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번의 기회가 있었다. 그 중 한 번의 기회만 살렸어도 인생은 많이 달라져 있었을 것이다. 앞으로 남은 생 중에 몇 번의 기회가 더 있을지 알 수 없다. 단 한 번의 기회라도 남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그 기회가 복권당첨으로 찾아 오길 바란다. 

한 번에 오천원 이상은 복권을 구매하지 않는다. 무리하면서 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을만큼 그 수준에서 남은 기회가 제 빛을 발해 주는 걸 원한다.

지금의 내 삶은 감나무 아래에 누워 감이 떨어질 것을 기다리는 꼴이다.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서 기회만 기다리는 삶 열심히 사는 사람들에겐 미안한 마음이 조금 들긴 하지만 지금의 내 삶은 나에게 만족을 준다.

부대껴 봐야 사람의 관계는 괴로웠고 아팠다. 앞으로 또 다시 사람과 부대끼며 괴롭고 아픈 건 싫다. 그래서 복권이나 떡하니 당첨되서 지금보다 더 안일하게 하루하루를 보내면 좋겠다.

나는 패배주의자고 파렴치한 사람이다. 그렇다고 세상을 등져 도인을 자처하진 않는다. 제 각각의 삶 중 어느 것이 교과서 같은 것인지 따지며 살 수 없는 노릇이니까 놀면서 사는 것도 지탄 받을 일은 아닌 것으로만 믿는다. 도적질 않하고 남들에게 피해 안 주고 살면 되는 것 아닐까?

사람을 피하는 증상이 내게 있어서 나는 환자다. 이 사람 저 사람 피하며 살아왔는데 그렇게 살아 온 습관들이 불편을 모르게 만들어 줬다. 그래서 지금 이 삶 그대로 유지하며 살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내게 기회가 한 번이라도 남았다면 복권이 당첨되면 좋겠다. 지금처럼 안일하게 할 일 없이 계속 노닥이며 살 수 있도록 도움 주는 건 그게 최고니까.