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구당권파가 ‘당원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한 것은 신당권파에 대한 본격적인 역습을 알리는 서곡이다. 비례대표 경선 부정 파문이 터진 이후 연일 여론의 질타를 받으면서 움츠렸던 구당권파가 제 세력을 규합해 6월로 예정된 전당대회까지 신당권파와 동등한 입장에서 권력다툼을 지속하겠다는 일종의 신호라는 것이다.
◇‘한 지붕 두 비대위’로 여론 물타기=오병윤 당원 비대위원장은 20일 취임 기자회견에서 “허위와 날조로 가공된 진상조사보고서를 반드시 폐기해 당과 당원의 치욕과 누명을 벗도록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진상조사보고서 발표 이후 당원의 고통과 국민의 우려가 끊이지 않는다. 통합 정신과 합의제 원칙이 무너진 것이 당을 대혼란에 빠뜨린 원인”이라고 했다.
구당권파는 이 같은 주장을 도구로 삼아 신당권파 핵심인 국민참여당계와 진보신당 탈당파를 ‘굴러들어온 돌’로, 자신들을 박해받는 ‘박힌 돌’로 만들려 하고 있다. 당의 분열을 가속시킴으로써 분열의 책임을 신당권파에 전가하려는 속셈이다.
이와 함께 구당권파는 자신들에게 퍼부어지는 비판여론 물타기에도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당원 비대위 대변인으로 선임된 김미희 당선자가 “내일부터 국회에서 매일 브리핑을 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신당권파의 혁신 비대위가 뭔가 새로운 결정을 내놓을 때마다 정반대의 주장을 펼치면서 맞불을 놓겠다는 전략이다.
◇6월 전당대회에서 ‘뒤집기 한판’ 준비=당 홈페이지 당원게시판에는 구당권파가 당원 비대위 카드를 통해 다음달 말로 예정된 전당대회에서 차기 지도부를 장악하려 할 것이라고 우려하는 글들이 잇따라 올라왔다.
‘묵향이유’라는 아이디의 당원은 “구당권파가 (경선부정 파문 이후 신당권파로 옮겨간) NL계열을 다시 자파로 규합한 다음,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되찾고 이석기 김재연 당선자에 대한 복권을 실시할 것이다. 그리고 신당권파에게 ‘피의 복수’에 나설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구당권파는 당원 비대위를 통해 시간 끌기 작전을 펴면서 당내 자파 세력을 결집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범NL계열의 총공세가 진행될 것이라는 시각이 당 안팎에 팽배해 있다. 2008년 ‘종북주의’ 논쟁 당시 심 전 대표를 비롯한 민중민주(PD)계열 몰아내기에 앞장섰던 인천연합, 울산연합, 민주노총 내 자주파 등에 전략적 제휴를 제안할 것이라는 얘기다.
구당권파는 일정 세력을 모으면 차기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다시 장악할 수 있을 것으로 여기고 있는 듯하다. 오 위원장이 “차기 당 지도부 선출 때까지 당 정상화 노력을 멈추지 않겠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신창호 기자 p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