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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19 16:36
나는 그동안 사람에 대한 사랑의 감정은 대처 깃털처럼 가벼워 한 여름 동트면 그가 존재했는지조차 알 수 없이 사위어가는 시나브로 안개 같은 것이라 믿었다. 그러니까 나는 인간에 대한 사랑을 결단코 믿지 않았다. 사람에 대한 내 관념이 그럴진대 사랑하는 대상에 대하여 환상이나 낭만이 사라진 후에도 사랑의 감정은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느냐를 묻는 일은 더욱이나 시덥잖은 일이었다.
어찌 보면 나는 연극의 장르에서 비극보다 희극이 훨씬 더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래서인지 나는 희극이란 비극조차 온전하게 자신의 일부로 껴안은 자의 여유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라는 선입견을 갖고 있었다. 물론 희극이야말로 비극보다 본질적으로 어려운 장르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천성적으로 눈물을 이해하는 것보다 웃음을 이해하기가 어려운 부류의 인간이었을 것이다.
어느 순간 내가 예찬하던 대상이 영웅처럼 보이지 않아도 그 사람을 평범한 인간으로도 일관되게 사랑할 수 있을 것인가는 늘 의문이었다. 일테면 콩깍지가 씌운 사람에게 콩깍지가 완전히 벗겨지고 나면 속속들이 발견되는 대상의 단점과 결핍까지도 그 사랑의 일부로 수용할 수 있을 것인가의 질문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놀라운 반전이 있었다. 바로 그 대상에 노무현이 있었다.
어쩌면 지속적인 사랑을 꿈꾸는 사람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바로 지금 이 순간들을, 그 대상을 영웅시하던 일방적 사랑의 환상이 끝나고 난 후의 사랑이야말로 진정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아니 오히려 사랑의 관점을 영웅의 관점에서 바라보기보다 인간으로 바라보기 시작하는 순간, 비록 노무현을 향한 나의 떨림과 설렘의 사랑이라는 1막의 사랑은 끝이 났지만, 그의 삶에 박힌 인간적 모습이 선연히 드러나는 순간 노무현을 향한 내 사랑의 제 2막이 시작되었다고 고백하여야겠다. 즉 그를 향한 존중과 이해. 온전히 그를 향한 일방적이고도 몰입적인 욕망의 투영인 사랑이 아니라, 인간적인 모습의 그를 향한 견딜 수 없는 인간의 고통과 이해할 수 없는 운명까지도 끌어안는 사랑을 발견하고부터였다.
노무현,
그러니까 그에 대한 내 사랑은 여전히 거기에 오롯이 존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