽은 자와 살아남은 자, 5월 광주의 기념비적인 장소, 화순 운주사의 석불 등의 이미지들을 5가지 주제로 나누어 보여준다. 전시 제목을 ‘망각기계’로 붙인 까닭은 “오늘 한국사회에서 5월 광주를 기억한다는 것이 무엇이고, 망각한다는 것은 무엇인지를 생각해보고 싶었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리고 “오월에 스러진 이들만을 보려던 게 아니라, 그들을 기억하고 망각하는 오늘의 우리와 마주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전시장 1층을 들어서면 ‘죽은’ 사진과 만난다. 옛 망월동 묘역에 놓여 있는 이름 모를 영정사진들의 풍경을 담아낸 작업이다. 죽은 이들의 살았을 적 모습을 담은 사진들은 오랜 세월 망월동 묘역에서 눈비를 맞고 햇볕과 서리를 견디다 자연스럽게 망가졌다. 심지어는 얼굴이 사라지고 유리액자만 남은 것도 있다. 그는 “일그러지고 녹아내리는 것은 저 사진들만이 아니라 산 자들의 삶 자체”라고 말했다.
망각의 시간을 겪어온 영정사진들은 전시장 지하 2층에서 운주사의 석불 사진들과 나란히 전시되어 또다른 세상을 함께 꿈꾼다.
살아남은 자들의 풍경을 담은 ‘죽지 않은’ 사진들은 어떤 블랙 코미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롯해 5월 광주의 반석 위에 정치권력을 쌓았던 이들의 모습과 5월 광주에 관한 뉴스와 이미지를 생산하는 미디어의 풍경, 관광상품화된 5월 광주의 체험행사 모습 등이 왠지 씁쓸한 여운을 남긴다.
그는 최근 일본 시인 다나베 아쓰미와의 대담에서 5월 광주가 30여년의 세월이 흘렀고, 특별법이 만들어져 ‘국가의 승인’과 ‘공식 역사’가 되었지만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털어놓았다.
“무언가 잊히고 있다는 생각, 여전히 왜곡되고 있다는 생각, 알맹이는 간데없고 껍데기만 남았다는 생각, 이런 복잡한 생각들이 오늘의 5월 광주를 바라보는 많은 이들의 머릿속 한편을 차지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는 5월광주에 대한 망각을 넘어 왜곡과 훼손이 진행되고 있음을 드러낸다. 이명박 정부 들어 더욱 빈번해진 대북삐라(유인물) 살포 현장에서 담아낸, ‘광주폭동의 진상을 밝힌다’, ‘5·18의 화려한 사기극을 고발한다’는 따위의 자극적인 유인물을 사진으로 고발한다. 6월10일까지.
*80년 5월의 광주를 기억한다는것은 무엇일까요?
*망각한다는것?
*기억과 망각사이?
*민주적성취에 대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