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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16 15:54
전에 문재인 변호사님 캠프에서 자봉했는데, 그때 정철카피님이 계시더군요. 정철 카피님이 5월 1일에 기하여 발표한 <노무현입니다>를 보고 서평을 적었습니다. 도서사이트 서평활동을 하는데, 전에 여기 말고 다른 형식 게시판에 종종 올렸습니다. 기회되는데로 서평 모은 것들 올릴려고 합니다.
세상에는 보고 싶은 사람도 있고, 보기 싫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보고 싶은 사람을 다시 보면 반갑기도 하나 한편으로 슬픈 사람이 있다. 사진으로 영상으로 보는 그의 얼굴은 미소를 짓고 있으나, 어째서인지 웃는 그의 모습을 뒤로 한 채 내 두 눈에서는 뜨거운 눈물이 나도 모르게 흘러내렸다. 노무현, 그는 나에게 그런 사람이 되어버렸다. 그의 관련 도서 중에서 그의 일대기나 소개, 일화 소개보다는 그의 사상과 철학에 대한 책을 나는 더 많이 읽는다.
왜냐하면 인간적인 그의 모습을 느끼면 느낄수록 마음이 아파오기 때문이다. 너무나 인간적이었던 노무현, 하지만 너무나도 자신에게 엄격하고 강박관념에 집착한 인간인 노무현, 그의 모습은 마치 거대한 풍차를 괴수로 보고 승리와 패배의 계산도 없이 달려가는 기사 돈키호테와 같다고 볼 수 있다. 그의 그런 모습은 주변 사람들로 하여금 안타깝게도 했으며, 한편으로 좋아하게 되었다.
인간적인 매력이란 완벽한 미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비록 완벽하지 않지만 그 누구라도 깊이 공감하거나 또는 다가갈 수 있는 인간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에게 주어진 것은 완벽한 미나 상징이 아니다. 가진 것도 없고 가방끈도 짧으며, 정말 힘도 빽도 없이 시작한 인물이다. 그런 사람들이 나오니 기존 권력을 지닌 엘리트주의자들에겐 얼마나 가소로워 보였을까?
그는 그런 세상에 대해 홀로 싸워나갔다. 그러면서 친구도 만나고 동료도 만나고 지지자도 만났다. 그러나 그는 자만하지 않았다. 그는 그 어떤 누구라도 자신의 키에 맞추기를 바란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키에 맞추기를 바란 것이다. 그의 일화 중에 한 가지가 생각난다. 그가 국회의원 출마를 위해 주거지역을 돌아다닐 때 그는 우연히 호떡 장사를 하던 예쁘장한 아주머니 한 분을 마주친다. 그 아주머니는 아주 부끄러워하며 말없이 노무현을 바라보고 있었고, 그 분의 손은 호떡을 굽기 위해 밀가루가 묻어 있었다.
그런 아주머니의 모습을 보고 노무현은 그 분의 손을 꽉 하며 잡았다고 한다. 그 아주머니가 사실 부끄러워하던 이유는 노무현이 악수를 청하고 했으나, 손이 깨끗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것에는 아랑곳 하지 않은 채 그 아주머니의 손을 잡았다고 한다. 아주 작고 사소한 일이나, 인간은 규모가 크고 웅장한 일에는 자신의 본성을 드러나지 않지만, 일상적이고 사소한 생활에서 일어나는 순간마다의 행동들은 그 사람의 인간 됨됨이를 나타내어주는 것이다.
그가 사법고시를 합격하여 판사를 거쳐 변호사에 국회의원과 대통령까지 거치고, 마지막 봉하마을에서 눈감는 그 마지막 순간까지 그렇게 인생을 보냈다. 나는 인간에 대해 평등하냐고 묻는다면 평등하지 않다고 대답한다. 오히려 인간이 모두 평등하다고 한다면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심리적으로 재산적으로 불리한 사람들은 어떻게 그 평등에 쫓아갈 수 있을까? 절대로 불가한 일이다. 오히려 평등하지 않기에 그 평등하지 않음을 인정하여 스스로 그 높이에 맞추는 것이 평등으로 향하는 철학적 자세라고 본다.
난장이와 대화할 때는 난장이처럼 되어 대화하라는 어느 철학자의 말처럼 노무현은 그랬다. 권력이란 것은 결코 자신의 이익과 부귀를 위해서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런 그의 선택이 결국 마지막 최후라는 것이 너무 안타까웠다. 정치라는 것은 힘 내지 권력에 향한 의지일까? 정치하는 자나 혹은 정치하는 자를 멀리서 보는 자 모두 너나 할 것 없이 같은 인간인데, 왜 이리 박하게 살아가야하는지가 정말 미스터리이다.
그래서 나에게 노무현이란 이름과 얼굴은 그립다. 그의 솔직하면서 또는 인간적인 면이 말이다. 물론 솔직한 경박함과 날카로움을 들어내고 인간적인 면은 약한 인간의 모습을 나타낸다. 하지만 나는 솔직하지 못하여 꿍꿍이를 숨기며 국민을 속이고, 자신의 약한 모습보다는 국민의 약한 모습을 물고 늘어지는 정치하는 자들을 생각하면 무엇이 진정한 정치의 가치냐고 말이다.
질문 자체는 물론 모범답안으로 돌아와도 현실에서는 기대하기 어려운 부분일 것이다. 그런 모든 것을 다 넘어서서 정치하는 사람 노무현은 어떠한가는 다들 판단기준이 있으니 어떻게 옳다고 혹은 틀렸다고만 할 수는 없다. 그래도 나는 인간적 노무현을 좋아하기에 정치적 노무현을 좋아한다. 나는 논리와 합리성으로 무장한 인간보다는 조금 윤리와 인간성으로 무장한 인간이 좋다. 그들은 나 같은 사람들을 업신여기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인간적인 얼굴과 표정, 말투와 행동을 한 노무현의 비공개 사진을 보자니 마음이 막막해진다. 가식 없는 그 투박하면서도 정겨운 모습은 뇌리에서 지울 수 없다. 근엄하고 높게만 보이고 싶은 사람이 아니라 어린아이 앞에서 친구가 되어주는 그의 낮은 몸짓을 말이다. 물론 그는 인간적인 면만 강조한 것이 아니다. 일에도 열정을 다했다. 그가 국회의원 시절 그의 방은 불이 계속 켜져 있었다고 한다. 밤샘과 철야를 하면서까지 일을 했다고 한다.
대통령이 되어서도 항상 이동 중이라도 업무를 하기 위해 보고를 받고 결재를 하였으며, 그 바쁜 와중에도 독서를 꾸준히 실천했다. 그의 독서력을 본다면 결국 바보라는 명칭은 어울리지 않았으나, 그는 바보임을 자처했다. 그런 바보 노무현의 미공개 사진에세이에서 사소하나 세심한 그의 배려감이 돋보인다. 이 책에서 재미있는 일화로 그는 편한 자동차로 이동하기보다는 헬기를 많이 이용했다고 한다. 헬기로 이동하면 소음진동으로 시끄럽고, 자리도 편안하지 못했다.
그러나 헬기를 탑승하면 자신의 이동으로 인해 주변 시민들에게 교통피해를 미치지 않게 된다. 최근에 어느 행사가 열린다고 길거리 위로 장애인들을 못 지나가게 한 일이 있었다. 장애인들도 인간이고, 그들도 인간으로서 누릴 인권이 있는데, 단지 그들이 몸이 불편하게 보여 시각적 미에 저하된다는 이유로 묵살 당했다. 마이클 샌델의 “정의는 무엇인가?”에서 사람들은 자기보다 불행한 사람을 보면 2가지 이유로 인상을 찡그린다고 했다.
1가지는 그들의 모습이 자신의 마음을 아프게 하여 얼굴을 찡그리는 점과 다른 1가지는 그들이 귀찮게 여겨지고 보기 불편하다는 것으로 얼굴을 찡그리는 것이다. 과연 우리는 어디에 초점을 두고 인상을 주는 것이 당연한 것인가? 군대 가기 전에 친하게 지낸 어떤 형님은 선천적으로 소아마비로 2다리를 사용하지 못한다. 그는 엄청난 멸시와 차별, 경계의 세상과 시간에서 살아왔다. 내가 그와 같이 길을 걸을 때 그와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표정 아직도 잊을 수 없다. 그런 사람까지도 같이 살아봤으면 좋겠다고 하는 어느 바보의 외침이 그립기만 하다.
ps. 참고로 내일 부산시의회에서 학술심포지엄 하는데 가는 분 계시나요?
노무현 대통령은 학자이십니다. 그 분의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 학자로 변모해야 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